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진의
연극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출연 배우의 이름이다. 물론 간혹 고급 관객들은 감독의 이름을 먼저 살펴보기도 한다. 가령, <프로메테우스>같은 S.F. 영화에는 대단한 스타급 배우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이다.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을 만들었던 S.F계의 거장, 아니 <글래디에이터>와 <델마와 루이스>를 만든 영화계의 거장, 리들리 스콧 말이다. 그렇다면, 연극은 어떨까? 사실 연극은 어느새 대중문화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대중문화라기보다는 미술이나 클래식 음악 공연처럼 고급문화 관객의 희귀한 소비 품목처럼 여겨진다는 뜻이다. 수많은 유명 영화배우들이 연극계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만 그 뿐, 그들의 연기를 무대에서 직접 관찰하려는 관객들이 많지는 않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연극의 일회성이라는 특성상, 시간과 공간이 제약되어 있다는 것, 두번째는 최소 3만원은 되는 관람료의 부담이 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화적 소비 형태에서 이는 큰 제약이 됨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장진의 <허탕>은 ‘장진’이라는 이름에 크게 기대고 있는 작품이다.
만약 <허탕>을 선택한다면 배우나 드라마투르기(극작법, 희곡론 등 드라마의 구성을 가리키는 말) 같은 전문적 관심사가 아니라 장진이라는 유명 연출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듯싶다. 장진은 현재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돼 활동을 시작한 연극 연출가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장진의 본류가 바로 연극에 있는 것이다. 이런 면모는 장진의 영화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나 <웰컴투 동막골>은 우선 연극이 원작이었다. <웰컴 투 동막골>이야 제작만 맡고 연출을 박광현에게 맡겨 좀 덜하지만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매우 연극적 영화임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작인 <로맨틱 헤븐>도 그렇다. 장진 영화의 연극적 특성은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한 공간에 여러 사람을 모아두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연극 무대의 특성상 해프닝은 편집이 아닌 한 무대의 시간적 연착에 의해 표현되어야 한다. 장진 영화는 하나의 고정된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두번째는 미스테리의 구성법이다. 영화는 고전적으로 시간적 차이와 되돌아보기 즉, 편집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간다. 장진의 영화나 연극은 미스테리를 지향한다. 뭔가 강렬한 축을 찾아가는 이야기의 힘을 통해 관객의 집중력을 끌어낸다. 세번째는 장진의 코미디가 상황의 어긋남과 기대와 예측의 어긋남 속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시간차 공격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겹겹의 상황을 통해 웃음이 튕겨 나온다. 대개 장진 영화들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허탕>은 장진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허탕>은 장진이 군대에 있을 때 희곡을 썼던 초기작이다. 이미 신하균, 정재영을 캐스팅해 1995년과 1999년에 무대에 올린 바도 있다. 그러니까 장진의 신작이 아니라는 말이다. 2012년 <허탕> 공연에는 김원해, 이세은 등이 캐스팅되었다.
장진식
유머와
풍자
<허탕>은 감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죄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7성급 감옥이라는 사실인데, 최상의 와인과 클래식까지 제공되는 공간이다. 이 감옥 안에 두 명의 죄수가 수감되어 있다. 한 명은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죄수1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막 수감생활을 시작한 죄수2이다. 죄수2는 낯선 감옥 풍경에 놀라고 만다. 시간이 흐르면서 죄수2 역시 감옥의 안락함에 적응해 나간다. 그런데 이때 새로운 죄수3이 등장한다. 게다가 이 죄수3은 여자다. 그녀는 무엇인가 과거의 상처가 있는 듯 기억과 말을 상실한 채 감옥에 들어왔다. 연극은 이 세 사람의 기막힌 동거에서 빚어지는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셋밖에 안 되는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맡아 긴장과 갈등을 이끌어간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 성격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바가 있다. 가령, 감옥에서의 고급스러운 삶을 예찬하는 죄수1이 탈출을 위해 매일 밤 창살에 톱질을 하는 행동 같은 것 말이다. 정확하지 않지만 내란죄로 감옥에 갇힌 죄수2의 성격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감옥에 갇혀 점점 더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비밀을 간직한 죄수3의 성격이 모호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장진 사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몇몇 배우들에 대한 장진의 애착은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도 새러데이 나잇 라이브 쇼에 고정 출연하는 장진 사단 배우들의 면모를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원해 씨가 바로 그이다.
