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우편물·소포 전하며 주민과 교류
“용남면은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으로 노인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일찍부터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서인지 마을 어르신들이 꼭 제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대했습니다.”
통영우체국 김종운 집배원이 가장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주민들과 교류하며 정을 나눌 때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말 한마디에 온종일 마음이 따뜻하다. 편지를 돌리다 혼자 사는 노인 집에 들러 말벗이 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마을 주민을 만나면 우편물과 함께 짐을 집까지 옮겨준다. 배달이 없을 때도 짬짬이 시간을 내 어르신들이 아프거나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폈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면사무소를 찾아 김장 봉사를 하고, 연말연시나 명절 등에는 독거노인과 노인정에 쌀을 기부했다. 그렇게 주민들과 가족 같은 끈끈한 유대감을 쌓은 김 집배원은 용남면에서 ‘우리 아들’로 통한다.
“마을회관에 가면 어르신들이 ‘아들 왔나?’ 하면서 친자식보다 더 아들 같이 대합니다. 식사 시간이면 기어코 자리에 앉혀서 밥을 먹여 보내고, 호박이며, 옥수수며 제철 농산물을 챙겨주십니다. 보답받자고 한 일은 아니지만 정말 제가 해드린 것 이상의 사랑을 듬뿍 받는 느낌입니다. 아마 저만큼 많은 아버지 어머니를 둔 사람은 없을 거예요(웃음).”
우편물을 분류 중인 김종운 집배원
집배원, 사랑을 실천하는 전령사
김종운 집배원에게 집배원이란 직업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24년간 집배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사람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한 것이다. 한 번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하수구에 빠진 분을 보고, 응급처치한 후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한 적이 있다. 또 독초를 먹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해 생명을 구했다. 동네 곳곳을 누비는 집배원의 역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추구하는 제게, 집배원은 주민들의 힘든 사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봉사활동의 원동력이 됩니다. 특히 우체국 내 국장님을 비롯해 과장님과 실장님으로부터 섬김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를 항상 경청하고, 공무원으로서 사회봉사를 실천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김 집배원의 행보는 지역사회에 소문이 나면서 지난 3월에 지역 신문에 소개됐으며, 5월에는 통영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 정년퇴직까지 7~8년여 남은 김 집배원은 제2의 인생도 차근차근 계획하고 있다. 어려웠던 가정형편 탓에 배움에 항상 목말라 있던 그는 ‘글쓰기’를 통한 등단과 위기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자로 나서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 집배원은 현재 통영을 대표하는 신문사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며 환한 미소를 내비쳤다.
“어렵고 힘든 시간에 글을 쓰면서 많이 치유됐습니다. 이러한 제 경험을 위기의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글을 쓰면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돕고 싶습니다.”
오늘은 용남면 곳곳을 누비며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로, 내일은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작가로서 성장해 가는 김 집배원의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