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기온의 4월, 이미 목련을 비롯 개나리며 진달래 등이 제각기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사람들의 정신을 온통 혼란스럽게 하는 계절이다. 바야흐로 봄, 주말이면 가만히 집에 앉아 있기가 힘든 때이기도 하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산의 풍모와 함께 봄의 전령사인 꽃을 완상할 수 있는 두 산을 소개한다. 칙칙한 평상복을 던져버리고 짐을 꾸려 떠나보자. 산을 오르며 보게 되는 꽃망울마다, 활 짝 핀 꽃송이마다에 숨어 있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와 함께, 어느덧 지난 일상을 되돌아 보며 활기찬 생활을 결심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선운산(336m)
선운사와 동백꽃으로 더 유명한 선운산은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우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서쪽으로 드넓은 서해에 면해 있고, 북쪽으로는 변산반도를 바라보고 있어 여름철에도 각광받는 산이기도 하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의 본래 이름은 도솔산. 그러나 백제 때 창건된 고찰 선운사가 있어 선운산이라 불리고 있다.
산행의 들머리는 바로 선운사. 서기 577년(백제 위덕왕 24년) 검단선사에 의해 창건된 뒤 여러 차례의 보수와 증 개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경내에는 대웅전 (보물 290호) 등 보물 3점과 8점의 지방문화재 등을 거느리고 있다.
사찰 구경을 마치고 마이재 쪽으로 길을 잡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5천여평의 동백나무숲을 마음껏 완상 하며 걷자, 미당을 비롯 수많은 문인과 가객들의 찬사의 대상이 되었던 선운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이재까지는 40분이면 충분한 거리.
마이재에서 방향을 남쪽으로 잡는다. 20여분이면 도솔산 정상에 닿는다.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 발길을 옮기자. 20~30분 간격으로 닿게 되는 국사봉 · 소리재 · 천상봉을 거 치면 이윽고 낙조대. 멀리 보이는 서해의 일몰 광경을 완상할 수 있다.
하산은 도솔암 쪽으로 길을 잡는다. 도솔암을 거쳐 도솔계 곡과 선운계곡을 지나면 다시 선운사 입구에 닿는다.
등산코스(5시간)
선운사 → 마이재 → 도솔산 → 국사봉 → 소리재 → 천상봉 → 낙조대 → 도솔암 → 도솔계곡 → 선운계곡 → 선운사 입구
길잡이
호남고속도로 정주 인터체인지(회덕 기점 119.3km)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톨게이트를 지난 뒤, 좌회전하면 22번 국도와 29번 국도가 갈리는 지점에 이른다. 여기서 22번 국도를 타고 26.5km 정도 가면 신덕식당과 연기식당이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선운사 입구 종합주차장에 이른다.
대중 교통은 고창이나 정주에서 30분내지 1시간 간격으로 있는 선운사행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숙박 · 맛집
선운장(0677-61-2035) 등 각종 호텔 · 여관 · 민박집이 잘 갖춰져 있다. 동백호텔(62-1250) 한식당에서 정통 풍천장어의 맛을 볼 수 있다. 비리지 않으면서도 달착지근하게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장어의 맛이 일품이다.
팔영산(609m)
이름 그대로 일곱개의 암봉이 남쪽으로 일직선을 이루면서 바위 장벽을 쌓고 있으며, 주봉은 남동쪽으로 약간 비켜 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험준하고 변화무쌍한 맛과 계절의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능가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서기 419년(신라 눌지왕 3년) 아도스님이 창건, 10대 사찰의 하나로 군림하다가 임진 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644년에 중건된 능가사는 또한 비구니 사찰로도 유명하다.
능가사 뒤로 팔영산의 연봉이 바라보인다. 절 왼쪽으로 난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각종 꽃들과 대나무숲을 지나 40분쯤 오르면 넓은 반석과 참나무숲이 이어진다.
30분쯤 발길을 재촉하면 전망이 트이면서 암봉이 나온다. 이같은 암봉이 7개가 연달아 있다. 손발을 다 사용해 암봉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이윽고 정상인 팔영산이다. 정상에서는 다도해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남서쪽으로 길을 잡고 20분 쯤 걸으면서 잘 조성된 자연 휴양림을 즐기다 보면 북쪽으로 난 길이 있다. 여기에 있는 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북쪽으로 길을 잡아 1시간쯤 발걸음을 재촉하면 이윽고 능 가사 입구에 다시 닿게 된다.
등산 코스(5시간)
능가사 → 제1봉 → 2 · 3 · 4 · 5 · 6 · 7봉 → 팔영산 → 샘터 → 능가사 입구
길잡이
광주나 광양에서 고흥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는 직행을 이용한다. 고흥 터미널에서 능 가사가 있는 성기리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또 서울에서 고흥까지 1일 3회 운행하는 직행이 있다.
숙박
백림장(0666-34-2277), 동백장 (35-0100) 등 숙박시설은 충분한 편이다. 소문난 갈비탕 (33-2052)에서 정통 한식 고기요리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