7성급 호텔 같은 감옥이라는 설정처럼 연극은 이 설정의 특이성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무대 역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원형으로 꾸며진 모서리마다 관객들이 앉는 특이한 구조로 이뤄진 객석은 마치 감옥의 한 벽이 되는 기분을 선사한다. 모니터와 CCTV의 금속성이 감금의 이미지를 강조해주기도 한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한다거나 간수들이 직접 등장해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는 것도 재미있다. <허탕>은 장르적으로 구분하자면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고 폭소를 원한다면 실망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 시작은 기발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의미의 연쇄는 끊어지고 모호한 냉소들이 쌓여간다. 사랑이라는 대안도 초보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십여 년이나 흐른 시간도 사건의 공감각적 만족에는 저해된다. 아무래도 무의미와 난해함이 일종의 문화적 코드였던 90년대 말의 분위기와 현재는 상당히 달라져 있으니 말이다. 감옥이란 분명 우리 사회의 어떤 모습들에 대한 메타포①일 것이다. 장진은 유머와 풍자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갑갑한 부분을 고발하고 싶었음에 분명하다. 감옥 같은 세상에 만족하는 인물, 아예 말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인물, 어떻게 해서든 이 감옥을 이해해보려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진단명을 내리고자 한다. 불편한 진실이 판을 치는 세상, 그 세상에 대한 씁쓸한 웃음이 바로 <허탕>이다.
*2012.6.15. ~ 2012.9.2.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각주
메타포(Metaphor) - 은유, 어원적으로는 전이의 뜻이며, 숨겨서 비유하는 수사법
이달의
신작
books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300만 명의 마음 비타민 꿈아저씨 고도원 씨의 인생 수업서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가 출간되었다. 고도원 씨는 잡지사와 중앙지 기자를 지내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 담당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10년 전부터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그가 보내는 아침편지는 지친 삶의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는 글로 유명하다.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역시 치열한 삶을 사는 현대인을 위로하며 잊혀진 꿈과 열정을 되살릴 수 있는 70여 편의 생생한 지혜를 담았다. 특히 이 책에는 ‘마음돌봄’이라는 화두 속에 ‘깊은산속 옹달샘’ 명상센터를 운영하며 명상으로 제2의 인생을 열고 ‘꿈너머꿈’을 이루어온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통찰이 담겨 있다. 그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지쳐 있는 마음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가슴을 울리는 깨달음을 전함으로써, 마침내 ‘꿈이 우리의 삶을 신명 나게 춤추게’ 하도록 돕는다. 전작인 <잠깐 멈춤>에서 휴식과 멈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자기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내 안의 힘을 기르는 방법들을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꿈이 우리 삶을 춤추게 하기 위해선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에서부터 꿈이 자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고도원 / (株)해냄출판사
movie
연가시
한국 최초의 감염재난 영화가 개봉한다. 그 동안 단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한국 최초의 감염재난 영화 <연가시>는 변종 기생충 연가시로 인해 벌어지는 감염재난 상황이라는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연가시>가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 것은 실제라고는 믿기 힘든 연가시의 생존 방식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변종 연가시는 인간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의 뇌를 조종,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만드는 치사율 100%의 위력을 지니고 있어 그 어떤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보다 더 끔찍함을 더한다.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되었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실제 변종 연가시 출현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 두려움을 자극한다.
또한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된 여름시즌, 연가시 감염이 다름 아닌 ‘물’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관객들의 공포심을 극대화 시킨다. 환경오염으로 생겨난 신종플루, 슈퍼박테리아처럼 실제로 일어난 바 있는 감염 사례처럼 <연가시>가 선사하는 리얼하면서도 끔찍한 재난현장은 새로운 재난 영화의 패러다임을 선보일 것이다.
