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고 체한 데는 약도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민간에서는 물 마시고 체한데 더덕이 효과가 있다고 전해온다. 짙은 향과 독특한 맛을 내는 더덕은 예로부터 약용 및 식용으로 많이 애용되어 왔으나, 그것이 주로 깊은 숲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요즘은 대규모로 더덕을 재배하는 곳이 많아 더덕을 구하기 위해 굳이 깊은 산중에 가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더덕의 명산지인 강원도 횡성을 찾았다.
3년만에 상위로 발돋움한 비결
횡성은 원래 횡천이란 이름으로 불렸다가 조선초(1413년)에 홍천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혼동을 피하기 위해 횡성으로 개칭되었다고 한다. 횡성의 명산물은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한우고기. 그런데 요즘은 한우에 더하여 하나가 더 생겼는데 그것이 바로 더덕이다.
횡성이 더덕으로 이름을 얻기까지는 횡성생약(대표: 이경우)이라는 업체의 공이 컸다. 흑염소• 오리 등을 기르던 횡성생약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일부 땅을 개간하여 더덕을 심기 시작했는데. 그 품질이 다른 지역보다 우수했다. 그래서 더덕을 대단위로 재배하기로 하는 한편, 판로 모색에 나섰다가 1992년부터 우체국의 우편주문판매제도 와 접하게 되었다.
우체국을 통해 횡성 더덕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다른 곳에서도 주문 요청이 쇄도했다. 그래서 지금은 우체국 외에도 농협 • 특산품판매장• 백화점 등으로 고루 나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진출하고 있다. 현재 횡성생약의 매출액은 약 10억원인데, 이 중 우체국을 통한 우편주문 판매는 약 25%를 차지한다.
횡성생약은 더덕외에 삼지구엽초(음양 곽) • 원두중 • 옥수수 등도 생산하고 있으나 그것들의 생산은 미미하고, 역시 주생산품은 더덕이다. 특히 더덕의 경우, 우편주문판매를 이용한 판매 실적이 초년도인 1992년에는 18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저조했으나, 그로부터 불과 3년 뒤인 1995년에는 약 2억
원의 판매고를 올려 20위를 차지할 만큼 급신장을 했다. 이는 더덕이라는 단일 품목으로는 최고를 자랑하는 수치이다.
이와 같이 횡성 더덕이 단기간내에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요? 특별히 비결이란 건 없어요. 저희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어떤 품목은 어느 지방에서 잘되더라 하는 얘기 있죠. 저희가 이곳에 처음 더덕을 심을 때는 이렇게 품질 좋은 더덕을 얻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재배해서 2〜3년 지난 더덕을 여러 지방의 것과 비교를 해 보니까 우리 것이 제일 좋았어요. 그래서 성공에 확신을 가졌죠.,,
이경우 사장의 말이다.
그러나 이사장의 겸손함 뒤에는 품질관리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남다른 노력을 엿 볼 수 있다. 그 노력이 무엇인지 잠간 귀기 울여 보자.
먼저, 더덕을 재배해 수확한 땅은 완전히 뒤집는다. 그것도 포크레인을 이용해 1m씩 파서 뒤집는다. 그러니 땅은 완전히 새로운 홁으로 채워지게 된다. 본래 더덕을 생산하기에 알맞은 토양임에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 정성을 들인 것이다.
또 생산된 더덕 중 품질이 좋은 것들만 골라 우편주문판매용 상품으로 내보내고, 품 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더덕장아찌 등을 만든다. 또 거기에서도 골라낸 하급 더덕은 염소 등의 사료로 쓰인다. 그러므로 우편주 문판매 상품용으로 나오는 더덕은 언제나 최상의 것만이 공급된다.
이렇게 품질이 좋은 물건이 계속 공급되자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고, 소비자 들의 입에서 입으로 횡성 더덕의 우수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여러 지역의 더덕을 섞어 놓고 그것을 먹어보게 하여 가장 맛있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그것이 횡성 더덕이라고 할 만치 이제 횡성 더덕은 가장 맛있는 더 덕으로 통하고 있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신뢰 구축
더덕은 생약명으로는 沙蔘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생김새가 인삼과 비슷한데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더덕은 피를 맑게 하고 독성분을 제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또 폐를 튼튼히 해주며 거담 효과가 있다. 더덕에는 글루타민산이 있어 이 때문에 독특한 향기와 쌉쌀한 단맛을 내어 식욕을 돋구는데도 좋은 식품이다. 또한 인삼의 주요 성분이기도 한 사포닌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더덕은 인삼 대용으로 많이 이용되어 왔다.
이같은 더덕을 전국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횡성생약은 국민 보건에 일조한다는 긍지도 있지만. 언제나 좋은 품질의 상품을 소비자 들에게 공급해 주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책임감도 느낀다.
“특히나 우편주문판매는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보지 않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장사는 바로 그들의 내면을 보고 하는 것이다, 또 지금의 판매는 다음 판매를 보고 하는 것이다라고 늘 생각했어요. 그렇게 손님을 하나하나 개척해 나가는 심정으로 일했습니다.”
더덕은 1년 재배해서는 팔 수 없다. 3〜4년 정도 기다려야만 최상의 물건을 내놓을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편주문판매 역 시 1〜2년의 짧은 기간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물건을 꾸준히 공급해서 그들의 신뢰를 쌓는 길이다. 그같은 전략은 적중했고 소비자들로부터 구매가 꾸준히 늘었다.
우편주문판매는 주로 명절 때 수요가 몰린다는 특성이 있다. 횡성 더덕의 경우 추석에 40%. 설에 22%가 팔린다. 그래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총 15만평의 재배 면적 중 일부를 떼어 우편주문판매 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명절 때 아무리 수요가 폭주하더라도 그 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제는 우편주문판매뿐만 아니라 농협 등 다른 곳으로도 판로를 넓히고 있는 횡성 더덕은 특히 올해 안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량 납품하도록 되어 있어 나날이 번창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횡성생약이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은 우편주문판매에 힘입은 것이 컸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우편주문판매제도에 대해서는 이제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편주문판매는 양적으로 커왔어요. 덕분에 이만큼 큰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앞으로는 질적으로 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체국에 우편주문판매 전용차량조차 없잖아요. 택배차량이 전국을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해 주고 있는 실정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 시점에서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면 질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사송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사업가의 안목으로 이야기한다는 이사장의 주장은 단호했다.
횡성생약은 이처럼 농산물을 판매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함으로써 강원청 및 군수 감사패를 받았다. 그 감사패는 농산품의 판매고를 크게 올려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가시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 외에도 감사패를 받을 만한 보이지 않는 이유가 대화 중에 숨겨져 있었다.
“우리가 이만큼 성장하기까지는 제 자신이 똑똑해서가 아닙니다. 다 이곳 주민들의 땀으로 일어서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전 그 분들에게도 소득이 돌아가도록 항상 신경을 씁니다. 예를 들면, 더덕을 캐서 껍질을 깔 때 그것을 기계화로 하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아요. 기계 대신 이곳 할머니들을 모셔옵니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을 드리고 싶어 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