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가 일반인들에게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근래 들어서이다. 인천항에서 서북쪽으로 228 km. 북녘땅 장산곶과는 불과 15km 떨어져 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군사분계선을 머리에 인 채 서해5도 중 최북단에 홀로 떠 있는 섬, 백령도(인 천 옹진군 백령면 소재).
그만큼 사람 때가 덜 묻은 백령도에는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풍성하다. 바닷물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백령도는 그 동안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었다. 배편도 불편하고 들어가도 군사상의 이유로 섬 관광이 많이 제한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1996년부터 쾌속선이 추가 취항하고 시간도 4시간 거리로 단축돼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누구나 출입 가능한 멀고도 가까운 섬이 되었다.
북서쪽에 있는 두무진은 ‘서해안의 해금강’이라고 불린다. 이곳에서는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해층기암이 볼만하다. 사자 · 코끼리 · 새 · 팔각정 등 보기에 따라 갖가지 모습으로 보이는 바위들이 즐비하다.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백석에 팔린 효녀 심청이의 전설도 섬 곳곳에 서려 있다. 심청이가 빠졌다는 인당수, 그녀가 환생했다는 연봉바위, 그녀의 효심을 기리는 심청각이 그런 곳들이다. 심청각이 있는 언덕에 오르면 17km 거리의 북한땅 장산곶이 마주 보인다. 실향민들이 · 망향의 눈 물을 흘리는 데가 바로 이 곳이다. 장산곶 앞바다는 효녀 심청이 빠졌던 인당수로 역사적 고증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여객선이 닿는 용기포구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 치 한 사곶해수욕장. 규조토로 이뤄진 이 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바닥이 단단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24시간 개방되고 텐트도 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2곳뿐인 천연 비행장으로도 유명한데. 주변이 크고 작은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절경을 이룬다. 너비300m의 단단한 규조토 백사장은 비행기가 자유자재로 이착륙할 만한 활주로가 된다. 모래밭이 워낙 단단해 평상시에는 자동차 도로로 이용된다.
사곶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콩만한 돌들로 이뤄진 콩돌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해수욕장은 물론이고 물 속에서 영롱한 무늬를 드러내는 문양석 · 태양석을 보는 재미도 있다. 콩돌해안에는 콩알만한 자갈이 2km 가량 뒤덮여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곳에서의 자갈 찜질은 악성피부염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인기다.
백령도 하면 까나리젓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김치에는 물론 각종 무침이나 웬만한 찌개에도 들어가는 약방의 감초이다. 백령도 사람들에게 까나리젓은 간장이나 마찬가지다. 또 겉모양도 우리네 전통 간장처럼 맑다.
까나리는 멸치처럼 생겼으나 이보다 약간 큰 7〜 8cm 크기의 작은 바닷고기. 앞바다에서 5〜6월경에 많이 잡히는데 주로 액젓을 만드는 데 쓰인다. 까나리는 소금과 7대 3의 비율로 절여 드럼통 만한 플라스틱통에 담아 햇볕 아래서 1년 6개월간 발효 시킨다.
지난 1994년 12월 옹진군이 백령도 남포리에 가공공장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모두 가정에서 담가 팔았다. 까나리액젓은 1, 2.5, 4,9리 터 등 네 가지 용기에 포장해 수협직판장이나 인천 연안부두 등지에서 판매 한다.
태고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백령도에는 노랑부리백로 · 물가마우지 · 괭이갈매기 · 백로 등의 희귀 조류도 서식하고 있고 달팽이 · 황금 풍뎅이들도 발견할 수 있다. 바다표범이 바위로 올라와 지친 몸을 쉬며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되었다. 섬 북동쪽 고봉포 앞바다에서 300m 떨어진 물개바위는 국내 유일의 물범 서식지이다. 4〜10월에는 이곳에서 물범을 볼 수 있다. 1년 중 50일만 관측된다고 한다. 고봉포에서는 육안으로 볼 수 없고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백령도는 여의도의 6배 크기, 총둘레는 110리, 전국에서 12번째 큰 섬이지만 북한 땅이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여전히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다.
주민은 4,300여명으로 이 가운데 20%가 피난민이다. 대부분 반농 · 반어로 생계를 꾸려간다. 진촌리를 중심으로 시장, 다방, 노래방 등 기본적인 위락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주민의 82%가 기독교 신자여서 일요일에는 식당 등 문 닫는 곳이 많다. 백령도는 청정해역으로 성게 - 가리비 등 값비싼 해산물이 많이 난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으로 ‘생태계의 보고’로도 손꼽힌다.
백령도는 천혜의 바다낚시터다. 갯바위낚시. 바다낚시 모두 언제나 조황이 좋다. 주요 어종은 우럭 · 놀래미 · 가자미 · 광어. 갯바위낚시는 사리, 바다낚시는 조금 때가 좋다. 미끼는 지렁이보다 백령도산 까나리나 꼴뚜기를 쓴다. 단, 부두인 용기포를 제외하고는 오후 5시 이후에는 해안 출입이 금지되며 낮이라도 군사조소에 신분증을 맡겨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가는 길
배편은 인천에서 쾌속선 요금이 편도 3만〜4만원선 이고 초 · 중 · 고생은 할인된다. 날이 궂으면 배가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여객선사에 알아보고 출발해야 한다. 인천 연안부두 — 백령도(백령도—연안부 두) 08:00, 09:30, 14:00 (08:00, 09:30, 14:00). 1 일 3회 왕복운행. 4시간 소요.
백령도내 숙박시설은 모텔과 여인숙 15개 외에 민박집이 50여곳 정도 된다.
세모해운 032-884-8700, 진도운수 032-888-9600, 백령면 사무소 032-836-1771〜2, 백령여객선터미널 032-836-5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