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감염은 과거에도 있어
국내에서 인플루엔자 감염이 큰 관심을 받은 것은 2009년 이른바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이다. 그 해 봄에 멕시코나 미국 등 북미 대륙에서 시작된 이 인플루엔자 감염은 결국 국내에도 퍼져 이듬해까지 약 250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인플루엔자 감염이 세계적으로 가장 악명을 떨친 것은 1918년 이른바 ‘스페인 독감’이다. 이 때 마침 기차나 선박 등 교통수단의 발달에 발맞춰 인플루엔자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2000만~25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물론 국내에도 퍼져 당시 언론에서는 ‘유행성 감기’에 걸린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스페인 독감 유행이 지난 뒤 수십년이 흐른 뒤에도 ‘홍콩 독감’, ‘아시아 독감’ 등이 널리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인류보다 앞서 지구에 자리 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한 기록을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볼 수 있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를 보면 1798년(무오년)에 독감이 유행했다는 표현이 있고, 영조 때에도 문인들이 ‘독감’에 걸려 고생했다는 표현이 있다. 이런 기록들로 인플루엔자 감염은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을 괴롭히고 사망하게 했던 걸로 추정해볼 수 있다.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다!
고열, 오한 근육통 등이 주요 증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에게서 나온 침방울이 입으로 들어오거나, 바이러스가 손에 묻어서 다시 코나 입으로 옮겨와 감염된다. 보통 1~4일의 잠복기를 거쳐 주로 호흡기 계통에서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목구멍의 통증이나 가래, 기침, 콧물, 두통 등이 나타나고 발열 등으로 체온이 올라간다. 발열이나 두통 등과 같은 증상은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 지속되지만, 기침은 2주 가량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면 보통 감기와 거의 같기 때문에 구별이 어려우며, 이런 증상으로 그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고열이나 심한 근육통, 오한, 전신 피로감 등이 나타나면 보통 감기에 걸렸을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보통 감기보다 더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독한 감기’ 또는 ‘독감’으로 부르게 된다는 뜻이다.
면역 떨어진 취약층에서 합병증 잘 생겨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는 침이나 가래 등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같이 생활하거나 같은 교통수단 안에 있어도 감염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영유아, 다른 만성 또는 면역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더 감염이 쉽게 이뤄지며, 폐렴 등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 위험성도 높아진다.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을 구체적으로 보면, 심장질환, 폐질환, 당뇨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대표적이다. 또 암이나 혈액응고장애, 만성 신장질환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질환군에 속한다. 질환이 아니더라도 임신 2~3기에 해당되는 산모나, 2살 미만의 영아도 합병증에 걸리기 쉬운 집단에 속한다.
치료제 있지만 효용 떨어져
감기는 ‘약을 먹어도 일주일, 약을 안 먹어도 7일 간다’는 말이 있다. 감기약이 증상 개선에 다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부분은 보통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자연 회복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플루엔자는 폐렴 등 여러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감기와는 대처가 다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연구 끝에 개발된 치료제가 흔히 ‘타미플루’라고 부르는 약인데, 이 약은 한계가 있다. 기침, 고열 등 인플루엔자 감염 증상이 발생한 지 48시간 안에 사용해야 하고 그 이후에 먹으면 부작용만 겪기 쉽다는 것. 인플루엔자 감염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흡사하여 이 약을 처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감기 증상을 보이면 곧바로 사용하도록 보건당국은 권장하고 있다.
예방접종이 합병증 및 사망 위험 줄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0~15년마다 유행하는 종류가 바뀌고 1~3년마다 작은 변이를 일으키기에 예방접종이 필요한 위험군은 매년 접종을 받아야 한다. 어릴 때 1~5번 정도 맞는 수두나 홍역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유행할 수 있는 3종류의 바이러스를 지정해 이에 대한 예방접종을 준비하게 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생후 6~59개월 소아, 임신부, 사회복지시설 수용자, 장기 관련 만성질환 및 면역력 저하 질환 환자, 의료기관 종사자 및 6개월 미만 영아 돌봄이 등은 우선 접종 대상자고 생후 60개월~18세에 해당하는 청소년은 집단생활로 인한 인플루엔자 유행 방지를 위해 접종이 권장되는 대상자다. 이른 봄까지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