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어느 날 난 크로노스(Kronos : 시간을 관장하는 그리스의 신)를 찾아가 부탁을 했다. “하루 24시간은 부족합니다. 저에게 2시간을 더 주세요. 저는 하루 26시간이 필요해요.” 크로노스는 나에게 물어본다. “ 왜 당신에게하루에 2시간이 더 필요하지? 무엇을 하고 싶은 거지?”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못했던 공부를 더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좀 남으면 운동도 더 하고요.” 다시 크로노스가 질문했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 때때로 회식을 하거나 친구를 만납니다. 그러다 집으로 와서 시간이 되면 공부하다가 자는데요.” 내 답변에 크로노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는 이미 2시간이 더 있어. 다만 숨어있을 뿐이야. 숨어있는 시간을 먼저 찾은 후에 나에게 오면 그때 2시간을 더 주겠네.”“숨어있다고요? 전 시간이 부족하다니까요!”
그렇게 크로노스는 사라졌고, 나는 투덜거리며 돌아와야 했다.
그리곤 자문했다. ‘숨어있는 시간을 찾아 보라고?’ 허탈한 마음으로 가만히 앉아있을 때 문득 시계를 보았다. 22시 05분. 한 달 전인 9월만 해도 22시 05분이면 도서관에서 돌아오고 있을 무렵이다. 퇴근 후 집 근처 시립도서관에 20시 30분까지 가서 도서관이 끝나는 22시까지 공부를 한다. 22시 05분이면 MP3플레이어로
영어 교재를 들으면서 10분 남짓 걸리는 집으로 걸어오고 있을 시간. 좀 더 그때를 돌이켜보면, 22시 10분쯤에 집에 돌아와서는 집 근처 공원에서 50분 동안 조깅 및 가벼운 체조, 샤워를 하고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가 23시 30분. 잠자리에 들 때가 24시 30분에서 01시 사이. 9월 한 달은 그렇게 지나갔다. 하지만 아쉽게
도 10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랬다. 계획에 따라 실천했던 9월과 그러지 못했던 10월은 시간에 대한 관점에서 분명 차이가 있었다. 9월의 시간은 내가 써야 할 시간이었고, 10월의 시간은 내게서 스쳐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또 9월의 시간은 공부·운동 등으로 재창조되었으나, 10월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기만 했다. 그렇게 보면 9월의 하루는 24시간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24시간을 넘어 25~30시간도 될 수 있을 것처럼.
시간은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고 실천할 때 늘어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에 대한 효율이 늘어나는 것이다. 더불어 계획과 실천으로 다져진 시간 관리는 계획한 목표를 단기간에 이루게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에게 10월 내내 시간이 부족했던 이유는 시간을 계획했지만, 그것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숨어있는 시간은 늘 내 주변에 맴돌고 있었고, 계획과 실천이 결합되어서야 그것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생겼던 것이다.
시간을 더 받게 되더라도 의지가 부족해 실천하지 못하면 하루 26시간은 무용지물이다. 이제 나는 책상 위에 붙어있는 시간표대로 다시 실천해 나아갈 것이다.‘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간다’는 우리 속담을 교훈 삼아 성공의 그 날까지 공부에 다시금 매진하련다. 그때가 되면, 크로노스에게서 당당히 시간을 더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