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정오, 일제(日帝)가 항복한다는 일황의 방송이 있자, 당시 ‘재경조선인 체신인(在京朝鮮人遞信人)’들은, ‘재경조선인 체신종업원대회’를 열어, “자주독립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맡은바 업무수행을 다해야 한다.”는 결의를 하고 각 지방 중견 체신인들을 소집해 ‘전국체신인대회’를 개최 ‘체신확보위원회’를 조직하였고, 길원봉을 위원장으로 하는 간부진도 정하였다.
미군은 한반도 38도선 이남의 군정을 공포하고 9월 14일 행정국장을 임명하며 체신국장으로는 동일 ‘허리히 육군중령’이 부임하였다. 허리히 중령은 ‘체신확보위원회’를 공식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제적으로는 동 위원회와 협력하면서 우편업무, 전신, 전화업무 모든 부문에 대해 길원봉 씨의 정확한 실정(實情) 보고와 인력 또는 기재 수급의 전망 등을 파악하는 한편 필수인력의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매우 긴밀히 협력하였다. 그 결과, 본부 체신국과 서울 및 부산 양지방 체신국의 간부들을 ‘체신확보위원회’ 인원들로 충당하였고, 이어서 각 지방 현업국소의 인사(人事)까지도 동년 연말까지에 최대한 조선인으로 운영되게 되었다.
故 진기홍 고문
길원봉 씨는 체신확보위원회가 조직되며 즉시, 전주저금관리소 계리계장 재임 중의 30세 진기홍(陳錤洪) 청년을 찾았다. 광복 이전에 이 청년과의 면담 기회가 있어 그의 한문실력이 비상함을 숙지하고 있는지라, 그를 꼭 기용(起用)하고자 했던 것이다. 동년 10월의 끝 무렵에 진기홍 청년과의 소식이 닿자 “즉시 상경하라”고 하여 길 과장과 진기홍 청년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진기홍 씨는 다음 해인 1946년 3월 서울지방체신국 재근(在勤) 명을 받고 상경, 동년 4월 23일 서울지방체신국 저금보험과 장려계장을 수입하였다. 이때부터 진기홍 청년은, ‘구한국 우정사’의 발굴에 신명을 다하게 된다. 이런 곡절을 겪으면서 길원봉 씨가 진기홍 씨에게 내린 비공식적인 하명(下命)이긴 했지만, 이 사실과 그 결과는 우리나라 우정사[우편사 뿐 아니라 전신 전화를 포함한 통신사(通信史)로서]의 진실을 후세에 올바르게 전달하게 된 매우 현명하고 큰 공적(功績)이었다. 진 선생의 ‘우정사발굴’은 정미(正味)로 1946년 4월 23일~1948년 8월 15일(미군정 시기)과 1948년 8월 15일~1950년 6월 24일(대한민국 시기)로 나뉜다. 진 선생은 1948년 전반기(6월) 이전에는 길원봉 체신국장에게 어떤 형태로든 발굴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을 것이라고 본다. 진 선생은 이 발굴 작업 중에, 구한국 우표들과 실물자료(실체봉피 기타 등)의 수집도 때에 따라 병행했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6·25 동란 때는 부산의 중앙정부(임시청사)에 근무했을 때, 그 시기에 여러 뜻하지 않은 해후(邂逅)도 있었는데, 고려대학이 추진한 <한국문화사대계(韓國文化史大系)>(전7권)에 들어갈 ‘과학, 기술사’ 부문의 ‘체신사’를 진 선생이 집필한 것은 그때(피난 임시청사에서 만난), 후일 고대 총장을 역임한 김상협(金相浹) 선생과의 해후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진 선생은 ‘구한국우표’ ‘구한국우편사’ ‘구한국통신사’ 등에 대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대필(代筆)한 기고(寄稿)가 무척 많았었다.
진 선생의 구한국우편사 발굴 결과가 책 한권으로 출간된 것은, 1962년 2월 4일부터 6월 3일까지 일간지 ‘민국일보’에 총 18회 연재가 먼저였고, <舊韓國時代의 郵票와 郵政>(단행본)은 1964년 4월이었다. 이 책으로 국내 우취인 중 구한국관련 수집가들의 구한국우편사에 관한 자신감이 고양(高揚)되었음은 물론, 우리보다 앞섰던 일인 구한국 수집가들을 우리가 추월하게 한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미국에는 한국우표 전문 수집가들의 모임인 Korea Stamp Society(약칭: KSS)가 있는데, 이 단체의 존재는 일찍 우리에게 알려졌었고, 국내 수집가들도 수명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 선생은 KSS 편집위원회 편집의 라는 책이, 미국 뉴욕의 으로 1970년대에 출판되어, 세계에 공개됨과 더불어 그 기술(記述) 내용이 권위 있는 것으로 세계 우취계에 퍼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이 책의 서문에 KSS의 편집위원회 의장 겸 편집자 Helen K. Zirkle이 1969년 8월자로 기록돼 있음. 또 이 편집자 Zirkle은 女史로서 미국에서는 저명하며 특히 우취관련 편집에서는 매우 깐깐한 전문인으로 알려져 있음). 그래서 KSS는 진 선생에게 그들의 영구명예회원(永久名譽會員)이라는 칭호를 증정했던 것이다. “구한국 우편사와 동 전통부문을 수집 작품화하는 수집가들은 ‘길원봉’ 그리고 ‘진기홍’ 두 분의 업적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