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에 대한
진지한 자세
김준수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음악시간에 도라지타령과 둥당기타령을 배웠는데, 어찌 된 이유인지 담임선생님께서 제 노래를 들으시고 학교 대표로 군에서 개최하는 국악대회에 출전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 대회에서 제대로 된 판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뭔가 가슴에 울림이 있었어요. ‘나도 소리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었죠. 직접 소리북 살 돈까지 챙겨주시던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소리를 시작했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그만두어야 하나 하는 갈등과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소리를 사사(師事)하던 박방금 선생님의 격려와 도움으로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 전남 강진에서 공연을 보거나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연히 출전한 그 국악대회가 저에게는 큰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거죠. 이제 23살, 소리로 채워질 제 삶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11살 꼬마는 이제 청년이 되었고, 소리는 앞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소리로 멋진 인생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은 소리로 관객과 호흡하며 소통하고 싶습니다. 어렵게 시작하며 간절했던 첫 마음 그대로 우리 소리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앞으로의 세상을 소리로 채우고 싶습니다.
+
1991년생. 국립창극단 신입단원.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전통예술학부 재학. 2012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부문 은상
애환을 노래하는
소리꾼
민은경
어릴 적 유독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이 녀석이 노래 좀 하겠구나’ 싶으셨는지 당시 목포에 계시는 안애란 선생님께 저를 데리고 가셨어요. 곧잘 따라 하는 저를 보고 선생님께서 “야 소리 좀 하겄소. 얼른 시켜야겄소” 하셨는데, 그때가 5학년이었어요. 안애란 선생님께 줄곧 사사하다 서울로 이사하면서 성우향 선생님께 춘향가와 심청가를 사사했습니다. 평생을 우리 소리를 지키며 소리만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스무 해쯤 소리를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우리 소리를 더 발전시키고 대중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창극 마당놀이, 퓨전음악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판소리를 시도해 봤습니다. 제 나름의 결론은 우리 소리 고유의 멋을 살리고 소중한 전통을 현시대에 맞게 재창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통을 살리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저희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 소리는 제 몸입니다. 몸을 가꾸지 않으면 예쁘지 않은 것처럼 몸이 곧 악기이기도 하니 잘 가꾸고 다듬어야 곧은 소리가 만들어질 거로 생각합니다. 전통판소리에 대해 더 깊게 연구하고 연극적인 요소를 살려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로 창극을 알리고 싶습니다. 자극적인 소리에 힐링이 되는, 팍팍한 삶에 위로가 되는 우리 소리로 행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
1982년생. 국립창극단 신입단원.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 졸업. 동 대학원 한국음악과 석사수료. 2002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부문 금상, 제11회 임방울국악제 일반부 판소리부문 장원 등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우리 소리
이광복
동해안 별신굿을 하는 외가와 우리 음악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영업을 하셨던 부모님께서 집에 안 계실 때마다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신문에 난 국악대회 요강을 들고 오셔서 참가 신청서를 내보자고 하셨는데, 그 대회가 ‘EBS어린이 명인명창전’이었습니다. 아버지께 배운 민요를 불러 입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6학년 때부터 김수연 선생님께 본격적으로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달콤한 칭찬보다는 쓴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지나고 보니 제게 아주 좋은 약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판소리는 물론이고 경서도민요, 굿음악, 대중가요 등을 넘나들 수 있는 목소리를 갖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끼들을 모아 무대 위에서 창극으로 펼쳐 보이고 싶습니다. 어려서 시작한 소리가 밑거름되어 좋은 만남을 가져왔습니다. 좋은 스승님들을 만났고 좋은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소리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벅찹니다.
