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판로 개척의 중심으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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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양쪽에 마련된 깔끔한 회의실과 접견실을 지나면 환한 인테리어와 탁 트인 사무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쪽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는 제품 촬영이 한창인지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가 들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상품들이 줄을 맞춰 정돈되어 있다. 한편에서는 촬영 직전 산지에서 도착한 돌김을 나눠 먹으며 회의가 한창이다. 일반 사무실처럼 보이지만 언뜻 사진 전문 스튜디오 혹은 쇼핑몰 같기도 한 이곳은 올해 7월 확장 오픈한 우체국전자상거래지원센터(이하 ‘우체국EC지원센터’)다.
우체국EC지원센터는 2016년 8월 26일 대전 용문동우체국 2층에서 43평 규모로 오픈한 뒤 스튜디오와 사무 공간을 넓혀 대전시 탄방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생산자와 소상공인, 소비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접근이 쉬운 대전에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이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또한 각 지방청과 우체국은 지역별 온라인용 상품 개발과 판로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발로 뛰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체국EC지원센터의 핵심 역할은 지역 특산물과 공산품을 발굴하고 상품 상세 정보 페이지를 무료 제작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원스톱 서비스다. 특히 연결고리가 부족했던 지방자치단체와 외부 쇼핑몰의 협업을 지원하여 오픈 이후 약 700여 개 업체와 2,800여 개 상품의 상세페이지를 제작했다.
끊임없는 소통과 차별화된 시스템이 바탕
전국에 있는 지방청(전북, 전남, 경북, 부산, 충청, 강원) 담당자들은 주1회 우체국EC지원센터에 모여 회의를 하고 다양한 제품의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요즘은 명절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고. 상품개발팀 소속인 전북지방우정청 박주수 주무관과 경북지방우정청 최영재 주무관은 올 7월 센터가 확장 이전하자마자 4주 동안 출장 근무를 진행했고, 지금도 주2회씩 이런 근무 형태를 이어가고 있다.
최영재 주무관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구성과 가격으로 유통하는 게 우리 일”이라며 우체국EC지원센터의 실질적인 역할을 설명했다. “각 청의 담당자가 직접 가서 찾아내는 경우도 있고 지역마다 소포팀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추천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그의 말처럼 현장 확인부터 상품 개발까지 우체국EC지원센터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각종 농수산물이 출하되는 지방에서는 전자상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농어민도 많은 게 현실이다. 우체국EC지원센터는 상품이 정해지면 기본적인 서류를 통해 입점을 완료하고 상세페이지를 무료로 제작한다. 박주수 주무관은 “우체국EC지원센터에는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 채널을 보유한 MD가 상주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하면 개인이 진행할 경우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 짧으면 2~3일 만에 끝난다”고 자신하며, “주요 농산물에 대해 각 지자체에서 잘 모르는 경우에는 상품 구성과 판매가 등 세부적인 컨설팅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도약을 위한 한걸음
최근 우체국EC지원센터가 폭염으로 인해 폐기처분 위기에 놓인 애호박 농가를 돕기 위해 특판 행사를 시행했다. 실무에 투입된 관계자들은 “우체국EC지원센터의 힘을 현실로 이룬 이번 행사를 통해 무조건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소포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EC 지원센터의 다짐을 보여주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재 주무관은 “다양한 오픈 마켓과 연계하여 판로를 확대하는 데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직원들과의 협업이 큰 힘이 된다”며 “그저 상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수 농가와 소비자의 진정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이렇듯 지역 상품 판로 확대 사업을 담당하는 우체국EC지원센터는 목원대, 배재대, 한남대 등 대전지역 3개 사립대와 산학 협력하여 ‘일학습병행제(IPP: Industry Professional Practice)’ 를 시행하고 있다. 한남대학교 글로벌IT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영재 씨 또한 IPP를 통해 우체국EC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 티몬 등 외부 쇼핑몰과 협업하고 있는 우체국쇼핑의 MD와 디자이너의 보조 업무를 맡고 있는 박영재 씨는 “상품 판매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 창출’이라고 배웠는데 이곳에 처음 와서 느낀 건 ‘공익’이었다”며 “전자상거래는 상세페이지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갖추기 힘든 농가에 무료로 페이지를 제공하고 판매는 물론, 사후 관리까지 직접 지원하는 걸 보며 많은 걸 배운다.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이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각자 불편한 게 없도록 일하는 모습을 보며 조직 내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체국EC지원센터는 ‘학교에서 결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기관이다. 소비자와 생산자,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며 전자상거래 우수 인력 양성을 위한 ‘사관학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우체국EC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진행한 우정사업본부 최용록 소포사업과장은 “‘행복을 전하는 착한 쇼핑 P-Commerce’라는 비전을 잊지 말고 전자상거래 전국 확산 및 활성화를 위해 다채로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센터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한 “앞으로도 우체국EC지원센터는 단순히 소규모 중소 업체의 상세페이지 제작에 그치지 않고 전자상거래에 대한 컨설팅 전반을 제공하여 판매 촉진을 지원하고 지자체 등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하여 우체국쇼핑의 전자상거래 판로 개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체국EC지원센터의 힘을 모아 위기에 처한 애호박을 살리다
7월의 마지막 주말. 우체국EC지원센터의 업무 채팅방에 인터넷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전년도 상자(8kg)당 9,000원에 팔리던 강원도 화천군의 애호박이 최저 1,000원까지 폭락했다는 것. 전국 농가가 폭염에 애를 먹는 데다 폭락한 가격 때문에 애호박을 대량 산지 폐기한다는 사태에 직원들은 한마음이 되어 외쳤다. “우리가 팔아 보자!”
주말에 오간 이야기였지만 월요일이 되자마자 우체국EC지원센터 직원들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불과 하루 만에 이들은 화천 애호박 상세페이지를 제작했고, 이튿날 최익준 상품디자인팀장은 화천으로 향했다. 그는 간동농협과 화천군청 담당자를 만나 유통 허가를 받아냈다. 각종 오픈 마켓에 특가 행사를 통해 판매한 가격은 상자당 8,900원. 산지 폐기를 통한 보상가가 한 상자에 4,000원이었는데 우체국EC지원센터를 통해 출하되면서 농가는 6,260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기사를 보고 판매를 결정한 뒤 상품 등록까지 걸린 기간은 단 4일. 우체국EC지원센터의 원스톱 서비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놀랍게도 상품 등록 이튿날인 8월 5일 약 1만 상자가 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최익준 팀장은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온라인 환경을 조성했던 우체국EC지원센터가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서 전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지니고 있는 공익적 서비스의 본질 덕분”이라며 눈을 빛냈다.
특히 억지로 만들어낸 광고 효과가 아닌 지역주민 카페나 맘카페 등 실제 농산물을 소비하는 구매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일어난 ‘애호박 대란’에 모두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댓글에는 ‘일부러 좋은 상품을 보내지 말라’, ‘천천히 보내도 된다’는 등 훈훈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최익준 팀장은 “상업적 목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지만 흔히 최저가를 선호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드문 사례”였다며 “우체국EC지원센터가 공익적 서비스를 유지하고 소상공인과 연계하는 일련의 활동을 유지해도 된다는 상장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화천 농가 지원을 통해 우체국의 공익적 역할이 강화되기를 바라며 우체국EC지원센터를 국내 최대 공공 전자상거래 전담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와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과 외부 쇼핑몰이 합심하여 진행하는 우체국EC지원센터의 원스톱 서비스가 앞으로도 다채로운 지역 특산물과 공산품을 발굴하고 활발하게 진행되어 더 많은 소비자가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