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회 자체의 성공을 위한 제언
before - 필라코리아의 전
가. 사전 홍보
우선 많은 사람이 와야 우리나 정부 측이나 만족스러워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행히 그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던 전시회에는 8월 방학기간을 틈타 상당수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참관했던 실적이 있어 일단은 우취지도교사들을 중심으로 동 전시회 관람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거기다 사실 많은 돈이 들겠지만 매스컴과 SNS를 이용한 매체 홍보도 빠져서는 안 되는데, 이 분야에서 너무 예산을 절감하려고 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흥청망청한 전시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의할 것이 요망된다. 우선 사람이 와야 뭐라도 할 것이니까. 따라서 만약 예산 부족으로 기존 언론매체들을 이용하기가 어렵다면 학생들을 다수 관람시키기 위해서라도 학교 당국에 대한 직접적인 협조 요청만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거기다 그간 연합에서 양성해 놓은 우취지도교사들을 이런 기회에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인데 아마도 구체적인 준비계획이 추진 중인 것으로 듣고는 있다.
나. 인기 스타들의 사인회
이번 전시회를 위해 어떤 형태의 특별우표가 나올지 잘은 모르겠으나 만약 전시회를 보다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장식하기 위해서는 인기 연예인이나 팝 아티스트들을 불러들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때다. 물론 이는 우취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보다 많은 관객을 확보하자면 이런 비우취적인 요소의 가미가 불가피하다. 예컨대 중국에서의 한류 붐을 이용, ‘대장금’의 이영애나,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전지현과 김수현을 그린 우표를 발행하고 그들을 불러 한정 매수의 사인회 등을 실시하는 것도 한 예일 것이다. 이 방법은 바로 앞에 언급한 전반적 홍보사업 중 가장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인데, 우리 스스로 우취를 전파하려고 하는 것보다 이와 같은 대중 스타들을 매개로 활용할 경우에는 훨씬 빠르고 강한 파장과 확장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다. 수집가, 우취단체들을 위한 배려와 공유
오늘과 같은 시점에서 우정 당국은 왜 정부예산을 들여 우표전시회를 개최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우정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쇠퇴해 가는 중이어서 수집가들이 우정 당국에 대해 뭔가 큰소리를 칠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요사이 기념우표는 대부분 수집가나 우표상들의 수중에서 사장(?)되고 있다. 즉 우편에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우표 판매 이후 우편에 이용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비를 고스란히 절약하게 된다는 논리에 주목해 보자. 그렇다면 수집가나 우표상들은 과히 큰돈은 아닐지 모르나 정부세수 증대에 일익을 담당함은 물론, 과거처럼 우표가 우편에 사용되지 않고 창구에서 팔리는 대로 추가적인 경비소요가 불필요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정 당국이 수집가들을 고맙게 생각해야 된다는 일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예산을 들여 준비하는 우표전시회는 그와 같은 우표 애호가들의 우표 구매에 감사한다는 고객관리의 한 방편으로 치부하면 족하다. 이번에 개최되는 필라코리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년 전부터 한국우취연합에서는 수집가 개인이나 단체들로부터 발전기금 형식의 성금을 모집해 왔다. 물론 현재 모금된 정도의 액수로는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극히 미미하지만 그래도 사상 최초로 수집가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행사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며, 이는 앞으로도 반드시 전시회 자체 경비조달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우취진흥을 위한 시금석으로도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한 점에서 만약 해당 모금을 전시회 기간 중 연합회장 명의의 리셉션 등에 충당된다면 이 리셉션에는 반드시 성금을 낸 개인이나 단체들을 정중히 초청해야 마땅할 것으로 본다. 물론 이는 우정 당국이 간여해야 한다기보다 연합이 스스로 챙겨야 할 부분이지만, 행사 전반을 조율하고 추진해 나가는 정부 측의 기획파트가 반드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측면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새삼 강조해 보았다.
라. 일반인들의 관심유도를 위한 이벤트
기성수집가들이나 전문우취가들과 달리 일반 관람객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표, 가장 비싼 우표, 가장 진귀한 에러 등에 관한 초보적인 관심을 표명하게 되는데 바로 이러한 수요에 적절히
부응하는 전시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페니 블랙이나 ‘거꾸로 나르는 제니’ 미국 24센트 항공우표 역쇄 에러 등의 자료를 출점하는 우표상들이 이를 직접 반입하도록 하고,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큰 패널을 모빌형태로 전시장 내부에 매달아 하나의 액세서리나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방안을 들 수 있겠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별로 시간이 없어 특별전시 코너를 마련하기 어려우나,
기존의 경쟁급 전시작품은 전문가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이해되기 힘들므로 일반 관람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이템들을 모아 전시하는 방법을 상정할 수 있겠는데, 만약 주어진 전시장 공간이 허용한다면 만화캐릭터, 영화, 한국 주제 외국우표 등의 대상들을 적절히 주변 공간에 배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이러한 수집품들을 리프에 정리정돈해 놓은 수집가들도 있으니 막판에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만한 아이디어일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번 전시회에 하나의 악센트를 부여하기 위해 스위스의 저명한 옥션회사 David Feldman이 자사가 보유한 1회 올림픽대회 등 관련 희귀자료들을 찬조 출품한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여겨진다.
