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이다. 새해는 정해년(丁亥年)으로 60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다. 오행에서 정(丁)은 불을 뜻해 붉은 돼지의 해가 되나, 여기에 음양오행을 더해 계산하면 노란색인 금이 가미된단다. 결국 올해가 바로 황금돼지 해가 된다는 얘기다. 재물을 상징하는 돼지가 황금까지 뒤집어쓴 셈이다.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이쯤 되면 새해에는 결혼이나 이사, 출산 등이 크게 늘 것이란 게 자명해진다. 이 같은 대소사에는 언제부턴가 으레 각종 가전기기 등 전자제품의 구매가 뒤따르고 있다. 결혼에는 혼수가전 구입이, 이사 때는 기존 구형 제품을 신형으로 바꾸는 수요가 각각 줄을 잇는다. 출산준비물 중에도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 같은 ‘아기 마중 제품’ 이 인기다. 그렇다면 새해 디지털 가전제품 구매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짚어보자.
올림푸스의 대표적인 디버전스 디카인「뮤 740」.카메라 본연의 기능인‘촬영’에 역점을 둬, 30만 원대의 판매가에도 감도(ISO)는 1600까지 지원하며 광학은 5배줌까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서울신라호텔서「중장기 비전과 하반기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앙드레김(오른쪽)이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신제품양문형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디자인 & 프리미엄
올해 가전제품의 트렌드는 한마디로 디자인과 고급화다.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과, LG전자는 서양화가 하상림 씨와 각각 손잡고 냉장고·세탁기·김치냉장고 등을 선보이며 가전 업계 전반에‘아트와 가전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전자제품에 감성과 예술적 요소를 강조한, 이른바‘데카르트 신드롬’ 이 새해가 전 매장을 뜨겁게 달굴 것이란 전망이다. 데카르트는 기술(tech)과 예술(art)을 합성한 신조어다. 첨단 가전제품에 소비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과 기능성을 구현한 것을 일컫는다. 이 같은 데카르트 전자제품은 필연적으로 기기의 고급화를 불러온다. 이는 프리미엄급 제품의 탄생을 의미한다. 비슷한 성능의 제품이라면 보다 화려하고 감성적인 터치가 풍부한 제품을 고를 것이며, 이에 대한 추가 비용 지불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게 최근 소비자들의 가전제품 구매행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풍적 인기를 끈 LG전자의 초콜릿폰이나 삼성전자의 보르도 TV, 대우일렉의 명품 주방가전인 아르페지오 등은 소비자들의 감성코드를 자극하는 ‘예술품’ 수준이었다. 올해는 또 어떤 명품 가전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줄지 지켜보자.
컨버전스 & 디버전스
중대형 가전제품 못지않게 최근 중시되고 있는 전자제품 이바로‘디지털 휴대기기’다.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해 디지털 멀티미디어재생기(PMP),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등이 디지털 휴대기기의 대표 제품군이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고가다. 지난해부터 디카 시장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렌즈 교환 식(DSLR) 디카만 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요즘 최신형 휴대폰이나 PMP, 내비게이션은 50만~60만 원대다. 크기로봐선수십배더 큰 냉장고나 세탁기, TV 등과 가격대가 비슷하다.
또 제품의 기능과 그 쓰임 등이 복잡하고 까다롭다. 따라서 구매 시부터‘깐깐한’ 비교·검토가 필요하다.
이들 제품의 새해 트렌드는 컨버전스와 디버전스로 집약된다. 컨버전스(convergence)는 한제품에 여러 기능을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원래 통화가 기능의 전부였던 휴대폰에 문자 전송 기능을 비롯해 사진·동영상 촬영, MP3 재생 기능 등이 더해진 게 대표적인 예다. 동영상 파일의 재생이 주요 기능이던 PMP에 내비게이션 기능이나 디카, 캠코더, 전자사전, MP3플레이어, DMB 수신 등의 기능이 융합되는 등 디지털 휴대기기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당연시돼 온 현상이다.
하지만 컨버전스의 급격한 가속은 기기의 가격을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려만 놨다. 특히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사용설명서 보는 일이 말 그대로‘일’이 됐다. 있는지도 모르는 기능이 융합된 고가의 디지털 휴대기기를 사는 데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꼴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디버전스(divergence)다. 올해는 이 디버전스의 바람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컨버전스와 반대로 디버전스 제품들은 단순한 기능과 낮은 가격을 앞세워 얼리어댑터도 아닌, 그렇다고 컴맹이나 기계치도 아닌 평균치의 보통 구매층을 타깃으로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정도만 필요한 사람에게 DMB폰은 무리다. 결국‘자동(AUTO)’으로 고정해놓고 찍을 사진인데 굳이 값비싼 DSLR 디카를 사는 것은 사치다.
한 가지 제품 기능에 충실한, 그러면서도 값이 싼 디버전스 제품의 구매야말로 각종 정보기기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친절한’ 선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