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지식경제부 가족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초석이 될 훌륭한 성과들을 물려주신 이윤호 초대 지식경제부 장관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백척간두에 서있던 우리 경제를 회복의 길로 올려놓은 여러분의 노고에도 아낌없는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자로 출발해 언론인으로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우리 경제와 정치의 현장을 뛰다가 10년 만에 다시 공직사회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공직사회가 조금도 낯설지 않고 고향처럼 푸근한 마음이 듭니다. 아마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잘 도와주시고 배려해 주신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느라 애써준 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식경제부 가족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라는 시대정신 속에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탄생한 정권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경제는 촛불시위 같은 사회적 갈등에 흔들렸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급류를 헤쳐 오느라 많은 여력을 소진했습니다. 선제적 위기대응을 통해 빠르게 경제를 회복해가고 있지만, 정작 새 정부가 하고자 했던 ‘경제 살리기’는 아직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지금,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힘차게 뛰쳐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시급히 되살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실의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일으켜 세워 서민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합니다. 특히, 훼손된 기업가정신을 복원하는 일은 우리 경제 활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지식경제부가 이러한 실물경제정책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물경제의 총괄부처로서 확실한 위상과 역할을 통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을 지원하는 집행업무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산업의 큰 방향을 정하고 이를 실현해가는 정책기능에 집중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우리 부의 주요 인력을 정책개발 분야로 전진 배치할 것입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전적 사고를 통해 좋은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창의적 조직문화도 만들겠습니다. 또 확실한 권한위임과 신상필벌을 통해 좋은 정책을 만든 사람에게 제대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최선을 다해 좋은 정책을 만들어 주십시오.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 정책을 설득하고 관철시키는 역할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지식경제부 가족 여러분!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서민경제는 추운 겨울입니다. 서민경제의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자영업·지역경제’에 따뜻한 온기가 돌게 해야 합니다. 나아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R&D, 조세, 해외시장 진출 등 관련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정책지원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높여 근본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의 기업과 전문계 고등학교, 대학을 연계하여 더 많은 기술인력이 양성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에서 키운 인재들이 그 지방에서 창업하고 고용되는 자생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서민경제가 좋아지려면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의 체력을 강화하고, 경제위기 이후 도래할 신산업질서에 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산업정책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답게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신성장동력이나 녹색성장산업 같은 신산업은 어떻게 키워갈 것인지, 이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견인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부처로서 기후변화시대에 대비한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녹색기술의 산업화와 국산화를 촉진시켜 나가는 일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식경제부 가족 여러분!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우리 부의 업무범위가 매우 넓고 여러분께서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업무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민도 많이 하고 열심히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족한 일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가 소프트웨어산업인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IT와 제조업 간 융합의 핵심이 되는 산업입니다.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줄 뿐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큽니다. 최근 발표한 ‘IT Korea 미래전략’을 신속히 추진하고, 필요하면 새로운 정책도 보완해야 합니다. ‘SW Korea’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R&D 지원체계도 바꿔야 합니다. 지금 밖에서는 R&D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깨진 독처럼 아무리 부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합니다. R&D 자금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종자돈입니다.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과제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확실한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에 R&D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R&D 지원체제를 확실하게 바꿔나가겠습니다. 최근 수출이 내수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는 부품소재 산업의 취약성입니다.
우리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한·중·일 간의 분업구조에 있어서 넛크래커(nut-cracker)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일본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중국의 급성장이 우리 산업의 성장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계속 해왔지만 진전이 더딘 것 중에는 에너지절약도 있습니다. 이제는 규제나 캠페인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가격과 이윤 동기를 활용한 시장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요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에너지절약을 돈벌이가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해외자원개발의 경우에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열심히만 뛴다고 될 일은 아닐 것입니다. 패키지형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자원외교의 실효성을 높이고 투자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특히, 민간기업과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자금력을 갖춘 민간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성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시한 이런 문제들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관성을 답습해서도 결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와 여러분이 함께 지혜를 모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풀어갈 획기적인 모멘텀을 마련하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지식경제부 가족 여러분!
제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안으로는 ‘큰 형님 같은 장관’, 밖으로는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황소 같은 장관’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최대한 여러분에게 권한을 드리려고 합니다. 좀 시끄러울 수 있어도 꼭 필요하다 싶은 일이 있으면 소신을 갖고 과감하게 일해 주십시오. 제가 뒤에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좋다는 게 좋은 식의 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은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확실하게 일한 사람이 확실하게 보상받는 ‘책임지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또 저는 ‘토론하는 장관’ ‘소통하는 장관’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격식과 직위보다는 아이디어와 논리가 중시되는 ‘깨어있는 조직’을 만들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부는, 사무관이 장관과 자유롭게 정책을 논하며 주무관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수용되는, 일하고 싶은 조직, 신바람 나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기술표준원이나 우정사업본부, 중기청, 특허청 등이 지식경제부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더 힘 있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 늘 고생하고 계신 우편집배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최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지식경제부 식구들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지식경제부 가족 여러분!
제가 앞서 황소얘기를 했는데, 사실 저의 지역구가 청도입니다. 청도는 우리의 전통 소싸움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소싸움에서 어떤 소가 이길 것 같습니까?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소가 늘 이길 것 같지만 ‘재빠르고 기술이 많은 소’가 이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 경제도 덩치가 큰 경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에 최첨단 IT산업을 두루 갖춘 ‘재빠르고 기술이 많은 경제’입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더없이 좋은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우리 경제가 이러한 장점들을 잘 융합하고 잘 살려나가면 빠른 시일 내에 선진 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실물경제의 총괄부처, 산업정책의 주무부처인 우리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가 통합부처로 새롭게 탄생한 지 이제 1년 반이 넘었습니다. 처음의 기대와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한번 되돌아봅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해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합시다. 감사합니다.
2009. 9. 21.
지식경제부장관 최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