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항을 하얗게 수놓은 오징어 건조장
하선한 승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은 도동항을 하얗게 수놓은 오징어 건조장이다. 관광객들이 나중에 돌아갈 때 들르는 필수 코스이건만 무엇이 급한지 자석처럼 발걸음이 건조장으로 향한다. 특별히 귀한 건어물이라 할 수도 없는 오징어에 육지 관광객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울릉도가 육지와 달리 굴뚝 없는 청정 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선착장이 있는 도동과 도동에 인접한 사동 등지에 짐을 푼다.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는데다가 여객선터미널과 가깝기 때문이다. 도동은 울릉도에서 제일 큰 다운타운이다. 도동 일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은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약수공원 내 독도전망대이다. 독도전망대에서 올려다 보는 밤하늘, 우산국의 천년 전설을 품은 별들이 쏟아질 듯 하고 그 별빛은 이 땅에 반영이 되어 천 가지 사연을 품은 야경을 도동에 만들어 놓는다.
케이블카가 있는 약수공원엔 독도박물관이 있어 독도를 꿈꾸는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올해로 개관 10년째인 독도박물관을 두고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이라 하지만 독도박물관이 단순히 그 의미만 가진 건 아니리라. 독도는 우리 영토 수호의 자존심이자 보루이다. 울릉도와 독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출토 유물이 말해주듯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지증왕 때 지금의 강릉 군주인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한 내용은 사료에 처음 등장하는 울릉도의 모습이다. 지금은 어떤가. 본섬을 포함한 4개의 유인도에 약 만 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고 독도에도 주민이 살고 있다. 울릉도를 말할 때 흔히‘3무(無) 3다(多)의 섬’이라는 표현을 쓴다. 요즘엔‘쓰리고(3高)’라고 하여 하나가 더 붙었다. 높은 성인봉과 파도, 물가를 뜻하는데 기름 값을 예로 들면 전국에서 가장 비싸지만 이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 기름 역시 먼 바닷길을 달려오지 않았는가.
저동에서 올라가는 내수전 일출전망대도 울릉도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포인트이다. 이곳에선 저동항과 섬목 해안을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가 있어 울릉도를 내려다 볼 수 있다면 낮은 곳에서 울릉도를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도동항에 조성된 해안 산책로와 섬 둘레에 잘 닦여진 해안도로가 바로 그것이다. 도동의 해안 산책로는 한두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으로 울릉도의 기암과 야생화, 코발트빛 푸른 바다를 근접하여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육지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본격적인 울릉도 관광을 하려면 작은 버스로 움직이는 현지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일부 구간을 제외한 섬 전역을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할 수 있으며 신비의 땅 나리 분지도 들러볼 수 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지대라 할 수 있는 나리 분지는 울릉도의 생태계와 문화가 잘 보존된 곳으로, 폭설이라도 내려 그곳에 사나흘이고 발이 묶여봤으면 하는 충동이 들곤 하는 곳이다. 옛날 울릉도 개척 당시 주민들의 전통 가옥인 너와집과 투막집은 나리 분지가 가지고 있는 보물이기도 하다.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하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너와집은 강원도의 그것과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나리 분지 말고도 울릉도에는 재미있는 곳이 많다. 육지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울릉도 순찰의 증거품으로 가져갔다는 황토가 있는 태하동 황토구미도 그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이곳의 오징어는 울릉도 오징어 중에서도 최상으로 쳐준다. 당일 잡은 오징어를 맑은 바닷물에 씻어내 깨끗한 해변에서 말리는데, 어떤 사람들은 꼭 태하동까지 들어와서 오징어를 사가곤 한다. 도동이든 태하동이든 건조장의 오징어는 모두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에서부터 풀려나간다. 저동항 어판장에서 아침 햇살을 맞으며 오징어 배를 따는 아낙들의 모습은 장관이다. 오징어 배를 째고 내장과 눈을 떼어내는데, 이 내장과 눈도 버리는 것이 아니란다. 내장은 울릉도 별미인 오징어 내장탕의 주재료가 되고 눈도 방어낚시의 미끼로 훌
륭한 제 역할을 해낸다고 하니 오징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아낙들의 바쁜 손놀림을 보자니 육지처럼 다양한 일자리가 없는 이곳 울릉도에서도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낼 수 있었던 삶의 끈기가 바로 여기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저동항은 아침 어판장 풍경과 함께 촛대바위 일출로도 유명하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다. 섬 전체가 화산섬이다 보니 평지가 없는 것이고 해안은 대부분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나리 분지도 화구가 무너져 생긴 것이다. 섬 중앙의 최고봉 성인봉(984m)은 늦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등산객들을 유혹하고 있고 천상에서 쏟아지는 듯한 봉래폭포는 울릉도 주민들의 생명수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돌아볼 수 있는 울릉도는 한계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해상 유람이 좋은데 배를 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면 코끼리 모양의 공암, 곰 모양의 곰바위, 울릉도 절경에 반해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는 세 선녀의 삼선암, 관음도, 죽도 등을 갈매기와 벗하며 둘러볼 수 있다.
