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을 인증 받아 세계로 수출하는 괴산영지
“사람은 혈관과 더불어 늙는다”라는 말이 있다. 혈관이 막혀 혈액 순환이 잘되지 못하면 각종 성인병을 비롯 하여 자율신경실조증 등 현대병의 원인이 된다. 그런데 민간에서는 영지가 그와 같은 혈관 및 혈액 순환의 이상을 예방하는데 특효라고들 한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한의서인 「본초강목에는 “영지를 계속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수명이 연장되며 신선이 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옛사람들이 불로초라고도 생각했던 영지. 깊은 산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그것이 발견되면 천하태평의 길조라고 여길 만큼 아주 드물었지만, 이제는 인공재배법이 개발되어 손쉽게 생산할 수가 있게 되었다. 영지의 약효를 생각할 때 그것은 커다란 복음이다. 영지의 재배지인 충청북도 괴산을 찾아가 보자.
우편주문판매가 괴산을 영지 명산지로 키워
영지가 우리나라에서 인공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그전에 농가에서는 소득증대 방안의 일환으로 양송이버섯들을 재배했었는데, 대부분의 농가들이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데다 씨앗도 구하기가 힘든 형편이어서 태반 손해를 보고 물러났다. 괴산영지의 대표인 김영수씨(53세)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영지버섯에 대한 영농기술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내심 버섯 재배에 대한 미련을 못버린 그는 영지를 재배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양송이를 재배하면서 알게 된 각지의 농군들을 중심으로 그는 자신의 터전인 괴산군 증평에서, 그리고 다른 이들은 강화·옥천 · 공주 등지에서 영지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양송이 재배의 실패를 거울삼아 각자 의견도 교환하고 버섯 재배에 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씨를 뿌린 다음해부터 조금씩 결실을 보게 되어, 중국의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아 다녔다던 영지를 가까운 시장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괴산영지 김영수 사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은 수확을 거두게 되자, 차츰 영지 재배에 자신감을 얻게 되어 대단위로 재배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판매해 나가느냐였다. 당시는 지금처럼 건강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었고, 영지의 약효에 대해서도 홍보가 되지 않은 그런 때였다. 대개 농사짓는 사람들이 그렇듯 김사장도 품질 면에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홍보라든지 판로 개척에는 영 서툴렀다. 그러다 우연찮게 우체국의 우편주문판매제도와 접하게 되었다. 1988년의 일이었다.
괴산영지가 우체국을 통해 전국적으로 홍보가 되어 나가자 각지에서 주문 요청이 들어왔다. 수요는 많지 않았지만 점차 영지가 괴산의 명산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우편주문판매 이외에 농협·특산품판매장·백화점 등을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다. 또 3년 전부터는 미국 교포 사회에까지도 진출하고 있다.
“제 아무리 품질 좋은 물건을 수확한 다 해도 소비자들이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죠. 저같이 사업 수완이 없는 농어촌 업체들에게는 전국적인 망을 가진 우편 주문판매만큼 효자가 따로 없어요. 홍보부터 판매까지 척척 도맡아 해주니까요. 자연 수요가 따르게 되고 농촌 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죠.”
괴산영지의 작년 매출액은 약 2억원인 데, 그 중 50% 이상이 우체국을 통한 우편주문판매이다.
매년 늘어만 가는 실적의 비결
괴산영지는 우편주문판매를 이용한 판매 실적이 초년도인 1988년에는 2천만원 내외였으나, 매년마다 조금씩 향상되어 1996년에는 약 9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려 80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영지라는 단일 품목으로 적지 않은 동종 경쟁 업체 들 사이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며 매 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도 환경을 잘 만나면 크게 성공 하듯이 농작물도 마찬가지예요. 주변 환경과 궁합이 맞으면 잘 자라죠. 그러다 보면 최상의 품질을 뽑아낼 수 있게 되고, 자연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는 거죠.” 성장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사장은 자신의 재배지인 증평의 예찬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질이 좋은 황토흙이어서 축복 받은 땅이죠. 황토는 모성과 같은 흙입니다. 어머니와 같은 품성으로 무엇이든 거부감 없이 따뜻하게 품어주죠. 그리고 물이 좋아요. 우리나라 3대 광천수의 하나인 초정약수가 바로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죠. 덧붙여 일교차 · 연교차가 심한 대륙성기후라 깊은 산속에서 잘 자라는 영지의 특성을 잘 헤아려 주고 있어 괴산 영지가 품질이 좋을 수밖에요. 그런 점에서 저는 운이 좋았죠.' 그러나 김사장의 환경 예찬 뒤에는 품질 관리를 위한 남다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좋은 참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다. 영지는 참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구멍을 내어 그곳에다 씨앗을 뿌린다. 그래서 토양도 중요하지만 참나무의 영양분으로 자라기 때문에 튼실한 참나무는 질 좋은 영지를 생산해 낸다. 그리고 그 해 수확을 본 땅에 바로 재배를 하지 않는다. 땅에 묻은 참나무가 다 썩어서 없어질 동안 콩이나 채소 등을 심어 몇 년 동안 토양을 쉬게 한 뒤에 재배를 한다. 2천평이나 되는 재배 지역을 잘 조절해 나간다. 또 영지를 건조하려면 전기로 된 건조 기를 사용해야 된다. 그러나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 고온으로 건조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그는 질 좋은 상품은 마무리 단계에까지도 신경을 써야 된다며 저온건조법을 강조한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영지 중 최상의 것을 우편주문판매용으로 내놓는다. 그러 다 보니 소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괴산 영지의 우수성이 전해지게 되고, 이를 뒷받침하듯 괴산영지는 농산물검사소가 인정하는 품질인증 마크를 획득하게 되었다.
장수식품으로 각광받아
요즘 현대인들의 주관심사는 자신의 건강이다. 그러다 보니 몸에 좋다는 자연산 건강식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영지는 장수식품으로 손꼽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구멍버섯과에 속하는 영지는 생김새부터 매우 특이하여 마치 콩팥처럼 생겼다. 산성단백질다당체라고 하는 고분자의 다당류와 생명의 원소로 불리는 게르마늄이 함유되어 있어 피를 맑게 하고 어혈을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 또 한의서에는 위와 뇌를 튼튼하게 하며 강장·이뇨 효과가 있어 신경쇠약, 불면증, 급·만성간염, 위궤양, 기관지염, 위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암에 대한 면역 효과가 있다는 설도 있다.
“영지의 효능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자 요즘은 보리차를 대신해서 영지 끓인 물을 마시는 가정들이 많아져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요.”
국민 건강에 일조한다는 심정으로 좋은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영수 사장. 청주고교를 졸업한 그 해 농군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자신의 꿈을 접어둔 채, 그때부터 땅을 벗 삼으며 살아왔다. 이제 버섯 전문가로도 불려지는 그는 앞으로 국내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영지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여 경쟁력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괴산이라는 지명을 저희 회사 상호로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나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쁠 때마다 자신의 일인 양 발벗고나 서주는 주민들의 힘이 크죠. 그러나 무엇보다 우편주문판매제도가 일등공신입니다.” 우편주문판매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영지를 재배하고 있었을지 의문스럽다고 얘기하는 그는 우편주문판매제도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동일 상품에 대해 너무 많은 업체들을 경쟁시키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자칫 나눠먹기식이 되어 매출이 줄다 보면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해 낸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