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선비가 길을 가던 중 어떤 젊은 청년이 늙은 노인을 때리고 있는 것을 보고 '너는 어린 것이 어찌 노인을 때리는가” 하고 꾸짖자 그 청년이 대답하기를 “이 아이는 내가 여 든살에 본 자식 인데 그 술을 먹지 않아서 나 보다 먼저 늙었소”라고 하였다고 한다. 선비가 신기해 그 청년에게 절하고 그 술이 무엇이냐고 물은즉 구기자와 여러 약초가 들어간 구기 백세주라 하였다.
「백년 삶을 기원하는 술」이란 어원을 가진 백세주. 일제의 전통주 말살정책으로 그 맥이 끊어 졌던 백세주를 (주)국순당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현시켜 전통술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우리술 지키기에 앞장선 국순당
고려시대 술을 의인화한 소설인 임춘의 국순전에서 따온 이름으로 '누룩과 좋은 술을 만드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주)국순당. 전통주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정착시키고 그 맛과 멋을 현대적 감각으로 개발해야 된다며 전통주 연구실을 갖추고 우리 술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국순당은 원래 누룩을 만들어 전국 양조장에 공급하면서 성장해온 기업이다. 국순당을 창업한 배상면 회장(73세)은 50년이 넘도록 술맛을 좌우하는 두룩과 연애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1985년 쌀을 찌지 않은 상태로 발효시키는 무증자효소 누룩을 개발하면서 약주 생산에 뛰어들었다. 그때 만들어진 것이 이조흑주와 백세주로 세계 최초로 생쌀발 효법에 의한 것이다. 그 뒤 1993 년 (주)국순당을 세우면서 배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큰아들 배중호 사장(45세)이 그 가업을 물려받아 전통술시장에 새로운 빛을 던지고 있다.
'근대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술이 값비싼 양주에 밀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가까운 일본에 서는 약초를 가미한 다양한 약주를 선보이는 등 경쟁면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김치」가 「기무치」에 눌리는 상황이 전통 주시장에서도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전통주 그대로를 재현시키면서 그 옛술의 멋과 맛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켜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시장에까지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대를 이어 전통주를 만드는 배중호 사장은 그 일환으로 BACK TO THE BASIC'이라는 캐치 프레이즈 아래 그들의 술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것은 술의 근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라는 운동으로 옛문헌이 전하는 우리 원래의 술을 찾아 수천번의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 진정한 우리 술을 찾고자 하는 국순당의 노력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자연 · 인간 · 뿌리의 세가지 근본을 기억함으로써 우리 술의 뿌리를 되찾고 자연스런 방법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술을 빚으려는 그들의 의지이기도 하다.
현재 국순당에서 선보이고 있는 술은 백세주를 비롯하여 흑주 · 쌀막걸리 그리고 미용술인 무몽 등으로 전국의 유명 백화점 · 호텔 · 식당 그리고 대리점을 통해 나가고 있다. 그 중 백세주만 우편주문판매제도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약주 도가가 위치한 화성의 지명을 따 화성 백세주라 부르고 있다.
생쌀발효법으로 만든 백세주
대부분의 전통주가 고두밥을 지어 술밥으로 사용하는데, 백세주는 술밥을 찌지 않고 생찹쌀을 가루로 내어 잘 발효된 생밀누룩만으로 빚어내는 것이 술맛을 내는 비결이다. 그리고 술 빚는 과정에 인삼 · 백하수오 · 음양곽 · 구기자 · 감초 · 오미자 · 육계 · 복령 · 건강 · 찹쌀 등 열가지 한약재가 포함되는 것이 백세주만의 비법이며 특징이다.
이 술 빚기 방법은 고려말부터 조선조에 걸쳐 널리 유행하던 백하주의 술 빚기법을 되살린 것 인데, 백세주는 그것에다 새로운 기술을 더 첨가 시킨 생쌀발효법으로 만든 술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하나뿐인 술이다.
동의보감에 “술은 성질이 열(熱)하고 맛이 쓰고 달며 독(毒)이 있으니 약세(藥勢)를 행하고 모든 악독기를 없애며 혈맥을 통하게 한다.”고 했으며, 특히 약으로 쓰는 술은 찹쌀과 가장 좋은 누룩으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찹쌀과 누룩을 엄선해 원료로 사용하는 백세주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리고 백세주에 사용되는 약재 대부분은 성질이 평(平)하고 독이 없으며 상극이 되는 약재를 사용하지 않아 체질에 따른 약효의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해 동의보감에 지칭하고 있는 그대로를 옮겨 담고 있는데, 백세주 300밀리 한 병에 사용된 약재의 양은 첩약 반 첩과 거의 같은 양으로 '보약 반첩 백세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건강에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난 백세주는 취하도록 마시는 술이 아니라 아껴 마시는 술이다.
