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선을 탄 주식
사실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만약 그걸 안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판단으로 위험도(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일단 증시가 최근 왜 이렇게 오른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유동성의 힘이 컸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주가를 끌어 올렸다는 것. 기업의 가치가 올라간 측면도 있지만 주식 투자용 자금의 유입이 계속 늘어났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 투자자금들이 매수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종합주가지수를 1,700선대에서 1,900선대까지 끌어올린 데는 외국인이 6조 원 이상의 순매수 행진을 벌인 것이 주효했다.
이처럼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사 들인 배경엔 바로 전 세계 환율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일단 미국 입장에서 보면 금리가 제로 수준이라 은행에 돈을 묻어두긴 보단 어디에든 유휴 자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진국은 아직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기 힘든 상황. 반면 한국 같은 신흥 시장은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하고 기업 실적 또한 뛰어나다.
더군다나 미 정부가 경상수지 악화 등을 막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앞으로 신흥국 화폐 가치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제로 금리로 복귀하며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위해 돈을 뭉텅뭉텅 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양적완화’이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주식을 산다면 실적 호전으로 인한 주가 상승뿐 아니라 원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2007년 당시 상장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70조 원 수준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영업이익이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직도 주가가 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주가수익비율(PER)은 2007년 13.1배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9.3배 정도이다. 2007년의 종합주가지수 1,900선과 2010년의 1,900선을 똑같이 보면 안 된다는 것. 이에 따라 시장에선 주식 시장이 당분간 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살까, 말까? 주식
그럼 당장 주식을 사야 할까. 그러나 절대 서둘러선 안 된다. 오히려 주식 고수들은 이미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10월 초 1,900선에 도달한 증시가 이후 다시 1,800선대로 내려앉은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주식 시장에 오래 몸 담았던 일부 전문가가 앞으로 증시가 한 번 더 출렁거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에서 ‘족집게’로 소문이 난 김영익 하나금융경제연구소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내년 상반기에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가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 본 반면 유독 강한 상승장을 예상해서 이름을 높였다. 김 소장이 이러한 예상을 하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세계 경제가 그리 낙관할 정도가 아니다. 금융 위기 이후 공격적인 재정 지출 확대 정책으로 급한 불을 껐던 각 국 정부가 최근 재정 건전성에 신경을 쓰면서 갈수록 정책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
금융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민간 부문의 부실이 정부의 부실로 이전된 것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주요국 증시가 이미 2009년 큰 폭의 상승세를 거뒀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중요한 것은 증시가 이렇게 내년 상반기까진 한 차례 크게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 때가 오히려 매수 시점이라는 데 있다. 김 소장은 경기 선행 지수가 이미 꺾였는데 주가는 아직 안 떨어졌으니 조만간 하락 가능성이 높은데 이후엔 다시 경기 선행 지수가 상승 반전하는 만큼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은 아무도 모르는 법.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증시의 폭락과 이후 폭등까지 정확하게 예측했던 30년 증권 고수조차 “주가는 신만 아는 것”이라고 토로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굳이 주식 투자를 한다면 우량주를 중심으로 자신의 책임 하에 하되, 증시를 내다 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하고 과욕을 부려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