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아, 나홀로족은 즐겁다
작년 신조어 1위는 단연 ‘나홀로족’이었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과 같은 신조어들이 잇따라 생겼다. 나홀로족은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욜로라이프(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혼자여서 더 즐거운 이색적인 경험을 찾는다. 서슴지 않고 오지로 여행을 떠나며, 남다른 경험을 쌓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모아 놓은 돈을 투자한다. 한편, 쾌적하고 정적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나홀로족도 있다. 시리즈 책을 쌓아 놓고 완독하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운 받아 몰아 보는 식이다. 집에서 네일아트나 스킨케어와 같은 홈 뷰티 케어를 하기도 하며, 홈 트레이닝을 하며 자신의 건강과 몸매를 관리한다. 집에서 정적인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것을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고 한다.
이렇듯 나홀로족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은 당당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어울리기를 거부하는 관태기(관계 권태기)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몇몇 현대인들은 넘쳐나는 인맥 관리에 염증을 느껴 관계를 끊는 관태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혼자이기를 선택하는 모습은 각자도생(各自圖生,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꾀함) 시대의 한 면을 반증한다. 2016년 지진과 같은 예상 밖의 자연재해와 저성장으로 불안은 깊어졌고, 이에 각자도생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회자되었다.
나홀로족은 욜로라이프를 외치며 “혼자여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눈치 보지 않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은 스스로 온전한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혼자이기를 선택하면서 삶의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다 포기하지 마, 저성장 시대 우리는 어디로
연애, 결혼, 출산,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 7가지를 포기하는 세대를 ‘칠포세대’라 한다. 이 용어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삶을 나타내며,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작년 취업준비자 숫자는 63만 명(통계청)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들은 일컫는 슬픈 신조어도 많이 생겼다. 문과생들의 취업난을 비꼬며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와 인구론(인문계의 90%가 논다는 뜻)이란 단어가 생겼고, 흙턴(일을 못 배우고 허드렛일만 계속해서 하는 인턴)과 티슈 인턴(티슈처럼 쓰고 버려지는 인턴)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삶도 어렵기는 만만치 않다. 이들 사이에서 월급 로그아웃(통장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카드값과 세금 등으로 바로 빠져나가는 직장인의 월급을 비유해서 일컫는 말)과 쉼포족(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직장인들의 현실을 나타내는 표현)과 같은 신조어가 생겼다. 경력을 쌓은 후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조기 퇴직한후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을 일컬어 반퇴 세대라고 부른다. 언제쯤 경제가 좋아질는지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나를 좋아해 줘요, 1인 미디어로 공유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뉴스부터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공유하며 자신을 알리기 바쁘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기를 바라며, 혹은 자신의 취향을 공개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고 싶어 한다. 유명한 곳이나 맛집에서 찍은 사진을 인증하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체험을 공유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하고, 활용하기 쉬워짐에 따라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s creators)들이 늘고 있다. 몇몇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채널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홍보하며 엄청난 소득을 얻기도 한다.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조명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웨이트 트레이닝, 음식 만들기, 영어 강좌, 맞춤법 강의 등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듦으로써 팬층을 확장하고 있다. 1인 미디어의 활성화는 많은 사람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인 현상도 있다. 우리는 수시로 정보에 노출된다. 그 정보 중에는 유익한 것도 있지만, 사건 사고와 같은 자극적인 정보도 많다. 감정 과잉의 정보에 노출되면서 램프 증후군(Lamp syndrome,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에 마치 알라딘의 요술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내듯 수시로 꺼내 걱정하는 현상)에 걸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을 가려내고, 어떤 정보를 취할지 현명한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엄마 아빠는 너무 바빠요, 공동 육아 시대에 접어들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성화됨에 따라 육아가 엄마의 전유물인 시대가 저물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가족의 지원을 받아 육아를 하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맞벌이 부부 중에는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결혼 후 전세난이나 육아, 양육 등을 이유로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자녀들이 늘고 있으며, 이들을 리루터족이라고 한다. 일부 리루터족들은 육아를 조부모에게 맡긴다.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대신하는 것을 황혼육아라고 하며, 할빠할마(할아버지와 아빠의 합성어, 할머니와 엄마의 합성어)라고 부른다. 아빠들의 육아도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거리에서 종종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시장을 다니거나, 공원에서 아이를 보는 아빠를 보게 된다. 이런 아빠를 라테 아빠라고 말한다. 이 용어는 스웨덴에서 차용되었으며, 육아에 열성적이고 아이와 잘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를 가리킨다. 한편, 이삼십 대 여성 중에는 실제 친조카가 아님에도 소셜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며 응원하는 랜선 이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랜선 이모들은 유명 연예인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공유하고, 좋아요(하트)를 누르며 무한 사랑을 표현한다.
이것만은 알자, 줄임말과 초성 약자 익히기
누구나 한 번쯤 줄임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 친구 연인 사이에도 예외는 없다. 우리는 채팅창에 줄임말과 초성만 사용한 용어를 자주 사용하며 의사소통을 한다. 줄임말을 못 알아들으면 종종 구시대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번 기회에 몇몇 자주 쓰이는 줄임말을 알아보자.
핑프
핑거프린세스의 줄임말로 손가락 공주를 뜻한다. 검색해보면 나오는 걸 찾아보지도 않고 물어보는 사람을 뜻한다.
할많하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사이다 언
발언을 속 시원하게 했다는 뜻이다.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줄임말이다.
ㅂㄷㅂㄷ
부들부들 떨릴 만큼 화가 난다는 뜻이다.
ㅎㄹ
헐의 초성으로 놀랄 때 쓴다.
ㅂㅂㅂㄱ
반박불가한다는 말의 초성으로 무척 공감한다는
언급한 신조어 중 몇몇 단어는 우리를 지칭할 것이다. 당신은 복세편살을 주장하는 나홀로족인가? 공동 육아를 하는 리루터족인가? 혹은 1인 미디어로 팔로워를 늘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인가? 아니면 라떼 아빠인가, 랜선 이모인가? 줄임말이 생겨나는 흐름을 ㅂㅂㅂㄱ하며 ㅇㅈ할 것인가. 당신의 신조어는 무엇인가? 내가 사는 세상이 궁금할 때, 한 번쯤 신조어를 되짚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