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사칭, 학교 선배 빙자,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접근해 판매
학생들을 짓누르던 수능 시험도 끝이 났다. 방학이 곧 다가오고 방학이 끝나면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졸업과 입학 시즌에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신입생·사회초년생을 노리는 각종 악덕상술이 판을 치므로 조심해야 한다.
해마다 12~5월 사이에는 어학 교재·자격증 교재 등의 해약 상담과 피해 구제를 요청하는 미성년자들의 사례가 한국소비자보호원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단체에 집중적으로 접수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되므로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미리 주의하도록 당부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떤 악덕 상술이 유행하나
국가기관을 사칭하며, 허위 자격증 정보를 남발하면서 자격증 교재를 판매한다. 설문조사를 빙자하고, 학교·동아리 선배임을 내세워 어학 교재를 판매하기도 한다. 또 아르바이트·취업을 미끼로 내세워 각종 교재를 판매하며, 학원 등록을 강요하고, 소프트웨어·컴퓨터 주변 기기 등을 판매한다.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사회 경험이 미숙하고,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어 방문판매원들의 일방적인 선전과 반강제적인 형태의 권유에 쉽게 넘어간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들은 교재 등이 배달된 뒤에야 충동 구매한 것을 깨닫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지만 방법을 몰라 시간을 낭비하기 일쑤다.
피해자들은 몇 차례에 걸쳐 업체에 해약을 요구하지만 업체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났다면서 해약을 거부하거나 설령 해약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방법으로 유혹하나
신학기가 되면 신입생들에게 다가가 학구열을 충동질하면서 외국어 등 각종 교재를 판매하는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린다. 이러한 악덕 상술은 보고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신입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방문판매원에 지나지 않는다.
방문판매원들이 노리는 주요 타깃은 사회 물정을 모르는 신입생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면 때묻지 않은 초보자가 '밥'이다. 반듯한 복장, 세련된 말솜씨, 무늬만 화려한 해박한 지식으로 마음이 들뜬 신입생들을 유혹한다. 교재를 사지 않으면 대학 세계에서 낙오자가 되고 구입하면 전도 양양한 미래가 펼쳐진다고 겁을 주면서 혼을 빼놓는다.
이렇게 구입한 교재는 대부분 내용이 허술하다. 좋은 책은 마진이 적어 방문판매원이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이들이 자주 인용하는 '책 속에 미래가 있다'는 말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 미래는 방문판매원의 미래일 뿐이다.
방문판매원이 즐겨 쓰는 고전적인 방법은 학교 선배를 사칭하는 것. 들뜬 마음으로 등록금을 내고 나오는 신입생을 주로 노린다. 학교 선배라고 하면 마음을 열 것이라는 심리를 훤히 꿰고 있다. '세계화시대'라며 외국어의 필요성을 자상하게 역설하지만 종착역은 테이프가 든 값비싼 영어 교재 판매다.
학교 선배를 사칭하는 방문판매원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는 그야말로 가장 좋은 황금 시장이다. 교수가 강의를 끝내고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 오리엔테이션과 관계가 있는 관계자인 것처럼 연출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이용해 방송국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라고 속이기도 한다. 진로 상담을 해준다며 관심 분야를 파악해 집중 공략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소 등을 포함한 인적사항. 막무가내로 교재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를 입지 않는 예방법을 소개한다.
악덕 상술 피해 예방법
① 필요한 물품이라고 판단되더라도 방문판매원이 선전하는 그 자리에서는 즉흥적으로 계약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상의한 뒤 구입을 결정해도 절대로 늦지 않다. 당장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끌고 가면 역설적으로 더 피해야 한다.
② 이유 없는 친절이나 호의는 진의를 파악한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미래를 앞가림하기도 바쁜데 불특정 다수의 후배를 위해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는 훌륭한 선배는 그리 많지 않다.
③ 설문조사·안내 자료 우송 등의 핑계로 이름·주소 등의 인적사항을 알려달라고 하면 단호하게 거절한다. 십중팔구 교재를 보내 황당하게 만든다.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를 무심코 알려줄 경우 자칫 일방적인 계약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④ 테이프 등 물품이 훼손되면 청약을 철회할 수가 없다. 방문판매원이 무조건 환불이 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물품을 뜯도록 유도하더라도 속아서는 안 된다. 제품의 포장을 뜯어 한 번 사용하면 그것을 핑계로 해약이 안 된다거나 고액의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⑤ 교재가 집으로 배달되면 물품을 훼손하지 말고 즉시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관계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계약한 경우 부모의 동의가 없었다면 청약 철회 기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본인 또는 부모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⑥ 방문판매의 경우 충동 구매로 판단돼 해약하려면 반드시 내용증명우편으로 판매업체에 통보해야 한다. 계약서 교부일로부터 10일 이내, 계약서 교부일보다 상품을 늦게 인도받은 경우 상품 인도일로부터 10일 이내, 계약서를 안 받았거나 계약서에 업체 주소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에는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계약할 때의 체크 포인트
· 방문판매법상 방문판매원은 계약서의 작성·교부 의무 및 계약 체결 전에 청약 철회·해약 조건 등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소비자는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뒤 계약하고 잘 보관해야 한다.
· 판매 목적을 달성한 뒤 수당을 챙기고 종적을 감춰버리거나 연락을 끊는 악덕 방문판매원들이 있다. 방문판매원의 이름·연락처·주소 등을 알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