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은 떠나는 사람에게 가벼운 흥분을 주는 법이다. 한여름의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8월, 가족과 함께 가볍게 떠나는 산행을 준비해 보자. 가벼운 차림으로 가족들과 함께 열차에 오른다. 창가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열차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기차여행을 되새겨보며 가족과 함께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사서 먹어보자.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두 곳, 삼악산과 고대산을 소개한다.
삼악산 (654m)
요화봉 · 청운봉 · 등선봉 세 개의 봉우리로 이어진 삼악산은 설악산 암봉의 절경과 오대산의 웅장함을 한 곳에 축소시켜 놓은 듯한 산이다. 경춘선 강촌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5분쯤 달리면 의암 댐 입구에 다다른다. 댐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상원사 입구라 쓰인 간판과 매표소가 보인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암릉길을 따라 길이 한 번 크게 왼쪽으로 휘어졌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들면 삼악산장이다. 조 금 더 발길을 재촉하면 반가운 샘터를 만난다. 등골까지 푹 젖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 잠시 숨을 돌리며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는 것도 좋으리라.
샘터 위의 상원사를 지나면 길이 급경사로 변한다. 지그재그로 한동안 올라가다 보면 이윽고 능선 마루, 이제부터는 여기저기 쇠줄을 설치한 암릉을 타고 넘는 난코스다. 턱 끝까지 차 오른 숨을 고르며 양쪽의 아찔한 절벽이 칼날처럼 호위하고 있는 작은 길을 따라 조 금만 가면 이윽고 정상 입구이다.
이곳의 경개는 어느 명산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동북쪽으로 펼쳐지는 의암호의 장관은 지금까지의 노고를 싹 잊게 만든다. 기암괴봉 사이로 넘실거리는 의암호의 물결은 강렬한 태양 빛에 보석을 깔아놓은 듯 반짝거린다. 멀리 춘천호와 춘천시가 아름아름 가늠된다.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고 난 하산 길에는 흥국사와 선녀탕, 등선폭포가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 거대한 암벽사이의 협곡을 따라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가벼운 산행 코스
폭포 입구 부근보다는 의암댐 방향으로 500m 떨어진 민박촌의 막국수가 별미의 맛을 제대로 전해준다.
교통 · 숙박
청량리역에서 비둘기 · 통일 · 무궁화호를 이용, 강촌역에서 하차하여 춘천시행 시내버스를 탄다. 상봉터미널에서 10분마다 떠나는 춘천행 버스를 이용, 춘천에서 구곡폭포행 시내버스를 타고 의암댐 입구에서 하차해도 된다. 상원사 아래 삼악산장과 흥국사 아래 민박집이 다수 있고, 강촌역 부근에도 숙박업소가 다수 있다.
고대산 (832m)
경기도 연천 일대는 가족과 함께 당일 코스로 오붓한 한 때를 보내기 적합한 곳이다. 끊어진 경원선의 최 북방에 위치한 신탄리역에 내리면 금방이라도 다가올 듯한 고대산이 보인다. 경기 연천과 강원 철원을 가르는 고대산은 광주산맥의 줄기 가운데 위치한 숨겨진 명산. 지난 7월 새로 3개의 등산로를 지정,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정된 등산 코스는 신탄리역에서 500여 m 떨어진 고대산상회 앞 입구에서 출발해 칼바위나 20m 폭포, 또는 계곡을 경유하여 정상에 오르는 세 가지 코스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를 따라 40여분 올라가면 작은 샘터가 있고, 이윽고 작은 물줄기가 한 줄기로 합쳐지는 합수점이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해발 832m의 고대산 정상에 오른다. 소요 시간은 2시간 정도, 민통선 안의 철원평야 너머 북녘의 산봉우리들을 천천히 조망할 수 있다.
반세기 동안 갈라진 북녘땅을 바라보며 어린 자녀들에게 갈라진 민족의 가슴 아픈 현실을 설명해 주는 것도 좋으리라.
하산은 북동쪽으로 능선을 타고 20분쯤 가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한다. 30분쯤 깊은 숲속으로 난 오솔길을 내려가다 보면 20m 높이를 자랑하는 표범폭포가 있다. 폭포의 장관을 구경하다 보면 이미 이마의 땀은 씻은 듯이 날아가 버린다. 완만한 초원지대를 거치면 농가들이 모여 있는 하산점에 이른다. 천관계곡에 있는 대광유 황천에서 성인병에 특효가 있다는 탄산나트륨이 가득 함유된 온천욕을 즐겨도 좋다. 가족탕은 2만원, 1인 입욕료는 4천 원이다.
교통 · 숙박
의정부역에서 매시 20분에 출발하는 경원선을 타면 신탄리역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최근 비둘기호에서 한 단계 뛰어오른 통일호급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대광리 쪽에 온천을 비롯 숙박업소가 다수 있다. 신라가든에서는 깔끔한 고기 요리와 후식으로 이 지방 특산인 배를 대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