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공감필법
저자 유시민
출판사 창비
페이지 152쪽
성인 3명 중 1명이 일 년 중 책을 1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읽을거리는 예전보다 많아졌다.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의 정보가 쏟아지고, 또 여러 번 개인의 생각을 각자의 채널에 표현하며 공감을 원한다. 무작위로 쏟아지는 정보를 단순 책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읽을거리와 글 쓸 채널이 많아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가려내고,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유시민 작가는 이 책에서 ‘독서, 공부, 글쓰기’에 대해 말한다. 전업 작가로서 공부란 무엇이고, 책을 읽고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 안내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공부란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이라고 한다. 특히 독서는 “공부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효과가 특별히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며, 또한 “쓰는 만큼 공부”라고 말한다. 즉,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그가 읽은 《사피엔스》, 《코스모스》, 굴원의 〈어부사〉, 《맹자》와 《유한계급론》 등을 예로 들며, 자신이 어떻게 책을 읽었으며 어떤 의미를 찾았는지 설명한다. 그는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보다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텍스트에 담긴 그대로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책을 읽는다고 한다. ‘공감’이 선행되어야 책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온전한 비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책의 저자가 말하는 의미를 자신의 삶에 비춰본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 굴원의 〈어부사〉의 구절을 읽고 “세상에 맞추어 사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인생” 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을 읽으면 결국 독서란 시험을 준비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된다. 공감을 하고 독서를 하면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넓어진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언어로 정리할 때 비로소 나의 것이 된다. 글을 씀으로써 “자기 언어” 세계를 확장하며, 그 속에서 “자기다움”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공부의 본질’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본질의 발견 : 업의 본질로 정의하는 인문학적 컨셉 발견 공식
저자 최장순
출판사 틈새책방
페이지 276쪽
제목에 끌렸다. 《본질의 발견》. 책의 제목처럼 본질을 발견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싶었고, 부제처럼 “업의 본질로 정의하는 인문학적 컨셉 발견 공식”을 알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통하는’ 컨셉을 발견하여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직종을 “광고대행사, 스토리텔링 기업의 기획시스템에서 제작 최고책임자”라고 설명되어 있다. 기업의 브랜드를 정의하거나 혹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알릴 수 있도록 광고를 제작하는 직종이다. 고개만 돌리면 온통 광고인 세상에서 여러 사람에게 각인되고 울림을 주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이 직종의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할지 궁금했다.
저자는 본인이 직접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예를 들어 ‘본질을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서비스 브랜드 컨셉 개발”, “삼성생명 : 사람, 사랑 브랜드 컨셉 철학 정교화” 등의 사례를 들어 컨셉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시대에 소비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브랜드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기본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브랜드 실체를 은폐·왜곡하지 않는 컨셉, 겉만 번지르르한 이미지로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는 컨셉, 그것이 최선의 컨셉”인 것이다. 최선의 컨셉은 “BEAT 공식”에 의해 도출된다.
이 공식은 B(Business Definition, 업의 본질 정의) / E(Experiential Problem, 고객 경험상 문제점) / A(Actual Solution, 실질적 해결 방안) / T(Thrilling Concept, 전율을 일으킬 컨셉)의 약자로, 각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콘셉을 정교화하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껏 해왔던 프로젝트를 이 공식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이 책에서는 본질을 발견하는 손쉬운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본질을 발견하는 것은 오랜 시간의 관찰과 공부, 아이디어 그리고 소통 과정을 통해 정교화된다.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이야말로 본질을 발견하는 원천이다. 《본질의 발견》에서는 오랫동안 현업에서 치열하게 생각하고, 인문학적 사고로 브랜드를 정의해 왔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고민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저자 전우용
출판사 돌베개
페이지 391쪽
내가 사는 곳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걸까?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알아보다가 정작 내가 사는 곳의 수도, 서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가 지었다. 작가는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학, 도시이론과 문화 비평 등을 넘나들며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인문학적 탐사를 한다. 대한민국의 도시 중 유일한 순 한글 이름인 ‘서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똥개’, ‘땅그지’, ‘무뢰배’. ‘깍쟁이’ 등 말의 유래를 통해 서울의 풍속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또한 청계천, 종로 거리 등 서울을 상징하는 것들의 역사적 배경을 추적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에 수록된 200여 컷의 사진 자료다. 광화문 앞에 있는 소달구지과 전차, 한복을 입고 서울을 활보하는 여인들, 이런 사진을 보면서 불과 100여 년 전에 이렇게 풍경이 빠르게 바뀐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또 100년 후에 서울의 모습은 지금과 얼마나 다를지 상상하게 된다.
‘덕수궁 돌담길’, ‘촬영국’, ‘도깨비시장’, ‘복덕방’ 등 작가가 제시한 28가지 열쇳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알게 된 것만 같아 기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무심코 걸었던 길이 마치 여행지를 거니는 것처럼 설레고 재미있다. 추석 긴 연휴 동안 아직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수도, 서울 투어를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9월엔 독서만으로도 삶이 풍요로워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