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의
매명사
셜록 홈즈
동사무소의 견본 서류에 홍길동이라고 쓰여 있듯이 “셜록 홈즈”는 탐정의 대명사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 소설을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도 ‘셜록 홈즈는 사립 탐정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베레모, 파이프 담배, 지팡이 등의 이미지로 환유되는 이 남자는 소설에 묘사된 대로 따져보자면 무려 103세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셜록하면 떠오르는 파트너 왓슨 박사, 그의 적수 모리아티에 이르기까지 셜록 홈즈는 단순한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어떤 상징이자 기호인 셈이다.
명성만큼 셜록 홈즈가 영화나 만화 등 다른 장르로 각색된 경우는 140여 차례에 이른다. 특히 최근엔 셜록 홈즈라는 이름과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셜록 홈즈>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가이 리치 감독은 영화 속에서 “셜록”을 실수투성이 다혈질 천재 탐정으로 그려낸다. 초고속 촬영을 통한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스펙터클한 모험극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도 그런 점에서 가이 리치의 선택과 닮아 있다. 셜록 홈즈라는 탐정의 이름과 이미지를 빌려 왔지만 “앤더슨가의 비밀”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창작 스토리이다. 셜록 홈즈는 지난해 초연을 했다. 그리고 제17회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작품상과 작곡상, 극본상까지 주요 3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익숙한 이름과 창작된 이야기를 조합함으로써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무대영상과 조명을 좀 더 보완하고, 새로운 출연진들을 보강해 앙코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19세기 런던, 어느 크리스마스 전야에 의문의 총성 두 방이 울려 퍼진다. 이 총성은 바로 앤더슨가로부터 들려온 것. 사건이 일어난 후 2주가 지나고, 세 남자가 셜록 홈즈를 방문한다. 그들은 각각 찾아오지만 한 여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루시. 루시의 약혼자인 아담 앤더슨과 그의 쌍둥이 동생 에릭 앤더슨 그리고 쌍둥이 형제의 숙부인 포비 앤더슨이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시점에 셜록 홈즈를 찾아오고 그들은 루시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한동안 사건 수사에서 멀어져 있던 홈즈는 “머리를 깨울 수 있는” 이 사건에 매혹되어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뮤지컬의
새로운
퍼포먼스
여느 셜록 홈즈 시리즈처럼 사건은 중산층 가문의 내부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셜록 홈즈는 우아하게 이 집안과 가문의 비밀을 한둘씩 파헤쳐 간다. 경찰도, 공권력도 할 수 없는 과학적 추론과 이성적 추리를 통해 홈즈는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진다. 말하자면 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핵심인 “추리”를 뮤지컬에 끌어들였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듯, 관객들은 긴장감 속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게다가 셜록 홈즈가 수사를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앤더슨가의 인물들이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진실은 사건과 거짓 속에 숨어 하나둘씩 사라지는 듯 보이는데, 추리물답게 긴장감 있는 이야기와 반전으로 무대 위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다. 말하자면 <셜록 홈즈>는 뮤지컬이란 보고 즐기고, 웃고 떠드는 엔터테인먼트이며 퍼포먼스이다라는 데서 한층 더 나아가 음악이 곁들인 “이야기”로 승부를 건다. 남성이었던 조력자 왓슨을 여성으로 바꾼 설정도 흥미롭다. 셜록 홈즈의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 왓슨은 원작에서는 퇴역 군인으로 그려져 있다. 반면 뮤지컬에서 여성으로 바뀌면서 훨씬 더 섬세한 관찰력과 함께 극의 흐름을 조절하는 일종의 서술자 역할까지 하게 된다. 원작에서도 왓슨 박사는 셜록 홈즈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서술자, 화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역할을 좀 더 뮤지컬에 알맞게 극적으로 재현해 낸 것이다. 여성 파트너 왓슨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은 러브 라인을 예상했지만, 안타깝게도 제인 왓슨은 셜록 홈즈의 충실한 조력자로서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뮤지컬에서 생명력 있는 리듬을 조절하는 중요한 키메이커 역시 왓슨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미스테리와 반전이 뒤섞인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이다. 속고 속이는 두뇌싸움은 흥겨운 음악과 드라마틱한 연기와 더불어 완전한 몰입을 선사한다.
극 중간중간 액자로 삽입된 남녀의 애절한 사랑은 이 드라마성을 더욱 강화한다. 냉철한 두뇌의 홈즈는 투철한 사건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괴팍한 성격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뮤지컬 <셜록 홈즈>는 소설이 아니라 뮤지컬이다. 이것은 사건의 추리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전과 비밀을 풀어가기에 적합한 만큼의 긴장감이 이야기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난 이후의 결말이 더욱 흥미롭다. 쌍둥이를 연기하는 1인 2역의 배우가 보여주는 다채로움도 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이다. 때로는 애처롭게 때로는 비열하게 등장하는 1인 2역을 통해 반전의 매력이 더욱 입체화되기 때문이다. 이 흥미로운 창작 뮤지컬은 2부와 3부까지 예고되어 있다. 3부작 연작 시리즈로 기획된 뮤지컬 ‘셜록홈즈’는 2부 <셜록홈즈: 잭더리퍼의 부활(가제)>로 이어질 듯싶다.
