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등줄기에 땀이 날만한 날씨다. 이제 여름의 시작인 6월, 좀 덥기는 하겠지만 한층 더 푸르러진 숲이 만들어주는 그늘과 가끔씩 지친 발길을 붙잡는 반가운 샘물이 있어 더욱 즐거운 것이 산행이 아닐까. 초여름 등산객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산이 둘 있다. 둘 다 800m 내외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 부분의 암봉이 스릴을 느끼게 해 주는 곳이다. 편한 차림으로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고 서로 도와가며 한 걸음씩 옮겨 이윽고 정상에 섰을 때, 거칠 것 없는 산바람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청량산(870m)
3대 기악의 하나로 일컬어 온 청량산은 말 그대로 그림처럼 빼어난 자태를 뽐내는 산이다. 김생, 최치원, 퇴계 이황 등 선현들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을 만큼 우리 선조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산이기도 하다. 산행의 시작은 낙동강 상류의 광석나루터. 하얀 모래밭과 느린 흐름의 얕고 맑은 물이 유명한 곳이다. 소나무·단풍나무가 그득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윽고 내청량사. 정남으로 자리잡은 유리보전은 주위의 암봉과 어울려 한 폭의 절경을 이룬다. 여기서 잠시 목을 축이고 반야봉이라는 표지를 향해 가파른 돌길을 오르면 이윽고 능선에 오르게 된다. 능선에서부터는 발밑에 펼쳐진 기암괴석과 절벽들이 연출 해내는 풍경에 넋을 잃을 정도다. 주능선 위에 줄지은 아슬아슬한 암봉과 암릉은 보는 이의 찬탄을 저절로 불러 모은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가 갈림길에서 오른(남)쪽 아래 경사길로 발길을 바꾸면 내청량사와 더불어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외청량사가 보인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마침 샘터가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다. 계속 큰 길을 따라가면 이름실 마을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모두 12.1km, 4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산행 코스
광석나루터→갈림길→내청량사→정상→외청량사→계곡아래→이름실
교통 및 숙식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주행 직행버스를 이용하여 영주로 간 뒤 영주에서 봉화까지 간다. 봉화에서 북곡리나 남면리행 완행버스를 이용할 것. 철도는 중앙선을 이용할 수 있다. 광석나루 쪽 여인숙과 식당이 이용할 만하다. 청량산 휴게소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국망산(770m)
장호원에서 38번 도로를 타고 충주 방면으로 가다가 만날 수 있는 국망산은 국도변에 위치해서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쉽지만, 국망산만큼 녹녹치 않은 산세와 규모를 자랑하는 산도 드물다. 정상인 암봉을 중심으로 들쭉날쭉한 주능선이 암릉과 암벽을 이루면서 달리는 산세가 절경이다. 때묻지 않은 호젓함으로 등산객을 유혹하는 국망산 산행은 하남고개에서 시작한다. 해발 310m의 하남고개 마루 턱에서 서쪽 능선길을 따라 걸으면 잔솔 군락을 지나 첫 번째 암봉에 닿게 된다. 이곳의 샘터에서 잠시 쉬며 발걸음을 궁리해 본다. 싸리나무 군락을 지나면 암릉의 연속. 사방이 탁 트여 바람도 시원할 뿐 아니라 전망 또한 말할 것 없이 좋다. 전망 좋은 마지 막 암봉에 올라서면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정상의 기쁨은 오른 사람만이 아는 것.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의 경개는 어느산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북쪽으로 오갑산, 동쪽으로 보련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하산길은 서능을 따라 참나무 숲길을 택한다. 580고지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택하면 오른쪽 계곡 밑으로 돌아내려와 안골에 이른다. 이곳의 맑은 샘물로 산행의 피로를 씻고 본평리 쪽으로 하산한다. 모두 8.2km, 3시간이면 충분 한 코스다.
산행 코스
하남고개→정상→580고지 → 472고지→안골→본평리
교통 및 숙식
서울 상봉터미널에 장호원행 버스가 30분마다 있다. 장호원에서 다시 용대리 경유 하남 고개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장호원이나 용포리에 여관과 식당이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