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이 뛰어난 주왕산 벌꿀
꿀은 자연에서 얻은 인류 최초의 식품의 하나로 그리스 제신들의 식량이었다고 하며, 로마인은 꿀을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여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벌꿀을 채집하여 귀한 약품 및 식품으로 애용하여 왔다. 그러다 차츰 야생벌의 수효가 격감됨에 따라 꿀이 귀해진 반면에 인공적으로 벌을 길러 꿀을 채집하는 양봉업이 발달되어 우리네 가정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꿀의 명산지인 주왕산을 찾아가 보자.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길 터
주왕산은 경상북도 청송군에 위치하고 있는데, 돌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석병산이라고도 불린다. 산세가 웅장하고 다부져 금강산에 견줄만한 명산 중의 명산. 이곳에는 전나무 · 소나무 · 회양목 등 총 393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러한 천혜의 여건 속에서 생겨난 특산물이 바로 주왕산벌꿀이다.
주왕산벌꿀은 주왕산 산간지역의 수많은 약초 및 밀원식물, 그리고 일교차가 심한 고 냉지에서 채밀하였기 때문에 천연 그대로의 순수한 벌꿀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 까다롭다는 일본농산물검사기관인 '일본검정협회의 성분 검사에서 전부분에 걸쳐 합격 판정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해외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주왕산벌꿀은 캐나다와 뉴질랜드산보다는 10배, 일본산보다는 5배 정도 값이 비싸지만 일본에서는 상당 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주왕산벌꿀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이름을 얻기까지에는 주왕산양봉원 이병달 사장(50세)의 남다른 공이 숨어 있다. 이사장은 3대째 꾸준히 소규모의 양봉을 하다가 1986년 「주왕산양봉원」이라는 사업체를 차렸다. 당시 청송군내에는 약 300명 정도가 양봉을 하고 있었는데, 품질면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했지만 판매에는 영 서툴렀다. 그래서 주왕산양봉원이 청송군내의 꿀 수매상이 되어 판로 모색에 나섰다. 백화점 · 농협 · 특산품 판매장 ·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판매망을 넓혀 나갔지만 매출은 3천만원 내외로 그리 신통치가 않았다. 그러다 1990년 청송우체국장 황주현씨의 권유로 우체국 우편주문판매와 접하게 되었다.
우체국을 통해 주왕산벌꿀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매출액이 급신장했다. 이에 자신을 얻어 1992년에는 일본식품 박람회에 참여하여 주왕산벌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일본에 처음으로 5천만원 상당의 꿀 5톤을 수출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한국양봉협회에서 품질을 인정해 주고, 믿을 수 있는 국가기관에서 판매를 하니깐 모두들 신뢰를 하더라구요. 그리고 앞으로는 국내업자들도 외국산 농산물에 정면으로 대 처해 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으므로 자신의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곳이면 발 벗고 찾아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이병달 사장은 좋은 품질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만한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며, 그런 점에서 전국적인 판매망을 가진 우편주문판매야말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왕산벌꿀은 우편주문판매를 이용한 판매 실적이 초년도인 1990년에는 7천만원 내외였으나, 매년마다 조금씩 향상되어 1996년에는 약 2억 6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려 23위를 차지했다. 주왕산벌꿀의 작년 매출액은 약 3억원인데, 이 중 우체국을 통한 우편주문판매가 약 85% 이상을 차지해 주왕산양봉원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우편주문판매에 힘입은 것이라고 이사장은 고백한다.
벌꿀도 숙성과정을 거쳐야
꿀은 벌의 종류에 따라 토종꿀과 양봉꿀로 나누어지는데, 요즘 유통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양봉꿀이다. 벌꿀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560만개의 꽃을 찾는다고 하며, 한 마리의 여왕벌을 중심으로 벌 한 통에서 채집되는 꿀은 10~13kg 가량. 주로 채집된 꽃의 종류에 따라 아카시아꿀 · 싸리꿀 · 유채꿀 · 밤꿀 · 메밀꿀 등이 있으며 여러가지 꽃에서 채집된 것은 잡화꿀이라고 불리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꿀을 살 때 '이거 진짜 꿀이예요. 토종꿀 맞아요'라고 먼저 묻는다. 이에 대해 이사장의 말을 빌려보자.
