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나고 시작하다
윤학원 선생은 올해 우리 나이로 75세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칭찬으로 자신감을 얻어 노래 부르기를 시작했으니 평생을 음악과 함께 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줄곧 노래를 부르며 성악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중학교 2학년 때 콩쿠르 무대에 올랐다가 목소리가 안 나와 노래를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려왔다. 갑자기 찾아온 변성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화학자가 되길 바라셨던 아버지의 권유로 인천공고에 입학을 했다. 운명이란 것이 진짜 있는지 인천공고에서 운명처럼 밴드부를 만나 다시 음악을 하게 되었고,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주변 선생님들의 조언과 도움이 보태져 그는 연세대학교 작곡학과에 입학했다. 윤학원 선생의 음악 인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해 작곡 공부를 하던 선생이 지휘를 하게 된 것은 대학 3학년 때라고 했다. 연세대기독학생연합회 합창단 지휘를 맡으면서부터다. 교회 활동으로 간간이 지휘 활동을 해왔던 선생은 당시 ‘바흐 칸타타 106번’을 연주하면서 수십 개의 소리가 하나로 모이는데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그때부터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동네 남자아이들 15명을 모아 보이스콰이어합창단을 만들어 인천의 한 예식장을 빌려 연주를 했다. 입소문이 나 인천문화원에서 보이스콰이어합창단을 문화원어린이합창단으로 승격해 방송도 타고 지역공연도 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들은 작곡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합창과 지휘에 빠진 그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선생은 합창이 좋았다. 그렇게 해서 선생이 맡아 지휘한 합창단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30대의 젊은 나이에 선명회어린이합창단(현재 월드비전 선명회합창단)을 맡게 된다. 퇴임하기까지 35년을 지휘했다.
또, 중앙대학교 음대작곡과 교수 25년, 영락교회 성가대 40년, 서울레이디스싱어즈 22년 그리고 현재 인천시립합창단을 16년째 맡아 지휘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선생이 참여하고 있는 합창단은 이 외에도 많다.
“사람들이 물어요. 어떻게 한가지 일을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었느냐고요. 할 줄 아는 게 음악과 지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것은 아마도 진짜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죠. 음악교사직을 그만두고 지휘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찬성해준 아내가 제일 고맙지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가장 든든한 지원자였으니까요.”
더불어 사는 울림, 합창
오로지 합창에 매달려 평생을 지내온 윤학원 선생. 지난해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전국적인 합창 열풍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실버합창단의 연이은 창단 소식은 반갑고 즐거운 일이었다고 선생은 말했다.
“멘토 제의가 왔을 때, 한가지만 생각했어요. 온 국민이 하나로 노래할 수 있는 합창이 대중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요. 저도 나이가 들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화음을 잘 맞춰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기우(杞憂)였어요. 합창이란 그런 것 같아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니까 서로 격려하고 끌어주며 마음을 맞추며 그렇게 해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해요.”
합창의 매력이란 다른 사람과 소리가 섞여서 같이 화음을 낼 때 느껴지는 전율과 감동이라고 말하는 윤학원 지휘자. 그 여러 사람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진한 울림을 전할 때 선생은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어떤 악기보다도 가장 멋진 소리를 내는 게 사람의 목소리라고 말하는 윤학원 선생. 목소리로 연주하는 음악에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으니 그 소리로 만들어내는 소리가 어찌 아름답지 않겠느냐고 선생은 되묻는다. 사람사이의 따뜻한 관계라는 음표가, 그 속의 배려라는 음표가 선생의 음악인생, 합창인생을 만들어온 것이라. 그리고 그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잔잔한 파동을 만들며 지친 삶을 위로하고 있다.
합창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윤학원 지휘자는 아마추어 합창단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합창단 육성, 지역주민 동(洞) 합창단 활동에도 소속 합창 단원을 파견해 지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립합창단의 찾아가는 공연도 분기별로 개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합창을 했으면 좋겠어요. 동네 주민들이 어울려 노래하는 모습, 아이들이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바라보고 있으면, 그 노랫소리를 가만히 눈 감고 듣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생기죠. 그렇게 함께 모여 노래하고 즐기는 문화가 일상이 되었으면 해요.”
윤학원 선생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올해 전국 12개의 초등학교를 선정해 합창단을 만들었다. CTS어린이합창단도 22개 운영 중이다. 어려서부터 함께 노래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들의 소리와 이야기를 들으며 배려하는 습관을 몸으로 소리로 마음으로 익힐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윤학원 선생은 인천지역 동(洞) 합창단 활동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합창단인 만큼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운 나눔을 선사하고 싶어서이다. 8명의 단원을 파견해 8개 동의 합창단을 꾸리고 있다. 12월 연말 공연을 앞두고 현재 맹연습 중이라고 하는데, 8팀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한곡씩 부르고 그다음 인천시립합창단 공연을 마지막엔 오케스트라와 동합창단과 시립합창단이 함께 공연을 펼치게 된다고. 윤학원 선생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큰 광장에 모여 사람들이 합창공연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도 그런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어린이합창단이 성장해서 훗날 10만명 20만명이 한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상상을 해요. 2014년 인천아시아게임에서 2014명 합창공연이 아마 그러한 문화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의 목소리와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연주에 매료되어 오로지 하나만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온 윤학원 선생. 여전히 그 음악으로 채워지는 세상을 꿈꾸며 그 꿈을 위해 선생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노력하고 있다. 선생의 따뜻한 손끝에서 만들어질 아름다운 소리에 마음과 귀를 기울이고 싶다.
윤학원
지휘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2012 한국합창지휘자아카데미 원장 / 윤학원코랄 단장 겸 지휘자
2010 세계합창경연대회 국제심사위원
2000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학장
1996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 서울레이디스싱어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1983 대우합창단 상임지휘자 /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
1970~1983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상임지휘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