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7세의 나이로
대한민국 최다 기능장이 되다
우편물을 한가득 쌓아 올린 팔레트가 들어오고 통상우편과 소포로 분류를 거친다. 전국 각지의 우편물이 한자리에 모여 굽이굽이 이어진 컨베이어 벨트 위를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이곳은 한강이남 서부지역 최대의 우편물류 기지인 부천우편집중국이다. 이곳에 기술 분야의 최고봉인 ‘기능장’ 자격증을 무려 4종이나갖춘 장인이 있다니 놀랐고, 그 나이가 서른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고교 재학 당시 판금 기능 경진반 선수로 선정되어 ‘경기도 기능경기대회 판금분야’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선배 한 명 없이 기술 분야에 발을 들인 셈인데 워낙 힘들게 공부하고 연습하며 기술을 익힌 터라 그때부터 결심했어요. 내 후배들은 나처럼 힘들게 공부하지 않도록 내가 최대한 도와주고 손잡아 주자!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계속 하나씩 이루다보니 어느새 네 가지 종목의 기능장이 됐습니다.”
고등학교 입학 후 13년간 하루 4시간씩 잠을 자며 공부와 연습에 매진한 결과 판금제관, 용접, 에너지관리, 배관 종목의 기능장이 된 신은배 주무관. 그가 지나온 과정을 ‘어느새’라는 한 단어로 함축하기에 그 세월은 길고 땀의 무게는 너무나 무겁다. 어린 나이에 꿈을 찾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는데, 신 주무관은 큰 꿈을 품고 이때부터 아예 작정한 듯 기술 연마에 몰입했다. 여러모로 활동 제약이 많은 군대 안에서도 신 주무관의 도전과 성취는 계속됐다. “저는 군대가 사회 진출을 앞두고 제 능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해병대 정비병으로 입대했는데 용접병, 보일러병, 취사병, 이발병 등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보직을 경험한 것도 행운이었죠. 기술 분야 이론은 화장실에 숨어서 공부하고, 실기는 운동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려가며 수백 번 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그 결과 신 주무관은 군복무 중에 기사 자격증을 2개나 취득하고, 또 다른 종목별 필기시험을 연달아 합격했다. 육해공군은 복무 중 자격증 취득 사례가 있었지만 고강도 훈련이 더 많은 해병대 복무 중은 신 주무관이 처음이었다. 신 주무관의 모범적인 선례를 후임들이 따를 수 있도록 해병대에서는 도서관을 마련하여 군인들의 학업 성취를 응원하고 있다. 얼마나 노력하면 군대에서 이 모든 게 가능할까? 신기할 따름이다.
특별한 꿈을 꾼다면
특별한 길을 가야 한다
신은배 주무관은 전역 후 고교 은사의 권유로 행정안전부 기능인재 프로그램에 지원하였다. 주어진 시간은 오직 한 달이었지만 그는 후회 없이 공부하고 여러 선생님과 주변의 격려에 힘입어 서류, 필기, 면접 등 모든 전형에 통과하며 최종 합격했다. 수많은 대기업의 입사 제안을 모두 뿌리치고 기술로써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던 그가 부천우편집중국 기술과로 오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기계와 설비는 거의 없다.
“청사 동력시설부터 보일러 냉난방, 자동화된 우편 기계들의 유지 보수 등 기계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구조물 제작에 필요한 용접과 판금도 일임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껴요. 순환 보직이라서 여기서도 군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자 행복입니다.”
기술인으로 살아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은 신은배 주무관. 그는 국가직 기술공무원일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와 해병대에서 ‘자기계발을 통한 성공 및 취업전략’이라는 강의도 하고 있는 어엿한 강사다.
“모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후배들과 연락하며 지내요. 저한테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친구들에게는 자신감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해줍니다. 중국에 ‘파파스’라는 외식 브랜드로 진출하여 천억 원대 매출을 달성한 이기영 사장님의 말씀을 항상 떠올리기도 합니다. ‘꿈은 특별하게 꾸면서 행동은 보통사람처럼 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보통사람입니다’라고 하셨어요. 대한민국 최고 기술명장이자 산업현장의 교수가 되어 많은 사람을 돕고 싶은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특별하게 행동하려 합니다.”
내년에는 가스기능장 취득을 목표로 두고 기술교육서 출간도 앞두고 있다는 신은배 주무관. 그가 걸어가는 기술과 사람을 잇는 아름다운 명장의 길을 계속해서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