그대 가슴에 독도를 품었는가
흔히 국토의 막내라고 일컫는 독도. 행정구역으로는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가 된다. 울릉도에서는 87㎞가 떨어져 있고 일본 오키도현에서는 157㎞가 떨어진 화산섬이다. 처음엔 하나였을 거라고 하는데, 지금은 크게 해양경찰이 머물고 있는 동도와 민간인이 살고 있는 서도로 나뉘어져 있다. 울릉도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접안시설이 되어 있는 동도의 선착장에 머문다. 우리에게 알려진 독도의 풍경은 주로 동도의 모습이다. 독도가 가진 국방적 가치, 생태적 가치, 자원적 가치, 관광적 가치를 생각하니 일본의 시비가 새삼 미워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도사랑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독도를 지키자는 운동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독도로 호적을 옮긴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런데 호적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등록을 하고 독도에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서도에 살면서 독도 이장을 맡고 있는 김성도 씨. 독도 선착장에 내리면 맞은편 서도 해안가에 보이는 집이 김성도 씨의 살림집이다.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날, 김성도 씨가 선착장으로 나가기만 하면 단연 인기가 최고다. 어느새 독도의 최고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가을이면 독도의 바위틈 곳곳에 해국이 가득하여 마치 연분홍 빛 숄을 두른 듯하다. 해국은 대표적 해안절벽식물로 죽도나 울릉도 본섬에서도 볼 수 있기는 하지만 독도의 해국만큼 감격스럽지 못하다. 독도에는 우리 뜨거운 가슴이, 끓는 피가 더해지기 때문에 풀 하나, 돌 하나, 바람 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독도야말로 우리의 자존심이자 생명의 상징인 심장이다.
삼형제 굴바위, 장군바위 등의 기암을 뒤로 하고 독도를 오르면 가슴 뭉클해지는 몇 가지 장면과 마주친다.‘ 한국령’이라고 쓰인 암벽, 군인을 대신해 독도를 지키고 있는 해안경찰,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빨간 우체통…. 아직까지 독도 관광이 온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어서 일반 관광객들은 선착장에만 머물다 가곤 하지만 울릉도에서만도 3시간의 뱃길을 감수하고 독도까지 찾아온 관광객들의 환희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독도를 배경으로 삼형제 굴바위, 장군바위를 배경으로 저마다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사람까지 살고 있는 우리 땅 독도를 우리가 샅샅이 둘러볼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 아쉬움을 메우고자 함일까 여객선은 동도와 서도를 천천히 선회한다. 돌다보니 숨겨진 작은 섬들도 몇몇 보이고 동도 뒤편 산비탈에 우연히 형성된 한반도 모양의 지형도 보인다. 울릉도, 독도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여행쪽지(지역번호 054 공통)
* 일 정
- 1일차 : 도동항, 저동항 일대, 약수관광지구, 봉래폭포
- 2일차 : 육상 관광(해안 일주, 나리 분지, 성인봉 등 / 현지 여행사 프로그램 추천)
- 3일차 : 독도 관광(또는 울릉도 해상 관광), 해안 산책로
* 울릉도는 강원도 묵호, 경북 포항에서 출발함.
- 묵호여객터미널(2시간 30~3시간 소요 / 편도 45,000원 / 531-5891)
- 포항여객터미널(3시간 소요 / 편도 54,500원 / 242-5111)
* 육상 관광 작은 버스를 이용한 투어(1인, 15,000원 / 4시간 소요 / 울릉도개발관광 791-6866, 홍이관광 791-0884, 울릉관광 791-0066)
* 해상 관광 쾌속유람선을 이용한 섬 일주(1인 18,000원 / 2시간 소요 / 791-4468)
* 독도 관광
- 독도관광해운 : 편도 2시간, 상륙 및 선회 1시간, 총 5시간 소요 / 37,500원 / 791-8111
- 대아고속해운 : 왕복 3시간 30분~4시간 소요 / 40,000원 / 791-0801 / 묵호와 울릉을
취항하는 배가 독도를 가므로 가끔 시간에 쫓기는 단점이 있다. 독도에서는 접안시설에 상륙만 할 수 있고 섬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는 없다.
* 숙박시설
- 대아리조트 791-8800 / 도동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기본 80,000원부터
- 울릉호텔(791-6611), 울릉비치호텔(791-2355), 산마을 민박(791-4643 / 나리 분지)
* 맛 집
향토음식으로는 약소불고기, 오징어내장탕, 따개비밥, 홍합밥, 산채백반 등이 있다. 약소불고기는 울릉약소숯불식당(791-0990)·암소한마리(791-4898)에서, 따개비밥은 99식당(791-2287)·해운식당(791-7789)에서 맛볼 수 있다. 나리 분지의 산마을식당(791-4643)은 산채정식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