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0명 넘게 온열질환으로 사망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린 이들을 의료진이 발견하면 보건당국인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한다. 이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2013~2017년) 동안 6,500명 즉 한 해에 약 1,300명이 온열질환에 걸려 병원 응급실 등으로 후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에 54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해, 한 해 약 11명이 열사병 등으로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은 주로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낮 12시에서 5시 사이에 논밭과 작업장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나이대별로 보면 50대가 가장 많아 전체 환자의 56%를 차지했고, 60~70대 노인들도 많았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의 경우 우리 몸의 체온 조절 기능보다 더 많은 열을 받은 경우 발생하는데, 50대 이상이 되면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데다가 실외에서 농사 등과 같은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세 이하 어린아이들도 체온 조절 기능이 성숙되지 않았지만, 실외 활동이 많지 않은 덕분으로 온열질환 발병은 많지 않은 편이다.
과도한 신체활동으로 열 발산 안 되면 온열질환 나타나
사람은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인체의 기능이 원활한 항온 동물이다. 체온이 너무 높아지면 몸의 여러 장기가 손상되거나 몸의 기능을 돕는 효소의 이상이 생겨 몸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칫 생명마저 위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등 체온 유지 기능이 있다. 하지만 높은 기온과 습도 즉 무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되거나 농사일 등 과도한 신체활동을 하면 몸의 열을 내보내지 못해 체온이 높아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온열질환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우선 햇볕에 오래 서 있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증상을 보인다면 이는 ‘열 탈진’일 가능성이 크다. 무더위로 혈액순환 기능에 일시적인 장애가 생겨 뇌로 혈액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으면서 어지럼증 등을 느끼며 쓰러지게 되는데,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곧 회복된다.
이에 견줘 열사병은 우리 몸의 체온 조절 담당 조직이 아예 기능을 잃은 것으로, 무더위에 오래 노출돼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도 땀을 흘리지 않고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혼수상태에 빠지는 증상을 보인다. 곧바로 응급실로 옮기지 않으면 고열로 뇌, 간, 심장, 신장 등과 같은 우리 몸의 핵심 장기가 손상을 받고, 이 때문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열사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우선 서늘한 곳으로 옮긴 뒤 옷을 풀어줘야 한다. 또 환자의 몸에 미지근한 물을 분무기 등으로 뿜으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을 사용해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는 것도 좋다.
노약자가 무더위에 더 취약한 이유는?
대체로 무더위에 취약한 집단은 50~60대 이상 노인들과 만성질환자이다. 어린이와 영유아도 마찬가지다. 노인과 아이들의 경우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무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열사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도 무덥고 밀폐된 공간에서 운동이나 작업을 하면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햇볕이 강한 날에는 오전 11시~오후 5시에는 외출을 삼가고 실외 작업도 하지 않는 것이 권고된다. 부득이하게 외출하게 되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양산 등으로 햇볕을 가려야 한다. 무더위에 어지럼증이나 두통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실외와 5도 이상 온도차가 있는 실내에서만 생활하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외부의 폭염에 우리몸이 적응하지 못해 온열질환이 더 쉽게 발생하므로 평소에도 실내외 온도차를 5도 미만으로 유지하고 1~2시간마다 환기를 해야 한다.
과도한 냉방장치 사용은 두통, 안구건조증 불러
무더위를 피해 냉방장치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실내에 오랜 시간 있으면 이른바 ‘냉방병’ 증상으로 괴로운 사람들도 있다. 증상은 대부분 두통, 코 막힘, 콧물, 목구멍의 통증 등으로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소화장애나 잦은 피로감을 겪는 경우도 있다. 또 눈이 가렵거나 안구가 뻑뻑한 느낌 또는 통증이 나타나는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냉방병 증상은 환기를 자주 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증상이다. 또 냉방장치를 가동할 때 외부와의 온도 차이를 5도 이내로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며, 30도 이상 무더위가 나타날 때에도 실내온도는 25~26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방장치를 가동하면 실내 습도가 낮아져 안구건조증이나 목구멍의 통증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실내 습도는 40~60% 정도로 유지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이밖에 자리에 앉아 있을 때에나 잠시 쉬는 시간에 복도 등에서 굳어진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