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민 씨의 고민
전 꼭 4시 44분을 보게 됩니다. 정말 기분이 나쁩니다. 시계를 자주 보는 편도 아닌데 왜 꼭 4시 44분을 보게 되는 걸까요? 이것 외에도 어쩌다 천장의 무늬라도 발견하게 되면 징그러워 견딜 수 없습니다. 자잘한 무늬가 반복되는 것이 징그럽습니다. 사람들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론 온몸을 긁고 싶은 심정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더 있습니다. 제가 이러는 거 혹시 병인가요? 아니면 남들도 다 그런가요? 좀 무디게 변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의 해결책
우리들 대부분은 쓸데없고 불쾌한 걱정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집을 나서면서 혹시 다리미코드를 뽑았는지, 문단속을 잘 했는지, 무언가 빠뜨리고 나오지 않았는지 등 많은 걱정을 합니다. 결국 다시 집에 가서 확인한 후에야 불안이 누그러지곤 합니다.
그러나 강박증은 이런 일반적인 걱정과는 조금 다릅니다. 비교적 지속적이며, 생각이나 행동이 자신의 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주게 됩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강박증이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마음속에 어떠한 생각이나 장면 혹은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하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일정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정민 님은 강박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4시 44분이라는 특정한 시간이 반복적으로 보이고, 특정한 무늬가 반복적으로 의식되는 것은 강박적 사고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보통 특별히 좋아하거나 불운하다고 느끼는 숫자나 색깔이 있는데,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과도하게 특정 숫자에 집착하거나 회피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자신만의 순서대로 하지 않으면 심각한 불안을 느낍니다. 그리고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모두 가진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오정민 님처럼 강박사고만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강박증은 정신병이 아니며, 신경증의 일종인 불안장애입니다. 흔히 말하는 정신병 환자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데 반해, 강박증의 경우는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강박사고는 마치 위험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말도 안 되고, 불쾌하고, 무섭고, 심지어는 비위가 상하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흔한 강박사고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죽일 것 같은 반복적인 충동, 더러워지거나 오염되는 것, 병균이 옮겨져 감염되는 것 등에 대한 지나친 걱정, 일이 제대로 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뭔가 잘못된 것이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 신앙인에게 있어서 반복적으로 드는 신성모독 또는 불경스런 생각, 가치나 중요성이 없는 물건임에도 잃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물건들이 제자리에 정확하게 혹은 정해진 순서대로 놓여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별로 의미 없는 숫자나 색깔에 대한 생각 등.
이러한 강박사고는 종종 침투적으로 출현해 곤혹스럽고 힘들게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항상 머리 속에 떠올라 마치 배경 소음과 같이 지속적으로 귀찮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강박사고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 그 불편에서 벗어나고자 강박행동을 하는데, 강박행동은 어떤 동작일 수도 있고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반복해서 씻거나,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사소한 물건도 버리지 못하거나, 사물을 정열하고 정리하는 것 등. 이러한 행동은 불안이나 불편을 잠시 동안 불완전하게 해소해주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국 너무 지나쳐서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아마 이러한 예를 가진 이들이 주변에 한 두 사람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강박증은 드문 병이 아닙니다. 또 인종, 성별, 경제적 상황, 지능수준과 무관합니다.
강박증의 원인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뇌와 관련한 생물학적 문제가 주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전적 소인도 어느 정도 발병에 기여합니다. 일단 본인에게 강박증이 있다고 생각하면 치료를 받기 전에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야 합니다. 강박증은 스스로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혼자만의 고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가까운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방문해서 일정기간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를 꼭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닥터 You의 해결책
이주혜_ 부산 중구 중앙동3가
긍정의 힘을 비롯한 긍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책이나 영화를 보세요. 계속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4시 44분의 4가 ‘죽을 사’가 아니라 ‘사랑해 사’로 생각되고, 천장의 자잘한 무늬도 예쁘게 보일 거예요. 그래도 계속 그런 생각이 들면 아이티지진에 고통 받는 난민이
나 심각한 병으로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 영상을 보세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맙고 소중하게 여겨진답니다.
선지영_ 인천 부평구 삼산동
보통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인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걸 보면 소심한 성격이거나 현재 우울한 때를 보내고 계시는 듯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운동화 끈 질끈 묶고 4시 30분에서 5시 즈음 땀이 나도록 뛰어보는 건 어떨까요? 사무실에 앉아 시계를 볼 수밖에 없다면 눈에 보이는 시계를 치우거나 기분 좋은 티타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습니다. 활기차고 기분 좋게 보내다 보면 저절로 좋아질 것입니다.
함께 해결해요 (홍성호 씨의 고민)
무서운 영화나 무서운 얘기를 절대 못 보고 못 듣습니다. 우연히 무서운 장면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며칠 동안 밤마다 생각이 나서 고통스럽습니다. 때론 꿈에 나오기도 합니다. 또 가끔은 가위에 눌립니다. 가위에 눌렸다고 하면 사람들은 기가 약하거나 피곤해서 그런다고 하는데, 제가 늘 피곤한 것도 아닐 것이고 왜 이렇게 공포에 약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겁이 많은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좀 더 대담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과학적인 방법으로 공포를 치료하고 싶습니다.
* 〈닥터 You〉는 여러분 모두가 의사가 되어 노하우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여러분의 다양한 경험과 해결책을 엽서를 통해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