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이면 신비스런 풍광이 어우러진 선유도에 닿는다. 선유도는 60여개의 작은 섬들로 둘러싸인 고군산 열도의 ‘맏이 섬’이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섬답게 빼어 난 풍경을 뽐낸다. 섬에 닿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망주봉(선유봉)이며 무녀도, 장자도 그리고 삐죽삐죽 솟아 있는 여러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선유봉에서 바라본 망주봉과 선유드 명사십리해수욕장
선유도를 제대로 보려면 ‘선유 8경' 정도는 알고 떠나야 한다. 비가 오면 암봉에서 쏟아지는 ‘망주폭포’, 해 변에서 바라보는 ‘선유낙조’, 3개의 무인도가 삿갓처 럼 보이는 ‘삼도귀범’, 장자도 앞바다에서 밤에 고기를 잡는 모습이 불꽃 같다는 ‘장자어화' 봄이면 해수욕장 주변에 피는 ‘명사십리 해당화', 말도에서 방죽도까지 이어져 있는 12개의 봉우리가 춤을 추는 것 같다는 ‘무산12봉', 신시도의 ‘월영 단풍’, 기러기 모양으로 갯벌로 이어진 모래톱 ‘평사낙안’등 더없이 아름다운 경치가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선유해변 (선유해수욕장) 은 둑길을 사이에 두고 모래 사장과 갯벌로 나뉘어 있다. 1.5km나 되는 길다란 모래사장은 모래가 고울 뿐더러 백사장이 단단해서 자동차로도 달릴 수 있다. 바로 옆에 망 주봉을 안고 있어 경치가 그만인데다 1백여m까지 들어가도 물이 허리밖에 차지 않아 가족 단위의 해수욕장으로 적격이다. 선유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결이 비단자락을 펼쳐 놓은 듯하다.
선유도의 모래톱은 일찍부터 平沙落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진리 마을 뒷산에 올라 이 모래톱을 내려다보면 영락없이 기러기 모양을 하고 있다. 모래톱 안 에는 사당도 있고 갈대밭, 몇 척의 어선도 있다. 그 한 가운데는 수백년 묵은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팽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모진 풍파에도 꺾이는 법이 없어 선유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끈기를 상징해 주는 것이라 자랑한다. 이 평사낙안 모래톱은 물이 들면 금새 그 모습이 사라질 것 같지만 큰 해일이 닥쳐도 가장자리에서 넘실거릴 뿐 잠기는 일이 없다고 한다.
망주봉(해발 152m)은 고 군산열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경사 60〜70도의 가파른 바위산이다. 험한 곳은 로프가 설치돼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르 내릴 수 있다. 망주봉에 오르면 장자도와 무녀도를 비롯해 좌우에 올망졸망 펼쳐진 무인도까지 한눈에 들어 온다. 선유도로 유배당한 신하가 이곳에 올라 임금이 계신 한양을 바라보았다 해서 망주봉이라 이름지어졌다.
선유도는 고려 때 최무선이 왜구를 무찌른 진포해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는 병선들의 정박기지로 이용됐던 군사요충지다. 선유도에서 268m, 폭이 3m 의 장자교를 건너 대장도에 이르면 바위산 기슭에 서울 간 지아비를 애절하게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어린 장자할매바위가 있다. 그 아래 바위 계곡에는 석간 수가 흘러 아담한 우물을 이루고 있다. 그 우물 아래 쪽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몽돌 밭이 있어 가족이나 연인들이 오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석간수는 마셔도 되고 몸을 씻을 수도 있다.
선유해변을 끼고 두 개의 높다란 봉우리가 둘러선 전월리로 가는 길에는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갈대 밭 한가운데로 길이 나 있고 습지에서는 물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갈대밭을 지나 전형적인 섬마을인 전월리와 신기리 포구를 한 바퀴 둘러 보는 것도 좋다. 크고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는 갯사람들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대장도 북서쪽 돌섬인 흰섬 부근에는 천연기념물인 검은 물떼새와 가마우지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흰섬이라는 이름은 이들 새의 분비물로 섬이 새하얗 게 변한 데서 연유하였다.
선유도의 주요 수산물은 김치를 담글 때 맛을 내는 까나리액젓. 멸치의 한 종류인 까나리로 젓을 담아 이를 다시 맑은 젓국으로 만든 게 까나리액젓이다. 선유도의 전월리, 통계리, 남악리는 물론 장자도의 장자리 마을 의 주수입원이기도 하다.
선유도나 장자도 마을에서는 까나리를 재어둔 플라스틱 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제 막 담근 까나리액젓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데. 김장철이 되면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한다. 선유도에서 8대째 산다는 한 아주머니는 까나리액젓을 팔아 아들 딸 대학 등록금을 댄다며 자랑을 늘어 놓는다.
선유도 사람들은 민박이나 식당 등 관광 관련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낚시 배를 대여해 주기도 하고 아낙네들은 물이 빠진 틈을 이용해 소라며 굴을 캔다. 장자교를 건너 대장리에 가면 해녀들도 만나볼 수 있다.
가는 길
군산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군산 여객선터미널 — 선유도(08:00, 14:30). 선유도-군산 여객선터미널(11:30, 16:00). 1일 2회 왕복 운항. 요금 1만 400원. 직행선 1시 간 30분 소요, 일반선 2시간 30분 소요. 선유도에는 승용차를 가져갈 수 없다. 섬 사람들은 주로 오토바이 • 리어카 • 자전거 • 픽업 등을 이용 한다. 군산 여객선터미널 (0654-42-0116).
숙박
선유도 내에는 민박집이 여럿 있어 숙박에는 별 불편 이 없다. 중앙민박(465-3450) 주혜민박(466-0332), 장춘민박(465-2435), 선유 도휴양소 (465-7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