2. 우취진작을 위한 체제정비
after - 필라코리아의 후
가. 판촉을 위한 우표발행
우표수집의 전성기 때는 아무런 우표를 만들어도 다 팔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사이처럼 우표의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우표만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팔릴만한 우표들만을 발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과거처럼 정부주최 행사, 국제회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역사와 현재를 알린다는 홍보성 주제의 우표들보다는 지금
당장 나왔을 때 대중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내용들이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무슨 몇 주년 기념이라든가 거액의 정부 예산이 수반된다고 해서 주요 행사 전부를 우표에 묘사하겠다는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하며, 판매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고답적인 방식과 아이디어에 근거한 우표들은 차차로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본다.
어차피 한국우정 역시 수익 산출에 근거한 경제성을 조직관리에 가장 큰 핵심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수집가들이 사 줄 우표들만을 만들면 불필요한 재고를 줄여나감으로써 서로가 편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우표의 우편 사용촉진
경제적 효율을 따지는 지금 시대에 모든 편지에 우표를 붙여 사용하자거나 요금후납이나 별납, 증지류의 대용을 지양하자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주의와 경영혁신, 민영화를 우리보다 먼저 선도하는 서구 선진국들도 우리처럼 우편물에 우표를 쓰지 않지는 않는다. 이는 주한 미국대사관에 송달되는 편지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부쳐지는 우편물의 형태를 비교해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각급 우체국에 배급되는 기념우표를 모두 빠른 시일 내 소진할 수 있도록 재고를 줄여나간다고 하니 구조적으로는 우표 사용이 이전보다 늘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나, 아직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실제 미사용보다 제대로 소인된 사용필 우표가 한층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웃 일본의 경우는 최근의 사용필(물론 제대로 된 만월소인) 우표도 미사용의 2~3배에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을 빚고 있다. 참고로 이처럼 우표를 쓰지 않은 우리나라의 사용필 우표 파케트는 장당, 무게당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대상으로 취급되기도 하나 실상 국내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상황도 뭔가 비대칭적인, 왜곡된 시장구조의 한 특성이라고 할 것이다.
다. 우취전문가의 전문직 채용
서구 선진국의 경우 지금처럼 우정이 민영화되기 이전부터 실제로 우표수집을 하는 직원을 우취파트의 책임자로 임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민영화가 진전되고 있는 현재는 더더욱 그러한 우취 전문가들의 영입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럼으로써 우표 판매 마케팅을 근원적으로 혁신할 수 있다는 복안에서 나온 판단일 것이다. 실제 우표 시장의 구조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히 탁상에서 나오는
토론의 내용만으로 우표판매의 대강을 어림잡기란 상당히 부담스런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다음부터는 우표수집을 직접 하고 있거나 하지 않더라도 이 분야에 대한 다년간의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을 책임 있는 부서장으로 내정하는 과단성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라. 시쇄류의 매각을 통한 시장활성화
이전에도 우정 당국이 보관하고 있는 우표의 원화, 원도, 에세이, 원판시쇄, 실용판시쇄 등을 아카이브에서 사장시키지말고 적극적으로 우취시장으로 끌어내어 죽어가는 시장을 살려내야 한다는 여망이 있었다. 하나 교섭이 거의 끝날 무렵에 우표상과 연합, 우정 당국 간의 합의 결여로 인해 무산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들 희귀자료들은 시장에 나오면서 여러 우표상이나 수집가의 손을 거칠 때에만 그들의 고유한 가치를 부활시키게 되는 것이지, 귀중한 국가자산이라고 하여 박물관이나 문서보관소의 무덤에 파묻어 버린다면 정말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프랑스는 그러한 시쇄류를 거의 해당 우표의 창구판매와 동시에 시중에 풀었으며, 나중에는 유엔본부가 서기 2000년까지 발행된 모든 우표의 시쇄류를 전량 매각하기도 하고, 영국과 미국, 오스트리아 등 주요 선진국들도 그들의 아카이브를 개방, 공개, 매각하여 우취시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결정들은 우정 당국으로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금전적 수익을, 우표상과 수집가는 고대하던 대망의 희망품들을 거래하게 되는 기회를, 그리고 우취연합은 그 수익의 일부를 담보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우취진흥의 실질적인 계획들을 수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자료들의 공개와 공유도 현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전망이 서게 되며, 시장의 활성화 없이 온당한 우취행정이나 우취보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그간의 경험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들 자료들을
옥션을 통해 공개 매각하는 것 외에, 각급 우표전시회 입상자들에게도 하나의 부상으로 수여한다면 전시회 출품에도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사이 각 지방에서의 우취출품작 고갈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다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자극과 상승효과를 제고하는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라코리아가 우리나라의 마지막 세계우표전시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필라코리아를 전후한 우리들의 희망사항과 중장기적인 여망을 나열해 보았다. 필라코리아의 전과 후(before and after), 그게 그리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다가오는 필라코리아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가에 따라서 필라코리아 이후의 상황에 다소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전망은 그리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엄청난 속도의 고속철도와 초음속 항공기가 있어도 여전히 구시대의 자전거가 살아남는다든지, TV와 SNS, 인터넷이 판을 쳐도 해묵은 라디오 방송이 아직도 존속한다는 사실은 우표수집이 과거와 같은 인기와 영광의 시절을 다시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결코 쉽게 사라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니 우표수집이 전혀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이전과 현재의 역사적 경험을 깊이 되새기면서 우리 사회문화의 한 곳을 계속 비춰 주리라는 기대를 잃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