*셜록 홈즈
기간 : 2012. 03. 03 ~ 2012. 05. 13
장소 : 숙명아트센터 ☏ 02-715-6358
이달의
신작
books
화폐 트라우마
<화폐 트라우마>는 세계 주요 화폐(달러, 위안, 유로)가 입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파헤친 책이다. 미국 달러는 대공황을 경험한 것이 주요 트라우마다. 중국화폐 위안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쉽게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고 화폐가 불안했던 것이 트라우마다. 유로는 세계대전을 2차례나 일으킨 독일이 트라우마다. 이처럼 강대국이 지닌 두려움의 정체를 파악하면, 향후 그들이 어떤 경제정책을 내릴지, 갈등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고수할지 예측할 수 있다. 또 이 책에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유로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여 그리스 문제가 촉발된 원인과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독일, 프랑스의 역학관계가 낱낱이 공개되어 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 제3자인 독일인의 시각으로 정치·경제적으로는 물론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된 한국에 스위스의 정치력을 배우고, 홍콩과 싱가포르의 환율정책을 제시하며 그들의 환율정책도 참고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 먼저 통일을 이룬 국가로서 서독 동독 간 환율격차를 무시하고 화폐단위를 통일시킨 과거의 패착을 지적하며, 북한과 통일할 경우 양국 간 환율정책을 잘 조정해야 경제적 어려움 없이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위츠 / 다니엘 D. 엑케르트, 배진아 옮김
movie
하늘이 보내준 딸
<하늘이 보내준 딸>은 여섯 살 지능을 가진 아빠와 아빠보다 조금 똑똑한 딸의 이야기로,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부녀의 아름다운 이별을 그린 눈부신 감동 드라마다. 인도 개봉 당시 순수한 부성애가 전하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인도판 <아이엠 샘>이라 불리며 폭발적인 입소문 열풍을 일으켰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아이엠 샘>은 정신연령이 낮은 아버지의 딸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걸작으로 명배우 ‘숀 펜’과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의 놀라운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늘이 보내준 딸> 역시 <아이 엠 샘>처럼 지적 장애를 가졌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한없이 큰 아빠 ‘크리쉬나’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하는 딸 ‘닐라’와 함께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기에 부녀의 애틋한 사랑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동양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더해 더욱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최고의 연기’라는 평을 얻은 인도의 국민배우 ‘비크람’의 빛나는 열연과 연기 신동 ‘사라’의 귀엽고 깜찍한 연기, 그리고 실제 부녀 못지않은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이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4월 19일 개봉 / 치얀 비크람, 사라 이준, 아누쉬카 쉐티 주연
art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개인전
갤러리현대에서는 런던올림픽의 해를 맞아 특별히 기획한 영국 작가 전시 중 첫번째로 영국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대규모 개인전 를 3월 16일부터 4월 29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적 오브제의 이미지와 단어를 결합한 기호유희적 신작 시리즈를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신작 시리즈는 작가 50년간의 작품 활동이 집약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이는 대형 조각 1점도 만날 수 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현재 영국 현대미술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으로 대변되는, 1990년대 등장한 일명 ‘영국 젊은 예술가(Young British Artists, yBa)’ 그룹의 스승으로 대영제국훈장인 CBS(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를 받을 정도로 영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한 핵심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영국 현대미술(Brit Art)의 아버지(Godfather)라고까지 불리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고 실험을 멈추지 않는 이 대가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갤러리현대 신관 / 4월 29일까지
festival
진해 군항제
벚꽃축제의 최고라 할만한 진해 군항제가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해구 중원로터리 일원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로 50회를 맞이한 진해 군항제는 전야제인 한류스타 콘서트를 시작으로 멀티미디어 해상 불꽃쇼, 여좌천 불빛축제, 진해 국악의장 페스티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군항제에서 꼭 가봐야 하는 벚꽃명소는 진해의 명산 장복산 공원으로 1.5km에 이르는 도로 양쪽의 벚꽃터널과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오는 관문인 안민도로의 518그루의 벚나무길, 화사한 벚꽃과 낭만적인 철길이 조화를 이루는 경화역, 진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제황산공원 그리고 군항제 기간에만 개방되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의 벚꽃길이다. 진해 군항제는 1952년 충무공의 숭고한 구국의 얼을 추모하고 향토문화예술을 진흥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벚꽃축제와 더불어 충무공 구국의 얼과 향토문화예술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 밖의 벚꽃축제는 제주왕벚꽃축제(4월 6일~8일), 화개장터벚꽃축제(4월 6일~8일), 계룡산벚꽃축제(4월 13일~15일), 한강여의도벚꽃축제(4월 13일~17일), 경포벚꽃잔치(4월 13일~19일)가 지역별로 열린다.
제50회 진해군항제 / 4월 1일~10일까지
서울동물원 봄꽃 페스티벌
서울대공원이 새봄을 맞아 3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온실식물원에서 봄꽃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물원을 상징하는 토피어리 작품과 유럽스타일의 조형물과 꽃장식, 꽃과 생활문화를 접목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특별한 체험전으로 열린다. 전시장은 크게 4개의 테마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테마는 동물캐릭터 & 선인장과 만나는 공룡전으로 한반도에 존재했던 티라노사우르스 등 6종의 공룡 조형물을 실제 크기로 전시해 쥬라기공원을 연상케 하는 경관을 연출해 가족단위로 관람하기에 좋다. 두 번째 테마는 봄 야생화와 석부작품 & 고대의 조형물과 화려한 꽃들의 향연으로 구성해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세 번째 테마는 유럽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으로 꽃마차와 공주, 비밀의 성 등으로 화려한 꽃으로 예쁘게 꾸민 구성이 돋보인다. 마지막 테마는 동양란의 원예전시로 전통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또 매주 토일 왕벚꽃 음악회, 동물원 길거리 한마당, 서울동물원 도전골든벨 등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가 열린다.
서울동물원 / 5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