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아름다운 활동들
2002년 서울 안국동에 처음 문을 연 아름다운가게는 우리나라에 재사용과 재활용을 기반으로 한 나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시초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재활용을 하거나 남이 쓰던 물건을 구매해 재사용하는 것이 나눔 혹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아름다운가게는 사회적 기업, 공익기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시민들로부터 안 쓰는 물건을 기증이나 기부를
받아 수선과 세탁을 해 판매하고,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해 새로운 물건으로 가공해 저렴한 가격에 되파는 형태였다. 얻어진 수익금은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다시 되돌려주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월드컵 등으로 소비가 커지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아름다운가게의 성공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홍명희 이사장은 말한다.
“처음 아름다운가게 공익사업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에 꼭 도입되어야 할 새로운 형태의 나눔활동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1호점 문을 여는 날, 과연 판매가 될까 하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죠. 상황은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렸고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매장의 물건이 그날로 동이나 버렸죠. 가능성을 확인하던 순간이 그때였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어디서 물품을 구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설립 당시를 회상하는 홍명희 이사장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10월,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전국 130여 개의 점포를 개점하고 다양한 형태의 나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제3세계 가난한 생산자들과의 공정한 거래를 통해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내는 ‘공정무역’, 국내 벼룩시장 문화를 정착시킨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 버려지는 물건을 새로이 디자인해 만든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 기업들이 즐겁게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운 토요일’, 헌책으로 재사용의 가치를 높이는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가르치는 ‘나눔교육’ 등이 아름다운가게의 대표적인 활동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이런 활동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했던 우려는 늘 우려로 끝이 났고 정말로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도움을 주셨죠. 그동안 나누고 봉사하고 기부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분들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가 없었을 뿐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거죠.”
2012 아름다운가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일 뿐이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다는 홍명희 이사장. 기증과 기부의 개념이 부족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버려지는 물건을 내놓는 일이 허다했다. 수선을 해도 도저히 입을 수 없거나 사용이 불가능한 망가진 핸드백이나 신발, 전기제품 등을 내놓았다. 그것들을 고르고 또 수선하고 세탁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한해 두해 지나면서 시민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고, 이제는 사용이 가능한 좋은 물건을 기증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고 홍 이사장은 말한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아름다운가게 정착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초기에는 정말 재사용이 불가능한 물건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물건은 거의 없고요, 나와 맞지 않은, 혹은 사용시기가 지나 필요 없는 깨끗한 물건들을 내놓으시죠. 또 기업체들이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니까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가 사회적 기업으로 정착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전국 매장에 도움을 주는 활동천사(봉사도우미)도 7천여 명에 이른다. 자발적 참여가 오늘의 아름다운가게를 만든 것. 아름다운가게는 2012년 자동차에 직접 판매할 물건을 가져와 드렁크를 좌판으로 해 물건을 파는 카부트세일을 새로이 도입하는 한편, 어린이들의 나눔교육에도 집중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기부와 나눔문화가 일상생활처럼 스며들게 하기 위함이다. 그간 나눔이나 기부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이 사실. 그러나 홍 이사장은 반드시 그런 것만이 기부요, 나눔은 아니라고 말했다.
“몇백만 원, 몇천만 원 기부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나눔은 아닙니다. 작은 것이라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죠. 환경적으로도 무조건 버리기보다는 때에 맞지 않은 물건을 나누어 재사용하는 일은 무척이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티셔츠 한장을 구입하고, 아름다운 헌책방에서 책 한권을 사는 일도 바로 나눔이니까요.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 사람까지도 돕는 일이죠. 그 작은 나눔이 모여 결국엔 큰 나눔이 되고, 어려운 이웃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들이 모여 어린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눔문화를 체득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나눔교육의 이유입니다.”
아름다운가게는 올해 해외매장 LA 1호점을 개점하며 해외교포들의 열렬한 환호를 얻었다. 그리고 제주도에 3번째 매장을 여는 것으로 전국 130개의 매장을 갖추게 되었다. 앞으로 10년 120개의 매장을 더 열면 전국 시·군·구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가게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아름다운가게가 나눔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게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가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이자 꿈이라고 한다.
나눔, 꿈 너머 현실이 되다
자선사업가. 어려서부터 홍명희 이사장은 막연하게 그런 꿈을 꾸었다고 했다. 꿈은 현실이 되었고 생활이 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그 꿈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금강장학회 활동을 하며 소년소녀가장들을 만나면서 꿈은 더 강렬해졌다고 했다. 해서 10년 전 아름다운가게 창립 멤버 제의를 받았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눔이 생활이 되고 그 나눔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다니 그저 마음 설레고 벅찼다는 홍명희 이사장. 앞으로도 국내 현실에 맞는 다양한 나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전개해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행복하게 삶을 가꿀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한다.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이제 제3국의 어려운 나라로 지원을 해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으로 함께하는 나눔활동이 정착되길 다시 꿈을 꿉니다.”
나눔의 손길이 절실한 이 계절 우리 모두가 기꺼이 나눔활동에 동참하길 바란다.
홍명희
2012.06. ~ 제4대 아름다운가게 이사장
2006. 아름다운가게 대표 / 금강장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