“벌의 종류에 따라 토종벌과 서양벌로 나누어져 토종꿀, 양봉꿀 하는 것이지 꿀의 성분은 같아요. 일례로 과수원에서 사과를 딸 때 사람이 따나 원숭이가 따나 다 똑같은 사과죠. 꿀도 마찬가지예요. 벌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똑같이 꿀이 나는 꽃이라면 어느 꽃이든 날아가서 꽃 꿀을 가져오죠. 단지 꿀에 차이가 있다면 밀원이 되는 식물이 얼마만큼 좋은 환경에서 자라느냐는 게 문제죠. 그리고 벌꿀이 얼마만큼 숙성 과정을 거쳐서 나오느냐가 진짜 꿀을 판가름하는 잣대죠.'
꿀벌이 꽃 속의 꿀샘에서 꿀을 채집해 벌집에 저장해 두는데, 그때의 꿀은 수분이 50 ~60%를 차지하고 있어 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드시 꿀도 숙성 과정을 거쳐야 되는 데, 꿀벌은 혀로 꿀을 넓히고 빨아들이기를 반복함으로써 수분량을 30~40%로 떨어뜨린다. 그 뒤 32도 내지 35도 정도의 건조하고 따뜻한 공기에 접촉케 하여 2~3일 동안 증 발시켜 수분이 20% 정도 되었을 때 밀봉을 해야 되는데, 이때 주의할 것은 주위로부터 수분의 흡수와 미생물의 혼입을 방지해야만 진짜 꿀이 된다.
주왕산벌꿀은 이러한 꿀의 숙성 과정을 철저히 거쳐 품질이 좋은 것만 우편주문판매용으로 내놓는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주왕산벌꿀의 우수성이 전해지게 되고, 외국에까지 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저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어떤 품목이 어느 지역에서는 잘된다 하는 것이 있죠. 예로부터 청송군은 궁중진상품으로 잣과 꿀을 바칠 정도로 다른 지역보다 품질이 좋았어요. 그 덕을 제가 본 거죠. 그리고 제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들이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그것마저도 전국적인 망을 가진 우편주문판매제도가 도맡아 해주니 저희가 빠른 성장을 할 수가 있었던 거죠.'
성장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사장은 시종일관 자신의 양봉지역에 대한 자랑과 우편주문판매제도의 덕으로 돌리지만 그 겸손함 뒤에는 그의 철저한 품질 관리와 남다른 사업열을 엿볼 수 있다. 주왕산 벌꿀은 보사부 품질검사에서 벌꿀 적합 판정 기준 10개 항목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주왕산 벌꿀을 알리기 위해서는 국내든 국외든 식품 박람회가 열린다 하면 어디든지 찾아나서 국제식품박람회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음식궁합이 맞는 식품으로는 꿀이 으뜸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잘사는 것을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과 마찬 가지로 음식도 그러한 경우가 많다. 음식 궁합이 맞으면 영양 효율이 한가지만을 섭취했을 때보다 배가 된다. 하지만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커다란 영양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나 건강식품은 그 이치를 잘 알아야 효험을 볼 수 있는데, 보편적으로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 중의 하나가 꿀이다. 그래서 꿀 자체만을 섭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른 식 품과 함께 먹는다.
꿀의 주성분인 과당과 포도당은 소화성이 좋고 체내에 바로 흡수되어 영양분이 되며,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 등 많은 종류의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활력과 식욕증진 및 소화 흡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또한 꿀 속의 칼륨은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여 알카리성으로 유지하여 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내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고혈압 · 심장병 등 성인병에 좋다. 그래서인지 꿀은 우리네 식생활에서 약방의 감초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옛부터 꿀의 약효를 불로장생, 만병통치약으로 치고 있으며, 모든 내장과 신체 기능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병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요. 무엇보다 꿀은 음주 후의 숙취 방지, 간장병의 예방과 치료, 피부 미용 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죠.'
국민 건강에 일조한다는 심정으로 좋은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병달 사장. 작년부터는 해발 700m의 깊은 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란 산나물을 채취하여 「산 나물김치를 개발해 우리의 맛을 되찾는 데 에도 여념이 없다. 주왕산벌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을 톡톡히 했던 그는 또다시 산나물김치로 지역 유휴인력을 활용하여 주 왕산벌꿀에 이어 산나물의 독특한 맛으로 앞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항시 배우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식품영양 학을 전공하는 아들과 틈만 나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품질을 개발할 수 있는지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주왕산이라는 지명을 저희 회사 상호로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나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더 좋은 품질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의 힘이 크죠. 그러나 무엇보다 우편주문판매제도가 일등공신이죠.”
벌꿀로서는 처음으로 우편주문판매업체로 선정되어 포장방식 · 품질 등 선발업체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얘기하는 그는 우편 주문판매제도에 바람이 있다면 동일 상품에 대해 너무 많은 업체들을 경쟁시키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자칫 나눠먹기식이 되어 매출이 줄다 보면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해 낸다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특산품의 희소가치가 없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