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식은 남쪽으로 부터오게 마련이다. 겨울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가지마다 새순이 돋아나고 풀들이 제 빛깔을 찾기 시작 하는 3월, 유서 깊은 사찰을 품고 있는 조계산과 가야산을 찾아보자. 천년 고찰이 전해주는 역사의 풍취는 물론, 국보급에서 이름없는 돌덩어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이 소중한 우리의 살아온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새봄맞이 산행이 될 것이다.
가야산 (1,430m)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의 경계를 이루는 가야산은 수려한 경치로 인해 소백산맥의 명산 중의 명산으로 손꼽힌다. 일명 우두산이라고도 하는 가야산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해인사, 가야산 서남쪽에 자리잡은 해인사의 창건은 신라 제40대 애장왕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건국시 태조는 이 절을 국찰로 삼아 해동 제일의 도량으로 삼으려 하기도 했던 명실 상부한 천년 고찰이다.
해인사 하면 떠오르는 것은 팔만대장경. 창건 이래 일곱 차례의 대화재에도 현재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팔만대장경판과 장경각만은 화를 입지 않고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지극한 불심과 호국정신의 얼을 말해주는 듯하다.
가야산 산행은 가을의 단풍과 함께 하는 코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봄철의 산행 또한 가을 못지않은 즐거움을 전해준다.
산행은 해인사 입구의 홍류동에서 시작한다. 겨우내 내렸던 눈이 녹아 시원한 계곡물을 한껏 쏟아내는 홍류동을 지나면 어느덧 해인사. 잠시 사찰 구경을 미루고 왼쪽 토사골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토사골의 맑은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1시간 가량 올라가면 양옆으로 난 갈래길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30분 가량 올라가면 보물 제 284호인 석조여래입상이 나타난다. 잠시 숨을 돌리고 발길을 재촉하면 이윽고 정상인 상왕봉. 확 트인 시야 속에 건물 50여동의 대찰 해인사를 품고 있는 모습이 아득하기만 하다.
하산은 서성재 쪽으로 길을 잡는다. 왼쪽으로 가야산성터가 역사의 아련함을 한층 더 해줄 것이다. 극락골의 계곡을 따라 1시간쯤 내려오면 다시 해인사, 미뤄두었던 고찰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등산코스(5시간)
해인사입구→해인사→대피소 →상왕봉 →서성재→해인사
길잡이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대구로 간다. 대구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분 간격으로 해인사로 가는 직행이 있다. 자가 운전자는 88올림픽고속도로 해인사 인터체인지에서 1033번 지방도를 타고 4km쯤 북상하면 된다.
숙박
국립공원답게 해인사 아래 치인리지구에는 여관촌과 식당가, 주차장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해인사관광호텔 (0599)332000, 은성장여관(32-5599) 등이 권할 만하다.
조계산 (884m)
승보사찰 송광사와 태고종 본찰 선암사를 품고 있어 더욱 유명한 조계산은 노령산맥의 지맥으로 산세가 수려한데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따스하여 예로부터 소강남이라 불리기도 했다.
산행의 시작은 송광사 쪽이다. 송광사에 접어들면 천연기념물 제88호인 송광사 곱향나무가 탐승객을 반긴다. 일주문과 극락교, 대웅전 등을 둘러 보고 국보 2점과 보물 10점이 전시되고 있는 박물관 또한 빼놓지 말자. 곧게 뻗은 길을 따라 1시간쯤 가다 보면 송광 굴목이재, 아직 해발 500m 내외의 낮은 길을 따라 다시 한 시간쯤 가면 선암굴목이재에 닿는다.
본격적인 산행은 여기서부터, 서서히 가파라지는 길을 1시간쯤 올라가면 배바위를 지나 조계산 정상에 닿는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순천시와 함께 청정한 남해까지 볼 수 있다.
하산은 선암사 쪽으로 길을 잡는다. 20분쯤 가면 향로암터가 있고 여기에 맑은 샘물이 있다. 소장군봉을 거쳐 2시간 쯤 내려가면 선암사. 태고종 본찰답게 강선루를 비롯한 자연과 어울린 절경들이 피곤해진 등산객의 마음을 다시 즐겁게 한다.
등산코스(6시간)
매표소→송광골목이재→선암골목이재 →배바위→조계산→향로암터→소장군봉 →선암사
길잡이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광주 까지 간다. 광주에서 1일 9회 운행하는 송광사행 직행을 이용한다. 또는 순천에서 40분 간격으로 있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자가 운전자는 호남고속도로 주암교차로에서 15번 국도를 이용한다.
숙박
송광사 쪽에는 금광여관 (0661-53-2063), 송광산장(532122) 등이, 선암사쪽에는 조계산장(51-9121), 선암각(546029) 등 숙박시설과 식당이 여럿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