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는 언제나 산수향을 그리는 이상이 움트고 있었다. 이는 국토의 7할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져 삼천리 금수강산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수 경승지가 많기 때문이다.
계곡은 땅의 표면에 골이 깊게 패여진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침식과 윤회의 시기나 암석의 성질에 따라 그 모양이 각기 결정된다. 계곡은 아름다움이 클수록 기묘한 기암들과 지형이 발달하여 접근이 어려울 만큼 험준한 경우도 있다.
골짜기 사이로 펼쳐지는 벼랑과 단애, 울창한 숲 등을 배경으로 폭포 · 沼자 · 潭을 이루며 맑은 물이 흘러 함께 이루어내는 계곡은 자연이 이루어내는 작품이다. 이 때문에 글과 그림의 주요한 소재가되기도 하였고 산수화와 같은 독자적인 예술 영역을 이루어 왔다.
또 계곡은 마음의 수양과 단련을 이루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신원의 대상이나 근원이 되어 이를 신성시하기도 했다. 물과 기암, 숲이 어우러지며 이루 어내는 삼중주와 같은 조화미는 예나 지금이나 너무도 경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막바지 여름을 장식하는 무더위를 피해 가볼 만한 경관이 아름답고 이름난 계곡 3곳을 골라 소개한다.
쌍곡
충북 괴산군 청천면 쌍곡리
충북 중앙부의 동쪽, 소백산맥의 동북지역에 위치한 괴산은 고산9경과 괴산8경 등 수려한 산수 경관들을 가득 지닌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알려져 온 곳이다.
괴산읍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30여리에는 속리산국립공원의 일부이며 괴산8경 중 제5경인 절경의 협곡지대 쌍곡이 나타난다. 이곳은 옛날에 이미 쌍천 · 쌍계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이름난 계곡 경승지로 조선시대 명현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 등도 이곳의 아름다운 산수 경치에 반해 줄곧 드나들며 소일하였다고 전한다.
쌍곡은 연풍에서 시작하여 정암리의 갈금에 절경을 꾸며 놓고 다시 흘러내린 쌍천의 계류와 도수리치에서 시작되어 내쌍 · 외쌍을 거쳐온 계류가 연풍천과 합쳐져 계곡을 이룬 것이다. 이 계류는 서쪽의 보개산과 동쪽의 비학산 · 군자산 사이를 거치며 흐른다.
쌍곡지역은 주변의 기암절벽이 빼곡하게 솟아 있고 울창한 숲이 가득하여 소풍지와 쉴 곳이 많고 10여리가 넘게 아름다운 계곡이 이어지고 있다. 쌍곡의 여러 명소 중 하이라이트는 화석바위 못미처에 있는 계곡이다. 이외에도 용바위 · 신선암 · 방아골계곡 등 절경이 연이어진다. 특히 넓은 암반으로 이루어진 문수암 아래에는 커다란 굴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가이드> 교통은 서울 동서울(구의동)터미널을 비롯 청주 · 증평 · 대전 등지에서 괴산행 시외직행버스를 이용하여 괴산읍까지 간다. 청주까지는 고속버스가 편리하고 대전지역은 철도가 편리하다. 괴산읍에서는 쌍곡행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자가운전자는 중부고속도로 증평 IC~증평읍~도안~수암~유평~문광~괴산읍~칠성~장암~마을회관~쌍곡 코스를 택한다.
숙박은 쌍곡 일대에 있는 상점을 겸한 민박집을 이용하거나 야영을 하면 된다. 민박집 주변에는 경치가 좋은 곳이 많다. 식당은 민박과 상점을 겸한 집들이 간이음식을 판다. 괴산읍 내의 전원식당(청국장백반), 괴강 근처 맛자랑 멋자랑(꺽정이 회), 돌구이집(멧돼지구이)등이 유명하다.
보물급 문화재를 지닌 각연사가 인근에 있고 선유동계곡 · 화양동계곡과도 가깝다.
운일암계곡
전북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무주 · 진안 · 장수 등 속칭 무진장지대로 불리는 고원 지대 중심부에 두개의 봉우리가 말의 귀처럼 솟아 있는 마이산으로 유명한 진안군의 북쪽지역에는 노령산맥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운장산이 솟아 있다. 이곳은 진안군의 진안읍에서 70여리의 거리이다.
운일암 반일암계곡은 운장산 동쪽 골짜기와 동북쪽의 명덕봉 골짜기로부터 흘러내린 계류가 대불리를 거쳐 약 5km에 걸쳐 동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주자천 상류 일대에 펼쳐진 계곡이다.
주자천은 대불리 일대의 십여리 구간을 제일로 친다. 이곳에는 검은색을 지닌 각양각색의 기이하고 우람한 바위들이 사방에 널려 있고, 바위 사이로는 맑은 물이 흘러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기도 하며, 때로는 소와 담을 이뤄 선경이 펼쳐진다. 또한 계곡 가장자리에는 울창한 잡목들이 우거져 언제라도 그늘에서 경관을 즐기면서 휴식을 취할 수가 있다.
