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활동량을 늘려라
활동량을 늘릴 때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TV 보면서 제자리 걷기를 주로 했다. 이것만 틈틈이 해도 평소 활동량이 부족한 필자에게 아주 좋은 건강법이 됐다. 직장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이 의외로 적기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의식적으로 활동을 더 하려고 했다. 가급적이면 3,4개 층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휴일에는 가족과 야외활동을 많이 하려고 했다.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 아파트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거나 청계천 등과 같은 곳에서 산책을 많이 했다.
이때 필자는 만보계를 차고 다니면서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으려고 노력했다. 만보계는 상하 움직임에 따라 1개가 올라가기 때문에 1만 개가 찍히면 실제 걸음 수는 7000보 정도가 된다. 이처럼 활동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자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3주 정도 지나자 자연스럽게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2단계 활동 강도를 높여라
활동량을 늘리는 습관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강도를 높였다.
TV 보면서 제자리를 걷는 시간을 5분에서 10분 또는 20분으로 늘리고, 걷는 속도도 올렸다. 또 팔을 젓는 동작도 더욱 크게 했다. 간혹 걷다가 뛰기도 했다. 2단계에서는 만보계를 1주일 단위로 체크했다. 하루에 1만 2000개씩 총 8만 4000개 이상이 되도록 유지했다.
총 6주간 활동량과 활동 강도를 높인 뒤 중간평가를 했다. 체지방검사기에 올랐다. 6주 동안 0.9㎏이 줄어들어 있었다. 식사량은 종전 그대로 유지한 탓에 감량 정도가 비교적 높지 않았다. 그래도 움직임이 많은 탓에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어든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체지방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근육 양은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가 있다. 보통 체중을 빼기 시작하면 수분부터 빠져나가는데, 특히 근육 안에 있는 수분부터 사라진다. 이때 검사를 하면 체성분 검사기는 이런 몸 상태를‘근육량이 줄었구나’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근육량이‘저평가’되는데다 무기질도 감소하기 때문에 지방을 뺀‘제지방량’수치가 낮게 나온다. 그와 반대해 제지방을 뺀 나머지‘체지방’은 높게 나오는 것이다. 일종의 다이어트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
3단계 식사량을 줄여라
처음이 어려웠다. 그동안 먹던 양이 있는데 그걸 줄이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식사량을 줄여야지 하면서도 밥그릇을 모두 비워낸 것이다. 그래서 아예 밥그릇에서 10~20%를 미리 덜어놓고 식사를 시작했다. 3일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습관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었다. 간식도 줄였다. 특히 밤에 잠자기 전에는 가급적 먹
지 않았고, 배가 고프면 우유를 조금 먹고 나머지는 물을 마셨다.
3단계에는 만보계를 벗어던지고 그 대신 식사일지를 썼다. 그래야 하루에 얼마나 열량을 섭취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을 때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도 있다. 가끔은 많이 먹는 것이다. 다만 과음이나 과식을 한 뒤에는 평소 섭취량보다 많은 부분을 2~3일에 걸쳐 나눠서 소비하도록 노력했다.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최종평가를 했다. 체중은 총 3.6㎏이 빠져있었다. 비만 여부를 알 수 있는 각종 지표들도 모두 정상 범위로 돌아와 있었다.
새로운 가치관을 가져라
‘첫째 무조건 많이 움직여라, 둘째 시간이 나면 더 움직여라, 셋째 여유가 되면 강하게 움직여라, 넷째 많이 먹었으면 많이 움직여라.’
바로 게으른 건강학의 4대 원칙이다. 그동안 효과가 좋다는 다이어트 방법이 많이 나왔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그 효과를 봤다. 그러나 대부분 중단할 경우 바로‘요요현상’이 나타나는 단점이 있었다. 게으른 건강학에 따라 다이어트를 했다고 해서‘요요현상이 1%도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하지는 못한다. 다만 일부러 운동을 했거나 식사량을 크게 줄인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요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래서 4대 원칙에 또 한 가지의 원칙을 추가했다. 제5대 원칙은 바로‘습관을 유지하라’이다. 아주 고생스럽게 만든 습관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절로 몸에 밴 습관이라고 쉽게 말해버릴 만큼 거저 얻은 것도 아니다. 만약 또 다시 퇴근하자마자 바로 소파에 퍼질러 누워 버리면 필자는 분명히 과거로 돌아갈 것이고 다시
살이 찌게 될 것이다.
2005년 노벨의학상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존재와 진단, 치료법을 개발한 과학자‘로빈 워런’과‘베리 마샬’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무쇠를 녹일 만큼 강산성을 띠는 위산(胃酸) 때문에 위장 안에는 그 어떤 미생물도 살 수 없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위장 안에도 버젓이 균이 살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특히 베리마샬은 치료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먹고 급성 위궤양에 걸리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과학자의 정신이란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이처럼 목표가 크든 작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베리 마샬의‘무모함’은 훌륭한 성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또 없는지, 계속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내 몸은 내가 직접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