우울증이란?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울한 기분을 경험한다. 삶 속에서 크든 작든 실패나 좌절을 경험할 때, 사람들은 슬프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끼곤 하며, 다시 무언가를 시도할 자신감이나 의욕도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듯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는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경험으로, 많은 경우에는 시간이 흐르면 침울했던 기분도 다시 회복된다. 하지만 때로는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이전처럼 일상생활을 꾸리는 것조차 힘겨워지는 경우가 있다. 우울한 기분을 느끼거나 일상의어떤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현실생활의 적응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이것은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신호이다!
우울증은 지속적인 기분의 저하, 의욕이나 흥미의 상실, 죄책감이나 무가치감, 수면장애, 식욕저하, 에너지 고갈, 집중력의 저하,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의 증상과 함께, 상기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울증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회적 기능 수행과 삶의 질을 저하하는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기능 장애를 동반하며, 자살 및 자살 기도의 주요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늘어나는 우울증, 하지만 치료를 받는 사람은 적다
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우울증은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대 질환 중 3위에 해당하며, 2030년이 되면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2011년에 실시된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평생 한 번 이상 주요 우울장애를 경험할 확률(평생 유병률)은 2001년에 4.6%, 2006년에 6.2%, 2011년에는 6.7%를 나타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이며 실제 국내 우울증 환자의 수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 진료 현황을 토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지난해 66만5000명으로 2009년 55만6000명보다 19.6% 늘었으며 한해 평균 4.6%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주요 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이 10~20%에 육박하는 서구 국가들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극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스스로 경미하다고 인식하며 주요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실제로 상담 기관이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내원하는 사람들은 적은 편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은 채 홀로 고군분투하며 지내다가 반복되는 우울증으로 지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
다른 정신장애들과 비교할 때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되는 편에 속하며,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초기에 적합한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재발률도 높은 장애로, 첫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의 50~75%는 두 번째 우울증을 경험하고, 두 번째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 중 약 70%는 세 번째 우울증을 경험하며, 세 번째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이 네 번째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은 무려 90%에 육박한다. 또한 재발이 반복되면서 재발에 이르는 기간은 점차 빨라지며, 우울증을 경험하는 기간 동안의 증상도 점차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우울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이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하여 재발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 우울해질까?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질병의 발생과정을 설명하는 ‘취약성-스트레스 모형’에 따르면, 우울증은 각 개인이 지닌 취약성 요인에 더해,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질 경우 발생한다. 우울증을 예방,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역할, 업무가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과중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울증에 취약한 개인 내적인 요인을 조절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에 취약한 개인 내적인 요인으로는 크게 생물학적인 요인(유전적 요인, 신경전달물질, 뇌구조의 기능, 내분비계통의 이상), 심리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특히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삼환계 항우울제(TCAs),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모노아민산화효소 억제제(MAO inhibitors) 등을 사용한 약물치료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 이상을 교정하여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우울증에 취약한 심리적 요인에 개입하여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나는 무능하다/무가치하다’), 자신의 미래(‘내 미래는 암담하다/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주변 환경(‘내가 처한 상황은 너무 열악하다/나를 이해하고 도와줄 사람이 없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을 보인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은 실제보다 지나치게 확대하고 긍정적인 측면은 지나치게 축소해서 생각하는 것,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 한 두 번의 실패나 좌절을 통해 모든 일을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 자신이 어찌할 수 없었던 부정적인 일까지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등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자, 이제 내 마음을 한 번 돌아보자.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생각이 나에게 유용한 걸까? 내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나를 보다 나은 길로 이끌어가는 다른 생각은 없을까? 나의 마음을 돌아보면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마치며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부른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씩 감기에 걸리고 감기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듯이, 우울증을 겪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 또한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우울증을 의지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혼자 해결해나가는 것만이 능사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브라함 링컨, 윈스턴 처칠, 루드비히 반 베토벤, 레오 톨스토이 또한 우울증으로 고통 받았다.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 있는 일이다.
참고 문헌
권석만 (2013). 현대 이상심리학 제2판. 서울: 학지사.
박기혁, 김기웅 (2011). 한국의 우울증 역학에 대한 고찰. 대한의사협회지, 54(4), 362-369. 전겸구, 최상진, 양병창 (2001). 통합적 한국판 CES-D 개발.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6, 59-76. 전홍진 (2012). 우울증과 자살 역학 연구. 대한의사협회지, 55(4), 322-328.
우울증 자가 진단 리스트
아래에 적혀 있는 각 문항을 잘 읽으신 후, 오늘을 포함하여 지난 일주일 동안 당신이 느끼고 행동한 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숫자에 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판 역학연구센터 우울척도(CES-D)
0점 극히 드물다(1주 중 1일 이하) 1점 가끔 있었다 (1주 중 1~2일간) 2점 자주 있었다 (1주 중 3~4일간) 3점 거의 대부분 그랬다(1주 중 5일 이상)
점수 계산은 ‘극히 드물다’ 0점, ‘가끔 있었다’ 1점, ‘자주 있었다’ 2점, ‘거의 대부분 그랬다’ 3점으로 계산하여 각 문항의 답을 합산하며 단, 4번, 8번, 12번, 16번 문항은 3점일 경우 0점, 2점일 경우 1점, 1점일 경우 2점, 0점일 경우 3점으로 역환산하여 합산한다. 총점은 6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증상이 심한 상태를 뜻한다.
25점 이상 : 확실 우울증(definite depression) | 16점 이상 : 유력 우울증(probable depression)
우울증은 다양한 하위 유형으로 나뉘는데, 각 하위 유형에 따라 진단에 필요한 증상의 개수, 지속기간, 심각도 등에는 차이가 있으며, 각 유형에 적합한 치료 방식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자가 진단 결과를 통해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정확한 평가 및 치료를 받기 위해 전문적인 치료기관에 내원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