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커 소포로는 못 보내고, 그렇다고 대형트럭을 이용해 운반하기는 어려운 작은 장비 등을 운송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편지와 소포를 전하는 우체국에서 40여 년 일했으니, 퇴직하고도 비슷한 일을 한다고 봐야겠죠?”
선한 웃음 속 따뜻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임종환 선배님은 요즘엔 좀처럼 짬을 내기 어렵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개인용달사업이라는게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일이 몰릴 때는 무척 바쁘다”면서 “직장에 다닐 때에는 매일같이 늦게 퇴근해 불만이었는데, 퇴직을 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웃었다.
임종환 선배님은 퇴직을 앞둔 3년 전부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구성할까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돌아다니는 게 좋아 개인택시도 알아보고 요즘 뜬다는 운동화 세탁소 등도 생각해봤는데, 일이 너무 고되다며 주변에서 만류하더라고요. 개인용달사업은 4년 정도 해보니 적성에 잘 맞아앞으로도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
특히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이곳저곳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점이 끌렸다. 그는 “사무실이 서울에 있는데 가깝게는 경기도, 멀게는 전라도까지도 다닌다”며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을 보는 게 제일 좋다”고 전했다.
이렇게 다니기 위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관리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3~4번은 꼭 헬스장에 들러 두 시간씩 운동을 한다. 탁구, 골프 등도 자주 즐기는 종목이다. 그는 “운동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하루 다섯 시간 씩 운전할 때도 있으니 체력관리는 평소에 해두어야 한다”며 “건강해야 내가 즐거운 것들을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내가 먼저 양보하면 두 개 돌아온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해
현재는 자유롭게 다니며 세상 변하는 모습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현직에선 누구보다바쁜 직원 중 한 명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체국을 홍보하는데도 늘 앞장섰다. 다른 부처 직원들과 교육연수를 하러 간 자리에선 그의 권유로 동서울집중국 우편물류시스템을 직접 보는자리를 갖기도 했다. 당시 다른 부처 직원들은 “편지 쓰는 이의 손을 떠나 집배원을 통해 받는사람에게 배달된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크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과정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며 놀랐다고 했다.
또 그는 후배들을 살뜰히 챙겼다. 정보통신부 일반직 공무원 노조 초대 위원장을 지내며 2년간수많은 직원들과 소통한 일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그는 후배들을 만나 대화를하거나 교육시간이 생기면 ‘양지와 음지’에 대해 강조하곤 했다.
“볕이 잘 드는 곳이 있다면 반드시 그림자 지는 곳도 있겠죠. 사회도 똑같아요. 무슨 일을 해도공이 잘 드러나는 곳이 있는 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도 많죠. 이들을 배려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조직의 첫 번째 조건이죠.”
뜻깊은 만남의 말미까지 강조한 그의 한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먼저 양보하면 두 개 돌아온다는 마음가짐, 쉬운 것 같으면서 참 어려운 일이에요.” 40년 직장생활을 마친 여느 선배님의 소중하고도 꼭 기억해야 할 조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