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시작하다
“아빠, 근데 이거 칠 줄이나 알아?” 2010년 가을, 중고장터에서 구입한 5인용 텐트와 침낭이 집에 도착하자 아들놈이 내게 던진 말이었다. 더 늦기 전에 캠핑족에 합류하고자 랜턴, 코펠, BBQ 그릴 등을 추가 장만하고 추석 연휴에 자라섬 캠핑장도 예약했다. 그러나 연휴 동안 내린 야속한 장대비로 수련원에만 머물러야 했고 그렇게 캠핑은 다음 기회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2012년 봄,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족저근막염 탓에 계획했던 지리산 종주를 취소하면서 석가탄신일 연휴에 지난해 미뤄두었던 가족과의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동안 창고에 묵혀 두었던 캠핑 용품들을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캠핑 경험이 없는 나와 가족에게 캠핑은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 모험이었기에 우선은 접근성이 좋고 조용한 곳을 찾았다. 상의 끝에 자전거 훈련 중, 눈여겨 보았던 강화도 함허동천을 첫 캠핑 대상지로 선정하였고 D-day를 5월 27일로 잡았다.출발할 때 나를 보던 아들과 아내의 걱정 어린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초지대교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하니 오후 3시. 텐트, 침낭, 그릴 등을 휴대용 캐리어에 싣고 매표소를 지나 조용한 텍(Deck)을 찾아 야영장을 뒤졌다. 가까운 평지를 지나 30% 정도의 힘든 경사를 20분 오르니 정상 부근의 한적한 덱이 눈에 들어온다. 텐트 매뉴얼을 열공하고 있자니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에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예보에 없던 일기에 당황할 새 없이 합심하여 텐트치고 쉴 공간을 마련하니 야영장 주변에 어둠이 내린다. 삼겹살을 굽고 국과 밥을 짓고 가족이 둘러앉아 만찬을 즐기자니 텐트 너머로 부엉이가 환영이라도 하듯 “부~엉, 부~엉” 노래를 해준다.
가족만의 특별한 추억
“여보! 살다 보니 우리도 이런 때가 있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길 즈음 아내가 하는 말이다. 그 동안 이런 작은 행복과 여유를 함께하지 못한 나에 대해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하늘을 보니 소나무 너머로 아파트촌에선 보기 힘든 무수한 별이 총총하다. 가족이 별의 군무를 감상하며, 우리만의 공간에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그 동안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이름 모를 산새와 부엉이 소리에 잠이 깨긴 했지만, 모처럼 편안한 잠을 자고 주변의 부산한 소리에 잠이 깨었다. 나무들 사이를 헤치고 텐트로 햇살이 비치니 온기에 포근함이 느껴진다. 아침 메뉴로 끓인 라면이 꿀맛이다. 소화도 시킬겸 산책으로 나선 발걸음으로 마니산 철쭉능선에 도착하니, 하산하는 등산객이 정상이 멀지 않다고 귀 뜸을 준다. 준비 없이 나섰다가 정상까지 올랐다 하산하여 텐트에 도착하니 족히 2시간을 산행하였다.
12시부터 다시 매뉴얼대로 텐트 접고 철수채비를 마치니 1시. 귀갓길에 강화도 풍물시장에 들러 장터 구경과 쑥국수를 시식하고 요즘 제철이라는 밴댕이회도 하나 사 들었다. 처음 캠핑여행, 가족 모두가 만족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다음엔 장비도 좀 더 갖추고 좀 더 여유 있는 캠핑족이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캠핑을 망설이는 우정가족, 수련원과 콘도는 잠시 접어두고 텐트 하나 장만해서 떠나 보자. 가족과 나만의 추억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