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연하우표는 매 연말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에서 발행된다. 올해로 발행 50주년을 맞는 연하우표는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솔방울을 도안으로 시작된 연하우표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풍습을 거쳐 12간지를 주제로 한 도안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목적에 알맞은 도안을 선보여 왔으며, 최근 들어 스티커우표를 비롯하여 야광우표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 또한 점차 변화해 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주제를 장식한 도안은 12간지로서 새해에 해당되는 띠를 표현한 것이다. 연하우표에 12지에 따른 동물이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1959년 발행된 제3차 연하우표에 표현된 의인화된 쥐가 처음으로서, 50년간 발행된 총 84종의 연하우표 도안 가운데 43종의 도안이 12간지와 관련된 도안이다. 특히 이번에 발행된 연하우표의 도안은 지난 2001년 발행된 2002년용 연하우표와 연속되는 시리즈 성격의 동일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당시 우리나라 우표에 첫 시도된 야광우표로 계속 발행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우표디자인실의 박은경 씨가디자인한 이 연하우표들은 과거 한차례 연속된 시리즈 형식의 우표에 이어 두 번째이다. 연속된 시리즈 형태의 첫 번째는 1976년(1977년용 연하)부터 1987년(1988년 연하)까지 발행된 연하우표들로서 김유신장군묘의 십이지를 상징하는수면인신상을 주 도안으로 하여 총 11종(1981년 제외)이 발행된 바 있다.
쥐띠해의 연하우표
이번에 발행된 2008년용 연하우표는 소형시트와 함께 야광우표로 1종이 발행되었다. 세련된 현대적인 감각의 도안으로 구성된‘새해 눈을맞는쥐’는, 쥐와 눈(雪) 입자 부분이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는 야광우표로 만들어졌다. 12간지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쥐는 예로부터 재앙이나 사고 등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영물로 인식되기도 하였으며 어려운 여건도 꿋꿋이 이겨나가는 근면한 동물로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쥐는 자식이라는 뜻으로 12지신 가운데‘子’로 표시되며왕성한 번식력으로 다산과 재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져 오고 있으며 힌두 신화에서는 쥐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다는 의미로서 지혜의 신인 가네샤의 마차를 끄는 동물로 묘사하고 있다.
12간지의 열두 동물 중에서 쥐가 제일 처음이 된 이유에 대해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앞 다투어 달려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도착한 바로 그 순간에 소 등에 올라타 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쥐를 영리하고 재빠르며 민첩한 동물로 인식하고 있다.
근면, 절약, 저축을 상징하는 쥐
1970년대 <쥐띠부인>(감독 곽정환)이라는영화가 있었다. 최무룡∙고은아∙허장강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주연한 이 영화는제11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건전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등을 받았다. 나태한 생활습관에 빠져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가정에 억척스러운 또순이 점례(고은아 분)가 들어와 모든 갈등과 역경을 딛고 알뜰한 가정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계몽적인 내용의 영화 <쥐띠부인>. 어찌 보면 다소 진부한 줄거리의 이 영화는 당시 새마을운동과 함께 불어온 근대화의 바람이 온 대한민국을 휩쓸던 시절, 시대 상황과 걸맞은 내용으로 화제를 모으며 속편까지 제작되었다. 영화의 제목인 <쥐띠부인>의 의미는 12간지 중‘쥐’에 해당 하는 해에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그 속뜻에는 과거부터 전해오는 쥐에 대한 근면, 절약, 저축 등의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세계에서의 쥐는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등장하는 쥐처럼 인간들에게 아주 귀찮은 존재로서 각종 전염병을 옮기고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구제 대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 생활과밀접한 영역에 존재하는 쥐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부정적인 면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되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2007년이 지나고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더불어 올해는 12지의 첫 번째인 쥐띠 해이자 연하우표 발행 50년을 지나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이기도 하다. 쥐에 대한 숨은 의미처럼 근면 성실한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여 모든 역경을 헤치고 그 어느 해보다도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08년용 연하우표-새해 눈을 맞는 쥐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인 January의 어원은?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인 January는 로마 신화의신인 야누스(Janus)의 이름을 딴 로마 공화력의첫 번째 달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하였다. 로마 신화의 신들 중 그리스 신화에 대응하는 신이 없는 유일한 신인 야누스는 과거와 미래를보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되며 주로 문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 하늘의 문을 열어 밝은 아침을 가져오고, 문을 닫아 황혼을 오게 하는 야누스는 모든 사물과 계절의 시초를 주관하는신으로서 숭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