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맞이하는 서울의 봄
카페 2층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정류장에 멈춘 버스 번호를 보며 스마트폰으로 노선을 검색해보기도 하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신입생 이상훈 씨다. 그의 고향은 경북 대구다. 처음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었던 때가 2012년 봄. 서울의 모 대학에 합격해 본격적인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대구도 큰 도시지만 막상 혼자 와 보니 어느 방향으로 가야 목적지로 가는 게 맞는지 헷갈리기도 여러 차례였다고. 서울에 친인척들이 살고 있어 가끔 오가기는 했어도 그저 낯선 도시에 온 여행자 정도. 하여 서울시 소속으로 추억도 만들 겸 명동이니, 남산이니, 63빌딩이니 하는 몇몇 곳을 꼭 가봐야지 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는 이상훈 씨. 그런데 막상 첫 학기를 지내는 동안 가본 곳은 몇 안 되었고, 하고자 하는 공부 뜻과도 방향이 맞지 않아 과감하게 다시 대구행 KTX를 탔다고. 그리고 2013년 그는 다시 서울에서 두번째 봄을 맞이했다.
다시 꿈꾸는 캠퍼스 낭만
중고등 학생시절 그는 비교적 모범생이었다. 성적도 상위권으로 학교생활에 충실했었다고 그는 말했다. 너무 학교에서만 지내 고등학교 3년이 재미없었다는 이상훈 씨. 대학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학교 안팎의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캠퍼스 낭만이 누군가는 사라지고 또 환상이라고 할지언정, 기회가 되면 미팅에도 나가보고 싶고, 캠퍼스를 오가다 첫눈에 반하는 여자 친구도 생겼으면 좋겠고, 음악밴드나, 사진찍기, 여행 등 적성에 맞는 동아리를 찾아 재미있게 참여하고 싶기도 하다고. 학업이 가장 중요하기도 하지만 사람사이 관계의 끈을 잘 맺어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대학생활의 첫 바램이다. “캠퍼스 생활이 많이들 삭막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설레고 풋풋한 감성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한 학기 대학생활을 해보기는 했지만,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될 캠퍼스 생활이 처음 그랬던 것처럼 기대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번째에도 선택한 의사의 꿈
의과대학 신입생인 그는 연구하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의사인 아버지로부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꼭 의사가 되고 싶다거나 혹은 다른 직업의 꿈은 가져보지도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대학진학을 앞둔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적에 맞춰 꿈이나 비전을 설계하는 요즘 시대,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 번째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고. 이왕이면 좋은 의사가 되어 연구하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아직 어떤 분야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연구 매진할 분야를 정해 좋은 교수가 되고 싶다고. 그러자면 의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겸비해야 할 터. 그는 최근 효율적이고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분배해 책 읽기, 외국어 공부에도 게으름 없이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인생 전체에 대학생활이 의미 있게 자리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직업이 있겠어요? 그런데 저는 넓게 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다면 좋았겠죠. 자만하지 않고 다시 한번 더 선택한 이 길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좌절금지, 열정 씨앗 품기
“부모님의 지속적인 격려와 도움으로 큰 불편 없이 대학이라는 정류장에 막 내려서 도착했습니다. 그것도 잠시, 지금부터는 온전히 제가 만들어가야 할 제 인생의 첫 출발점에 다시 또 서 있다는 것을 압니다. 헛되지 않게 차근차근 스스로 세운 꿈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서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 어느 누가 요즘의 대학생들이 진지하지 못하고 가볍다고 할까, 공부하지 않는다고 할까? 더러 길을 잃고 헤매는 이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인생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들이 지금의 대학생들이 아닌가 한다. 오늘 만난 신입생 이상훈 씨도 겉으로는 갓 고등학생 티를 벗겨낸 철부지 같았지만 자신만의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어떤 시절에는 대학생활이 특권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13년 대학생활은 서로간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른다. 부디 시대에 좌절하지 말고 처음 그 꿈을 위해 쉼 없이 열정의 씨앗을 뿌리고 또 가꾸길 바란다. 버스 다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