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치즈는 어디에?
개그맨 김영철. 그의 이름 앞에 ‘번역자’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 나이 30살에 영어 배우기에 몰입하여 영어강사로 몇 권의 영어 학습서를 펴냈다는 소식을 간간이 매체를 통해서 들었지만, 최근 그가 번역자로 자기계발서 <치즈는 어디에?>를 출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가 ‘그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을 웃기는 개그맨, 개그맨 중에서 영어를 좀 잘하는 개그맨으로 봐왔던 대중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 실제로 만난 그는 무척이나 유쾌했지만, 사뭇 진지하고 또 때때로 영어강사다운 프로의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출판사에서 번역 의뢰가 왔을 때 ‘감히 할 수 있을까’, ‘저 그만한 실력 아닙니다’라고 거절부터 했어요. 편집자가 전문경영서도 아닌데 원서를 읽고 판단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작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어렵지 않게 원서로 읽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조심스럽게 ‘도전해보자, 하다 어려우면 주위에 도움을 청하자’ 그런 마음으로 시작을 했어요. 원서를 읽고 이해하는 것보다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웠어요. 어려운 단어보다는 쉬운 단어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치즈는 어디에?>를 출간, 번역하고 고민하는 내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자신도 성장한 것 같다는 그이다. 막연한 꿈이 연예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 대학 3학년 때 KBS 14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고 그렇게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캐나다 몬트리올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었고 그는 거기서 셀린디온의 흉내를 내며 관객들로부터 예상 밖의 박수를 받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는 그만의 목표와 목적이 생겼고, 그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금까지 스케줄이 있거나 없거나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니며 영어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오늘을 그를 있게 한 것. 얼마 전 시작한 SBS 라디오 DJ도 미리 준비하고 노력하는 결과물인 것이다.
“라디오 DJ도 스스로 멍석을 좀 깔았어요. 지난해에 SBS 라디오 특강 제의를 받았어요. 이순재 선생님, 박중훈 선배님 등 각 분야의 내놓으라 하는 분들이 돌아가며 강의를 했는데, 저는 영어를 주제로 강의를 했어요. 그때 라디오국 관계자가 제 강의를 듣고 ‘재미있다, 괜찮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때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간이며 컨셉을 제안했어요. 해서 가벼운 미팅이 시작됐고 그게 계기가 되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어요.”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일상에서 발굴하는 소재와 주제로 그의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스스로 말한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머뭇거림 없이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다고. 감히 그런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는 그렇게 미리 준비하고 노력하며 그의 치즈를 찾고 있었다.
구례 화엄사로
혼자만의 봄소풍 가고파
스스로를 극소심 트리플 A형이라 말하는 그. 학창시절 그는 스스로가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서기 부끄러워하고 자신감은 없었어도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멋지게 맡은 역할을 다해냈던 학생이었던 것 같다고. 개그맨이 되고 방송생활을 하면서 또 영어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일들을 하면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초중고 학교 때 소풍을 가면 으레 장기자랑 사회를 맡았어요. 누가 어떤 장기자랑을 할 것인지…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을 먹기보다는 그런 것들을 확인하며 장기자랑의 구성과 진행을 미리미리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그런 게 재미있기도 했지만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소풍날은 늘 체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봄소풍 하면 체해서 고생했던 기억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김영철 씨. 그의 선생님 흉내내기는 그 시절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기였다고. 이제는 그 시절 친구들과의 봄소풍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는 그다. 올봄 봄소풍 제안을 했더니 구례 화엄사로 혼자만의 조용한 소풍을 떠나보고 싶다고.
김영철은 보기와 달리 진중하고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명확히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기꺼이 그 스스로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쏟아내며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마저 유익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했다. 때론 넘치는 오버끼(?)로, 밉상 멘트로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노력하며 진실하고 진지한 태도로 지금을, 앞으로를 준비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과감히 자신을 좋아하는 대중의 호불호는 명확하다며, 몇 명의 좋아해 주는 대중을 위해서라도 노력하고 싶다는 그. 누가 뭐래도 즐겁게 그의 목표를 향해 가는 개그맨 김영철. 그와 함께라면 새봄 봄소풍이 더 즐겁고 오래도록 기억 남을 것만 같다.
개그맨 김영철 / 1974년 6월 23일
1999년 KBS 14기 공채 개그맨
2000 방송연예대상 남자 개그맨 신인상
2000 제7회 대한민국연예예술대상 남자부문 코미디언상
2000 제36회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언부문 신인상
2010 SBS 연예대상 만능 엔터테이너상
FUN FUN 어린이 영철 영어 / 뻔뻔한 영철영어 / 치즈는 어디에? 등 출간SBS 라디오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