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과 멀지 않은 개그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작의 고통은 모든 예술가와 발명가들의 영원한 동반자다. 특히 희극배우, 개그맨들의 경우 마음을 닫은 채 무심히 자신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을 짧은 시간 안에 웃겨야 하기에 기발한 아이디어 없인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기존과는 다른 독특함으로 대중들의 허전한 곳을 채워 웃음을 만든다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인데 어디서 영감을 얻는 것일까?
“늘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찾고자 하는 편이에요. 저뿐 아니라 이 땅 위의 모든 개그맨들이 그러할 테지만 매 순간순간마다 코너 생각, 캐릭터 생각이 앞서죠. 아무도 생각지 않는 생소한 곳, 그렇기에 와닿지 않는 상황들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어요. 모두가 한 번 쯤은 겪어 봤을 만한 상황, 보고 들었을 이야기 속에서 웃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을 얻어야 웃음도 얻는다
서금천 씨는 요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속 ‘부장 아재’라는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코너 속 그가 분한 ‘서 부장’과 그의 동료 ‘백 부장’이 패기 가득히 입사한 한 인턴사원과의 대화 속에서 쉴 새 없는 말장난, 일명 아재 개그로 인턴사원의 혼을 빼놓는다는 게 이 코너의 스토리인데 이들 세 명의 찰떡같은 호흡과 실소를 자아내는 아재 개그로 직장인들과 취준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서 부장’ 서금천 씨에게 인기의 비결을 물었다.
“아재 개그 자체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개그 소재에요. 대중들이 편안하게 지켜보면 재미있을 소재도 시작 전부터 눈을 흘기며 마음을 닫은 채 본다면 더욱 더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코너 속 세 명 모두 호감인 캐릭터로 다가가자는 게 저희의 공통된 전략이었죠. 허무한 아재 개그를 주고받지만 밉지 않은 두 부장에 더해, 이들에게 늘 당하면서도 꿋꿋한 인턴까지 셋이 함께 사랑받는 코너가 되어야만 관객들의 웃음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재’가 되어 하고 싶었던 말
이처럼 대중들에게 많은 웃음을 주고 있는 코너이지만 이 ‘부장 아재’ 속에는 이른바 열정 페이를 강요받는 청춘들의 애환과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모습이 녹아있다. 그는 이 코너를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고 했다.
“아재 개그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면서 ‘아재’가 이제는 더 이상 고리타분하고 칙칙한 대상으로 여겨지지만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계산적이고 여유 없는 이 시대에 조금은 서툴지만 푸근함과 넉넉함을 주는 한결같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한 번쯤 떠올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파
개그맨 서금천이 꿈꾸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저 개인에게는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제 모습을 직접 보여 드릴 수 있는 소극장 무대와 녹화 무대를 고집하고 싶은 게 제 작은 욕심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소위 ‘움짤’이나 SNS 상에 게시되는 짧은 영상 위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다보니 제가 직접 대중들이 접하기 쉬운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무대만이 아닌 SNS, 인터넷 개인 방송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개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넉살 좋은 인상만큼이나 가득한 신념 또한 보여준 개그맨 서금천. 다가오는 연말, 그가 전하는 웃음과 함께 올 한 해도 열심히 달려온 자신을 위로해보는 건 어떨까.
Profile
서금천
1981년 서울 출생
서일대학교 레크리에이션과 졸업2003년 SBS 웃찾사 데뷔
現 <웃찾사 - 부장아재> 코너
‘서 부장’ 役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