주자천계곡, 대불천계곡, 야미계곡 등으로도 불리는 운일암 반일암계곡은 해가 반나절 비친다고 해서 반일암으로 불리는 천렵바위를 비롯 비석바위, 형제바위, 대불바위, 용소, 와룡담 등 절경과 명소들이 널려 있다.
운장산은 등산 코스투-두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정상에는 칠성대가 있다. 근처에는 산성과 주천서원, 대양리요지 등이 남아 있다. 주자천으로 거슬러 오르면 백제와 신라의 침공로였던 싸리재가 나타난다.
운일암이란 이름은 옛날 공물을 나를 때 이곳 지세가 험해 하루 30리도 못가서 해가 졌다고 해서 隕자를 붙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매년 여름 전주 · 이리 등지의 인파들이 몰리고 있고 각종 단체들의 행사가 자주 벌어지는 곳이다.
<가이드> 교통은 전라선 철도편을 이용한 후 전주역에서 하차. 고속버스는 서울 · 성남 · 인천 · 대전 · 광주 · 대구 · 부산에서 전주행을 탄다. 전주~진안~주천행 시외버스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금산에서도 주천 경유 진안행이 운행된다.
자가운 전자는 호남고속도로 전주 IC~전주대교~경기장~전주시청~소양면~모래재터널~신정~연장~진안읍~주천~계곡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숙박은 계곡 옆과 도로변에 위치한 에로스산장(☎ 0655-32-7025). 알프스산장(32-7024). 전주여관(32-7026) 등 여관 · 여인숙 등을 이용하면 된다. 민박과 야영도 가능하다. 민박 문의는 주천농협(☎ 0655-32-6576)에 하면 된다.
음식점은 진안읍내에 향토지정업소인 진안관이 애저찜과 탕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계곡 일대 상점을 겸한 간이음식점에서는 토종닭, 닭숯불구이, 도토리묵 등을 팔고 있다. 계곡 입구에서는 입장료를 받고 있다.
수승대
경남 거창군 위천면 대정리
옛부터 함양 화림동, 용추계곡과 함께 ‘안의 3동’ 중 하나로 꼽혀온 수승대는 덕유산의 줄기인 호음산과 금원산, 성령 등에 에워싸여 있는 거창지 역의 제일 명소이다. 계곡은 입구에서부터 노송이 가득하고 맑은 물과 회색빛의 거대한 암반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곳의 이름은 옛날 백제 사신들을 송별하고 슬퍼했다고 해서 수송대로 불리다가 퇴계 이황 선생이 이곳에 은거하던 요수 신권 선생에게 사율시를 지어 수승대로 고쳐 부르도록 권해 수송대가 되었다고 한다. 요수 선생은 퇴계 선생의 글씨를 이곳 바위에 대신 새겨 놓았다.
수승대는 조선 중종 때 요수 선생이 은거해 제자를 가르쳤던 곳이다. 선생은 이곳 기암단애의 모양이 거북 같다고 하여 암구대라고 했고 경내를 구연동이라고 불렀다. 계곡 입구에는 신권 · 신수이 · 성팽년 등 3명현을 모신 구연서원이 남아 있다.
계곡 중심에 위치한 구연암은 높이가 10m, 넓이 50여평의 거 대한 바위로 마치 거북이가 물로 기어드는 착각이 들게 하는 모습이어서 거북바위로 불린다.
88올림픽고속개통 계통 이후에야 비로소 본격석으로 알려지게 되었던 수송대는 1986년 관광지로 지정되고 이듬해부터 7만여평 면적에 야영장, 휴게시설, 운동시설, 상가 등을 새롭게 꾸며 국민관광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가이드> 교통은 철도(경부선)를 이용해 김천 또는 동대구역까지 간 후 거창행 시외직행 버스를 이용한다. 거창읍~수승대는 택시를 이용한다. 자가운전자는 경부고속도로 〜88올림픽고속도로 거창 IC~거창읍~마리~위천~수승대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김천IC~대덕~능양~거창 코스도 이용할 수 있다.
숙박은 간이수영장 맞은편 마을에 위치한 민박집들을 이용하면 된다. 야영장 이용도 가능하다. 인근 위천 · 마리 · 거창읍에는 깔끔한 숙박시설들이 많다.
음식점은 거창읍내 외각에 있는 또 하나의 계곡 명소인 건계정 옆 건계장식당의 닭찜이 유명하다. 수송대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경내에 청소년 모험놀이시설 등이 있어 가족단위 여행에도 적합하다. 수송대 위쪽 지역에는 위천계곡으로 불리는 계곡이 연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