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시간 여행
조용히 두 눈을 감아본다. 지금 내가 가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리고 서서히 마술을 걸어본다. 어느 새 나는 영화 속에서만 봤던 중세시대 왕족이 되기도 하고, 위대한 영웅이 되어 역사 속 한 장을 멋지게 장식 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이집트 등을 방문해 문명의 현장을 눈으로 실감해보기도 하고, 위대한 위인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직접 들어보기도 한다. 비록 내가 가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한 세계지만 생각만으로 즐겁다. 영화 속 주인공이 맛보는 행복을 함께 느끼며, 역사 속 긴장감 넘치는 신기한 체험들도 해본다.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자유자재로 시대를 거슬러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우리가 여행을 떠나듯이 과거와 미래 또는 우주와 지구촌 어디든 갈 수 있는 여행티켓을 사서 1주일간 경험을 하고 돌아올 수만 있다면 인생은 더욱 흥미 진진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나 역사 속에 나오는 삶의 대다수가 단편적인 모습인 것을 안다. 행복은 일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내가 느끼는 잔잔한 행복과도 다르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지난 세월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위험을 감수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의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 은 삶 속의 모든 역경과 고통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아름다운 삶만을 갈망하고 기대한다. 주인공이 겪었을 시련과 좌절, 인내와 아픔은 모두 잊어버린 채 말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의 인생은 과거가 없는 단편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겪어야 하는 모든 인생의 굴곡을 경험하지 못하고, 단순히 한순간의 느낌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살아온 기나긴 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수많은 인생의 굴곡 속에서 행복 감도 느끼고 좌절감도 느끼면서 말이다. 그동안 지나온 길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개척할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한번 지나온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여러 가지 선택과 갈림길에서 우리는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끊임없이 하나의 길을 찾아 나아간다. 그 길이 옳은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기에 나의 인생여행도 계속된다. 바쁜 일상을 살다가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 현재의 나로 변해있다. 하지만 설사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 할지라도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다. 내게 주어진 길은 어느 누구도 걷지 않는 유일한 길이며,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담고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잠시 방황하고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