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big? To Be Continued!
지난 2012년 3월, ‘또 한 여잘 울렸어’란 노래 한곡이 ‘듣는 귀 좀 있다’는 음악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투빅’이라는, 뜻을 짐작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신인그룹의 노래라 했다. ‘얼굴 없는 가수’인 덕에 그들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엔 ‘누구 노래지? 뭐지?’로 시작했던 대중들의 반응은 ‘투빅, 좋은데!’ 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라드 가수, 신승훈이 자신의 SNS에 ‘2BiC 이라는 신인듀오의 노래 좋네요. 보이스코리아 나왔으며 대박이었을 텐데’라고 글을 남기며 극찬했다. 누리꾼들 역시 ‘또 한 여잘 울렸어’의 후반부 브릿지에 나오는 고음부분에 ‘3단고음 10단꺽기’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투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수 아이유의 ‘3단고음’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란 뜻이었다. 또한 한 호흡으로 여러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투빅의 소름끼치는 가창력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비록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든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투빅은 비주얼이 아닌 목소리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처음에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한 건 선입견 없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서였어요. 서운하지 않았냐고요? 전혀요! 우리가 생각해도 우리 외모를 먼저 공개하면 대중들이 ‘비주얼 쇼크’를 받을 것 같았거든요. 노래는 감미로운데, 이를 부르는 가수는 덩치가 산만한 사람들이니까요.”
투빅의 맏형, 지환 씨가 유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 생기고, 예쁘고, 날씬한 아이돌이 넘치는 가요계에서 만약 투빅이 처음부터 외모를 공개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투빅의 넉넉한 풍채 때문에 더욱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투빅의 두 남자, 지환 씨와 준형 씨는 대중들이 ‘비주얼이 아닌 음악과 목소리’에 집중하기를 원했고, 실제로 대중들은 그들의 깊은 목소리와 아름다운 하모니에 찬사를 보냈다.
“이제는 사람들이 우리를 ‘친숙한 외모’로 받아들여 주세요. 또 둘 다 데뷔 때보다 살이 조금씩 빠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직 투빅(2BiC)을 ‘too big’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꽤 많으세요. 사실 투빅은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계속 노래를 부르겠다’는 의지를 담아 투빅(2BiC)이란 이름을 지었노라 말하는 준형 씨. 그의 소망대로 투빅은 가요계에 묵직한 존재감을 새기며 계속 노래를 이어가고 있다.
두 남자의 아름다운 우정으로 더욱 깊어진 하모니 그렇다면 투빅의 두 남자, 지환 씨와 준형 씨는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을까? 놀랍게도 두 사람은 추계예대 실용음악과 04, 06학번 선후배 사이다.
“제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지환 선배는 ‘노래 잘 하는 04학번’으로 유명했어요. 저도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선배를 많이 쫓아 다녔죠. 사실 전 고등학교 때까지 팝송 보다는 우리나라 가요를 자주 즐겨듣고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선배와 함께 다니며 팝송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었죠. 학창시절에 선후배로, 형-동생으로 함께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또 서로 음악적인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준형 씨의 이야기에 지환 씨는 ‘준형이는 학창시절부터 정말 아끼던 후배’라 덧붙인다. 때문에 지환 씨가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도 준형 씨였다고. “2010년에 전 한 학원에서 보컬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었어요. 당시 학원에서 홍보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작곡가 조영수 선생님이 그 영상을 보고 직접 학원으로 찾아오셨어요. 그렇게 오디션을 보게 됐고, 투빅의 멤버가 될 수 있었죠. 조영수 선생님이 멤버 한 명이 더 필요하다고 하셔서 제가 준형이를 추천했어요. 준형이는 진짜 실력파들이 모인 오디션에서 거의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죠. 좋아하는 후배이자 아끼는 동생이었던 준형이와 함께 팀을 이루게 되어서 정말 기뻤어요.” 그렇게 절친한 선후배에서 ‘투빅’이란 팀의 멤버가 된 지환 씨와 준형 씨. 아무리 학창시절에 서로 친한 사이였더라도 사회에서 ‘팀’으로 활동하는 건 또 다른 의미였을 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투빅으로 데뷔하기 전에는 지환 선배에게 존댓말을 썼었어요. 그런데 데뷔하고 나서는 말을 편하게 해요. 그만큼 진짜 친형제처럼 친밀해졌다고 할까요? 가족들끼리도 종종 식사를 같이 하고 어머니들끼리는 ‘언니-동생’ 사이가 됐어요. 투빅으로 활동하면서도 우리는 한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지환 선배는 ‘내가 나이가 더 많은데, 선배인데’란 마인드 자체가 없어요. 열린 마음으로 제 의견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합의점을 찾아가죠.” 준형 씨가 넌지시 지환 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선배이자 형으로서 투빅의 중심을 든든히 지키며 함께하는 데에 대한 고마움이다. 반면 지환 씨는 준형이란 믿음직한 동생이 있어서 오히려 더 든든하다고 이야기한다.
“KBS 2TV ‘불후의 명곡-엄정화 편’에 출연했던 적이 있어요. 데뷔 1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는데 하필 제가 심한 감기에 걸려서 애를 먹었죠. 그때 준형이가 저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또 사실 제가 고집이 좀 센 편이거든요. 부모님도, 주위 사람들도 알아주는 고집이죠. 그런데 지환이의 이야기는 잘 듣게 돼요. 절 다루는 법을 안다고 할까요?” 지환 씨의 이야기에 두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다. 서로를 잘 알기에 더욱 존중하고 배려하는 두 남자. 투빅의 하모니가 유독 아름다운 건 이처럼 속 깊은 우정이 바탕이 된 덕이 아닐까.
음악으로 추억이 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이제 얼마 뒤 10월이면 투빅의 미니앨범이 발표된다. 이란 앨범으로, 투빅이 데뷔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정성을 다해 작업한 앨범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되, 그때보다 더욱 발전되고 깊어진 투빅만의 색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앨범엔 총 4곡이 담겼어요. 타이틀곡은 ‘지금처럼 사랑할게’란 알앤비 발라드입니다. 또 지난 6월에 ‘여름이잖아요’란 여름 시즌송을 발표했었잖아요? 그 느낌을 이어서 준비한 가을 시즌송도 한 곡 있고요. 나머지 두 곡은 발랄하면서도 감미로운 곡으로 준비했습니다. 우리는 특히 녹음 작업을 중시하는 그룹이에요.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시고, 아껴주시는 팬들에게 정말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책임감이 있죠. 이번 앨범이 멋진 가을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투빅의 두 남자, 지환 씨와 준형 씨에게는 가슴 깊이 품고 있는 소망이 있다. 가수로서 그리고 음악과 노래를 진정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궁극적으로 꾸는 꿈이다.
“정말 좋은 음악은 추억으로 남는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그런 음악을 들으며 자랐으니까요. 그래서 투빅이 훗날 ‘음악으로 추억할 수 있는 그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진심을 다해 노래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