“저희 아버님은 술맛을 좌우하는 누룩을 한평생 만들어 오신 분이죠. 한 번은 연구원들과 함께 옛날의 백하주를 재현시키고자 새로운 누룩 개발에 나섰죠. 비방대로 만들었는데도 줄곧 실패로 돌아가 포기할 생각까지 했대요. 이 누룩으로 술을 만들 때마다 며칠을 못넘겨 상한 듯 시큼한 맛이 나 이제 그만두려고 했죠. 그런데 실패작이 담긴 비커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놓은 채 20여일의 시간이 흘렀죠. 그후 그것을 발견한 연구원이 버리려다 탄성을 지르는 거예요. 상한 것처럼 시큼한 냄새를 풍겼던 이 비커에 담긴 술이 거짓말처럼 독특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쓰레기로 취급하려 했던 것이 이후 백세주의 근본이 되었고 저희 회사에서 나오는 약주에 응용이 되는 비책으로 사용되고 있죠.'
배중호 사장이 들려준 백세주에 얽힌 에피소드는 그의 아버지 배상면 회장의 우리 전통주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소신을 보여 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좋은 맛은 철저한 품질관리에서
백세주가 우편주문판매를 시작한 것은 1995년. 국순당의 영업을 책임맡고 있는 한사홍 부장의 아이디어였다. 1994년 민속주의 「공급구역 제한 규정」이 폐지되면서 백세주가 전국적으로 판매 망을 넓혀나가는 가운데 한부장은 우편주문판매 제도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배사장에게 보고했다. 한부장의 보고를 들은 배사장은 정부에서 실시하는 제도이니 만큼 공신력도 있을 것이고, 아직 전국적인 판매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 부분을 우편주문 판매제도가 커버해 주니 선전 효과도 클 것으로 판단하여 한부장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우편주문판매는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있었다. 1995년 8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시작하자 마자 추석을 맞아 불티나게 팔렸다. 그 결과 첫 해에는 물량 부족으로 공급 중지까지 해야만 했다. 첫해 1,666여건에 6,800만여원 팔리던 것이 1996년에는 8,482여건에 2억 6,200만여원으로 우편 주문판매를 하고 있었던 9개 민속주 업체를 제치고 단연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올해도 6월말 현재 3,800여건에 1억 1200만여원의 실적을 올려 선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순당의 연간 매출액은 1994년 10억원에서 1995년 25억원, 1996년 40억원으로 커졌고, 올해는 80억원대에 이를 전망으로 그 중 우편주문판매제도를 통한 매출액은 10% 내외이다.
이처럼 수입 양주가 판을 치는 술시장에서, 그리고 많은 민속주 중에서, 전국적인 판매를 시작 하면서 단숨에 이만큼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콤달콤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맛있는 술이면서도 술 마신 뒤 두통과 숙취가 없다는 것과 예로부터 불로주로 표현되는 건강술이라는데 있다. 그리고 그 맛과 효능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민속주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진 않지만 현대적 시설을 갖춘 연구실에서 전통주를 재현시키되 현대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백세주는 술맛을 좌우하는 누룩에서부터 약재까지 국산을 사용한다. 중국산에 비해 2~3배 정도 비싸지만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이 최고'라는 배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백세주는 기본이 생찹쌀과 생밀누룩으로 빚어 인공적인 조작을 무수히 가하는 다른 술과는 달리 자연의 조화에 가능한 한 맡겨두는 자연주의를 고집한다. 깨끗한 생찹쌀과 좋은 물, 잘 발효된 생밀누룩 그리고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젊은 효모가 저희들끼리 화합하여 먹고 낳고 하도록 좋은 환경, 즉 적정한 온도와 시간만 지킬 뿐 다른 일체의 화학첨가물, 인공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백세주는 비타민 · 아미노산 등 여러 영양소가 그대로 살아있다.
'백세주는 알콜 농도 13도의 약주로 남녀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애주가들의 한결같은 소망인 음주 후의 건강을 최대한 도모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음주 후에 일어 나는 두통 · 갈증 · 속쓰림을 없애고자 했죠. 백세주의 가장 큰 특징은 간장을 보호하고, 위장을 보호하고, 10가지 한약재를 사용하여 주무시기 전에 작은 컵으로 한잔씩 드시면 건강에 좋죠.'
배중호 사장은 백세주 예찬론을 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 고유의 술을 적극 육성하고 또 개발을 지원해야 된다고 얘기 한다. 이어서 우편주문판매제도에 대한 고마움과 조언을 덧붙인다.
“저희들이야 별 어려움 없이 매출이 이루어지니깐 고마울 뿐이죠. 현업 우체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진짜 고생들 하시죠. 그분들에게 항시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올해 초 저희들 나름대로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사은행사를 가져 해외 여행의 특전을 주었는데, 앞으로는 이런 기회를 자주 가져 저희들이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싶습니다.
우편주문판매제도에 바람이 있다면 우편주문 판매는 제품에 대한 믿음인데, 동일 상품에 대해 너무 많은 업체들이 들어오게 되면 자칫 나눠먹기식이 되어 매출이 줄고, 그러다 보면 질좋은 상품을 생산해 내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쌓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품목을 자꾸만 늘려 나가기보다 제품을 엄선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특산품에 대한 가치도 커나가게 되는 거죠.”
작년 12월부터 경기도 포천에 전통주박물관을 개장하여 우리 술에 관한 역사적 자료의 수집과 정리, 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우리 술문화를 후손에게 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순당은 앞으로 우리 전통주를 세계화시키는데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