박정우 감독/ 김명민, 문정희 주연
7. 5. 개봉
exhibition
천명天命,
다산茶山의 하늘
예술의전당·강진군·단국대학교는 공동으로 <정약용 탄생 250주년 특별전-천명(天命), 다산의 하늘>을 6월 16일부터 7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학문과 사상을 밝히는
친필 저술, 시(詩)·문(文)·서(書)·화(畵)
등 문예작품, 학맥·가계·사우·문인 등의 교유관계 유물과 자료 150여 점이 공개된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중용강의보, 중용강의보, 악서고존 등 10여 건 30여 점은 다산이 직접 소장하였던 가장본으로 1925년 을축(乙丑) 대홍수로 인해 다산 생가에서 흩어진 이래 최초로 한자리에서 공개되는 유물이다.
특히 다산가장본 목민심서는 1902년 광문사에서 연활자로 찍은 책의 저본이 된 정고본(定稿本)이다. 이번 전시는 다산 탄생 250주년을 기해 경학(經學)·경세학(經世學) 등의 저술과 시문과 서화 등 문예유물, 그리고 교유관계 인물을 통해 다산의 전모를 보는 사상 초유의 전시. ‘천명(天命)’을 코드로 다산의 학문·사상과 문예,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통찰을 실제유물로 가능케 함으로써 다산의 전체상을 그려낼 수 있게 된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서울전 : 7. 22.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진전 : 7. 28. ~ 8. 5. 강진군 다산기념관
festival
2012 국립극장
多문화페스티벌
국립극장 ‘多문화페스티벌’이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내국인은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및 다문화가정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多문화페스티벌은 세계문화를 소개하고 문화예술로 하나되는 소통의 장이자 열린 문화예술축제로서 공연과 야외행사로 꾸며진다. 문화적인 이질감과 정체성 혼동을 겪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소통을 통해 꿈을 꾸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 8개 나라의 예술가들이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공연을 만들어가는 <슈퍼히어로>, 베트남의 대표 전통공연 <수중인형극>이 대표 공연이다. 이 밖에도 축제 기간에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는 글로벌 벼룩시장, 글로벌 Food Zone, 함께 즐기는 해피 서커스 공연, 브라질 리듬의 퍼커션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올여름 국립극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 문화피서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7. 27. ~ 29. / 금 오후 3시, 7시 30분, 토 오후 3시, 5시, 일 오후 3시
<슈퍼히어로> 7. 26. ~ 29. / 평일 오후 3시, 7시 30분, 토 오후 3시, 5시, 일 오후 3시
<수중인형극> 7. 25. ~ 29, / 평일 오후 2시, 4시, 주말 오후 2시, 4시
www. ntok.go.kr 국립극장 고객지원실 / 02-2280-4114
보령머드
축제
대한민국 명예 대표축제인 보령머드축제가 7월 14일부터 7월 24일까지 11일간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세계인과 함께하는 신나는 머드체험, ‘머드에 흠뻑 빠져라! 뒹굴어라! 그리고 즐겨라!’의 주제로 개최된다. 체험 프로그램인 머드셀프마사지, 머드몹씬, 머드에어바운스체험, 갯벌체험과 머드축제사진전, 머드화장품, 축제캐릭터 상품 전시 등의 기획전시 행사, 야간공연인 머드 콘서트, 힙합-레이브 파티 등 11일간 주요 47개의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열린다.
보령머드축제는 1998년 첫 회를 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 발굴과 대외홍보를 통해 2006년에 이어2008~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명예 대표축제’로 지정되어 세계적인 축제로의 발전과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올해는 더 다채롭고 풍성한 체험과 볼거리를 구성해 축제 참여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글로벌축제포럼, 세계머드피부미용대회, 머드화장품 학술세미나 등도 축제 연계프로그램으로 열린다.
7. 14. ~ 7. 24. /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