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화두
요즘 정보통신 관련 외신을 다루다 보면 유독「아이폰」이나「구글폰」등 이른바 스마트폰 관련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된다. 스마트폰이란 문자 그대로‘똑똑한 휴대폰’이다. 기본적인 통화 기능 외에 무선인터넷이나 푸시메일, 내비게이션 등의 첨단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인기다.
이에 따라 어떤 제품이 올해 전 세계인의 각광을 받을 것인지를 놓고 새해 벽두부터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스마트폰이 IT 강국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아이폰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으로 유명한 미국의 애플이 지난해 6월 세상에 내놓은 아이폰은 아이팟의‘휴대폰 버전’이라불릴 만큼 멀티미디어 성능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미국 시장에만 첫 선을 보인 뒤 작년 11월부터는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서도 판매중이다.
지난 연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폰은 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인 구글이 선정한‘올해의 인기 검색어’1위에 꼽혔다. 또 아이폰은 작년 1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뽑은‘올해의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일개 전자제품 정도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 코드이자 트렌드다.
아이폰은 휴대전화의 디자인 흐름도 바꿔놓았다. 그동안 휴대전화의 숫자와 문자 입력 방식은 키패드가 대세였다. 그러나아이폰은 휴대전화 인터페이스도“터치스크린으로 진화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소비자는‘구매’로 화답했다. 전화 통화는물론 인터넷 검색, e메일 전송, 사진 및 동영상 감상까지 단 한번의‘터치’로 가능하다. 사진을 확대하고 싶으면 손가락 두 개를 벌리면서 스크린을 만지면 되는 식이다.
구글폰
세계 제1의 인터넷업체인 미국의 구글은 작년 11월개발 코드명「안드로이드(Android)」로 불리는 이동통신 운영체제와 향후 구글폰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폰은 하드웨어 제품이 아니다. 일종의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OS)며, 휴대전화를 구동하는 모바일 플랫폼이자 서비스다. 따라서 구글폰에는 구글의 검색엔진을 필두로 해,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스, UCC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이메일 서비스인지메일 등 구글이 인터넷을 통해 제공 중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들이 기본 탑재된다. 이렇게 되면 휴대폰이 아니라‘손안의PC’다.
그럼 왜 구글은 직접 휴대전화 제품을 만들지 않고 운영체제로 이동통신 시장에 도전할까. 이는 PC산업을 연상하면 이해가쉽다. 휴대폰은 이제 거의 노트북 수준이다. 성능이 높아질수록중요한 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다. 실제로세계 PC 시장서 최고의 이윤을 내는 기업은 PC 제조업체가 아니다. 「윈도」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구글은 구글폰 생산을 위해 현재 전 세계 휴대폰 생산업체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를 물밑 접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국의 LG전자를 비롯해 스프린트, 퀄컴 등이 거론된다. 구글 모바일 플랫폼이 탑재된 휴대폰은 올해 중반께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 파장
아이폰이나 구글폰 모두 한국 시장 상륙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하지만 일단 국내 시장에 이들 제품이 풀리기 시작하면 기존 SK텔레콤∙KTF∙LG텔레콤 중심의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과, 삼성∙LG전자의 단말기 시장에는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이폰은 미주∙유럽 시장서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와휴대전화 제조업체간 권력 관계를 바꿔놓았다. 그간 휴대전화제조업체는 버라이즌, NTT도코모 등 이동통신 서비스의 눈치보기에 바빴다. 이동통신사의 선택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됐기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국가별로 단 한 곳의 이동통신사만을 파트너로‘간택’한다. 이동통신사가 감히 아이폰의 기능과 서비스에 관여할 수도 없다. 기존‘갑∙을’관계가 뒤엎어진 것이다.
반면 별다른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는 국내 이동통신시장만의 특성이 작용한다. SK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각자의 인터넷 접속 방법인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을 통해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번다. 따라서 만약 접속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WI-FI 접속을 지원하고, 무선인터넷 말고도 다양한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손해다. 하지만 KTF 등 후발업체들은 아이폰 등과의 제휴를 통해 극적인 국면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구글폰 역시 삼성∙LG전자 등이 하드웨어 제조업체로 이번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나,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모두프로젝트서 배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