제 이름만큼이나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좋은 소리꾼, 소리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1983년생. 국립창극단 신입단원.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 졸업. 동 대학원 한국음악과 석사수료. 제31회 전주대사습놀이 일반부 장원, 제4회 구미전국국악대전 종합대상(국무총리상) 등
치유하는 소리로 무대에
남고 싶어
이소연
소리를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생업에 몰두하시느라고 미쳐 못 이룬 꿈을 제가 이룰 수 있도록 해주신 것 같아요. 다행히 저도 소리가 싫지 않았고 배울수록 그 매력에 푹 빠졌었습니다. 송순섭 선생님께 적벽가를 사사하며 발성과 말하는 법, 손짓, 발짓까지 모든 면에서 영향을 받았지요. 그래서 저희에게 스승님은 제2의 부모님이기도 하세요. 국립창극단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셨죠. 판소리가 대중들로부터 외면받는 건 공감대가 다소 부족해서 그러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얼마만큼 인상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합니다. 해서 무대에 설 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소리와 몸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좋은 소리와 몸짓으로 대중에게 다가가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리고 오랜 전통문화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판소리는 치유가 아닐까 해요. 고해성사하듯 소리로 내 이야기를 하고 또 관객의 상처를 보듬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고 그렇게 공감하며 무대 위의 소리꾼과 관객이 서로 삶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오래도록 치유하는 좋은 소리판, 소리무대에 남고 싶습니다.
+
1984년생. 국립창극단 신입단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졸업. 동 대학원 음악과 석사졸업. 제12회 임방울국악제 일반부 판소리부문 최우수상. 제2회 승달국악대제전 판소리 일반부 대상 등
소리 나누는
예술인 되고파
최호성
9살쯤이었어요. 당시 광주MBC에 고(故) 박동진 선생님께서 강연을 하러 오셨는데, 강연 도중 관객들의 요청으로 소리 몇 대목을 들려주셨습니다. 작은 체구에 소리로 관객들을 웃게도 울게도 하시는데 그 모습이 어린 제게 무척 인상적이었죠. 그때부터 부모님을 졸라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윤진철, 안숙선, 염경애 선생님들께 사사하며 우리의 오랜 소리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반드시 지키고 이어나가야 할 소중한 전통문화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일찍이 소리를 시작해서인지 변성기가 일찍 찾아와 몇 년간 소리를 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만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에도 텔레비전에, 라디오에 국악 프로그램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다시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다행스럽게도 변성기를 잘 극복해 지금에 올 수 있었습니다. 소리는 제게 잘 맞는 옷 같기도 하고, 집 같기도 하고 가족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제는 익숙해지고 저와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어느 무대에서나 꼭 필요한 소리꾼, 가진 재능을 누군가를 위해 나누는 소리꾼, 그런 예술인이 되고 싶습니다.
+
1987년생. 국립창극단 신입단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졸업. 제24회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판소리부문 금상 및 전체 대상
세계적인
예술가를 꿈꾸다
정은혜
어려서부터 노래와 춤, 성대모사를 잘했대요. 우리 소리를 좋아했던 어머니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았던 것 같습니다. 7살 때부터 최승희 선생님께 사사하며 성장하는 동안, ‘내가 노래를 한다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 고민했을 때 바로 우리 음악이고 우리 노래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어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우리 것’이라는 게 제가 평생 음악을 업으로 삼을 수 있게 한 본질인 것 같습니다.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긍가, 적벽가를 완창 무대화하면서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을까’하고 반문했을 때 어느 순간, 어떤 깨달음 같은 게 있었어요. 사명감도 느껴졌고요. 단순히 판소리를 하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대 명창들처럼 ‘득음’에 도달하는 그런 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듣기만 해도 삶의 희로애락이 그려지고 관객과 소통하며 노래를 하는 사람. 더불어 전통문화와 노래를 사랑하게 하고 오래도록 이어지게 하는 일도 저희의 역할이겠죠. 그런 소리꾼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
1984년생. 국립창극단 신입단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동 대학원 국악과 석사졸업. 제17회 동아국악콩쿠르 학생부 판소리부문 금상, 21C를 빛낼 우수인재상 대통령상, 제8회 완산국악대제전 판소리 일반부 대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