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에 이어 따뜻한 봄이 찾아 왔다. 봄이 되면 온몸이 노곤하고 일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매년 이때가 되면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신경통이 재발하며, 목감기가 찾아오고, 식욕이 떨어지며, 매사에 기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춘곤증이다.
왜 봄이 되면 이런 증상이 일어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 원인은 확실하지 않으나 추운 겨울이 따뜻한 봄으로 바뀜에 따라 우리 인체가 이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데서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본다.
우리 몸은 생체 리듬에 의해 하루하루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리듬이 깨어지기 쉬운 때가 환절기이며, 더욱이 겨울에서 봄으로 환경이 바뀔 때 리듬의 변화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겨울은 밤이 길고 낮이 짧은데, 이제는 낮이 길어지게 되니, 자연히 수면과 휴식시간이 짧아지는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움츠렸던 신체가 봄이 되면 활동을 해야 하고 무언가 일을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바로 춘곤증을 오게 하는 한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춘곤증은 춘곤증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각종 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춘곤증을 극복하는데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긴 겨울을 난 후 이른 봄이 되면 마을마다 함께 모여 '다리 밟기'를 하였다.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에 이 다리 밟기를 통하여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여름 내내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운동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정월 대보름에 했던 '줄다리기' '윷놀이' 등 도 바로 춘곤증을 극복하는 슬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현대인들도 우리 조상들처럼 춘곤증을 극복하려는 슬기를 갖고 있는지. 예나 다름없이 찾아오는 이 춘곤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겨우내 부족하고 못 다한 신체활동을 이제 매일같이 규칙적으로 함으로써 이 봄을 활기차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계절 변화에 따른 부적응 현상
먼동이 트는 아침이 되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자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되고, 해가 서산에 지는 저녁이 되면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는 하루를 주기로 하여 낮과 밤이라는 창조의 섭리인 대 자연의 질서 속에 우리 인체가 이에 순응하는 수면 리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는 생후 100일이 되면 밤낮의 수면 리듬을 겨우 찾게 되고, 6년이 되면 거의 정상 리듬을 갖게 된다. 100일 잔치의 의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인체는 日周性을 갖게 되는 것이다. 햇빛을 완전히 차단한 캄캄한 굴속에 있어도 밤 시간에는 수면을 취하고, 낮 시간에는 각성 상태에서 깨어 있으며, 끼니때가 되면 식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손목시계가 없어도 생체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배꼽시계'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과거의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법칙, 즉, 자연의 리듬에 그대로 순응하여 따랐다. 밤에는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충분한 수면으로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재충전하였고, 아침이 되면 일어나 신체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므로 생체 리듬과 동시에 체력을 유지하는 리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한가? 밤이 낮보다 밝은 요즘, 잠을 자야 할 밤에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입시생, 야근하는 직장인, 그리고 밤낮 교대 근무가 많은 사람들은 인체의 리듬이 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이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 생체 리듬에 따라 일어나지 못하고, 시계나 전화의 초인종에 의존하게 된다. 또 한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강박 관념에 깊은 단잠을 자지 못하고 얕은 잠을 자게 되니, 이 또한 올바른 리듬을 찾지 못하게 되어 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흰쥐 실험에서 밤에 먹이를 찾으며 활동하는 이 야행성 동물에게 낮에만 먹이를 제공하고 밤에는 먹이도 제공하지 않고 활동을 제한하여 밤낮의 리듬을 바꾸기 위한 실험을 한 결과, 소화 효소, 혈액의 성분 및 인슐린 등의 분비에 리듬을 잃어 결국은 수명이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깨어져 가는 수면 리듬을 그나마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수면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울러 깊은 단잠이 또한 중요하다. 깊은 단잠이야말로 피로를 회복시키고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때문이다. 깊은 단잠은 꿈을 꾸는 잠인 것이다.
숙면과 운동으로 생체 리듬 유지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사는 사람은 따뜻한 봄에 알맞은 생체 리듬을 가지게 되었고, 기온이 서서히 증가하여 여름이 올 때까지 인체도 이에 발맞추어 서서히 더위에 순응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날씨가 써늘한 가을이 오고, 날씨가 찬 겨울이 올 때까지 우리 인체의 리듬은 이에 적응하게 되었다.
겨울철에는 갑상성 호르몬이 증가되어 대사를 촉진하여 에너지의 이용이 증가되고, 부신의 아드레날린이 또한 증가되어 혈압이 다소 증가되는 반면, 여름에는 알데스테론이 증가되어 땀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소변의 배설을 억제하게 되는 것 이다. 이와 같이 과거의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우리 인체의 리듬이 그대로 순응하게 되었으므로 기온이 갑작스레 변함에 따른 인체의 리듬의 혼선은 없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은 어떠한가? 문명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생체 리듬은 깨어지고 있다. 이는 건강의 측면에서 보면 크게 우려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운 여름철에 갑자기 에어컨이 된 실내에 들어간 다거나, 반대로 갑자기 더운 실외로 나오게 되면 우리 인체에서 내분비 이상이 옴은 물론 체온을 조절하는 센터인 뇌의 시상하부에서 정상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무리가 따르게 된다. 이로써 두통이 오고 현기증이 나는 등으로 신체가 무기력해져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깨어져 가는 이 생체 리듬을 그나마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체활동을 통해 단련된 신체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적절히 대응해 체내의 모든 생리적인 현상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신체의 적절한 단련이야말로 정상 리듬을 계속 유지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운동시간도 아침이면 아침, 저녁이면 저녁 일정한 시간을 정해하는 것이 생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오늘에 사는 우리는 흐트러져 가는 생체 리듬을 되찾아 매일매일의 생활이 생기 있고 활기찬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