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우정봉사상 한빛상 수상자
엄근옥 집배원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6년 4월부터이다. 여성 집배원들이 모여 좋은 일을 해보자며 ‘온정이 봉사단’을 만들었고, 2008년에는 남성 집배원이 함께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온정이우정이 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서울·경인지역 집배원들이 ‘온정이우정이 봉사단’ 활동을 하다 보니 성북우체국에서도 자체 봉사단을 만들어서 봉사를 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2009년에 ‘사랑나누리 봉사단’이 창단되면서 엄근옥 집배원이 초대단장이 되었다.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불길처럼 번지는 것 같아요. 온정이 봉사단에서 온정이우정이 봉사단이 되고, 또 사랑나누리 봉사단이 만들어졌으니까요. 봉사단이 처음 생겼을 때는 회원이 20명 정도였는데, 지금 어느새 40명이 넘어요. 봉사는 억지로 권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거든요. 그런 마음들이 채워지고 있어요.”
온정이우정이 봉사단과 사랑나누리 봉사단의 단장을 모두 맡으며 몸이 바쁠 때가 많다. 하지만 엄근옥 집배원은 봉사도 업무도 어느 하나게을리 해본 적이 없다. 성북우체국에서 유일한 여성 집배원이지만 여자라고 무거운 짐 한 번 마다한 적 없고, 주소가 정확치 않은 재래시장을 담당하면서도 민원이 들어오는 일 없게 척척 일을 해낸다.일과 봉사 두 가지만으로도 도무지 시간 쪼갤 틈이 없을 것 같은데 동료도 잘 챙긴다. 간식을 사와서 나눠주는가 하면, 묵묵히 일을 돕기도 한다. 당연히 성북우체국 집배실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동료들이 엄근옥 집배원이 가진 엄청난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 할 정도다.
누군가를 도우며 스스로 행복해지는 일
엄근옥 집배원은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에너지가 저절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봉사를 해서 몸이 힘들기보다 오히려 좋은 기운을 가득 채우고 돌아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2016년 어린이날에 포천 신북면에 있는 장애아동 보호시설에 봉사를 갔어요. 봉사를 간 가족과 시설의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규칙도 순서도 없이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맘껏 뛰어놀다 왔어요. 중증장애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함께 어울렸죠. 헤어질 때는 서로 또 언제 오냐고 울면서 아쉬워하고요. 도움을 받는 아이들뿐 아니라 봉사를 하는 아이들에게도 정말 좋은 시간이에요. 나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되니까요.”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된 엄근옥 집배원의 딸도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봉사를 따라다녔다. 또 남편인 장성호 집배원은 집배실에서 ‘제비부부’라고 부를 만큼 다정하게 봉사를 함께하고 있다. 엄근옥 집배원은 옆에서 함께 봉사하고 거들어주는 남편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봉사를 꾸준히 해오지 못했을 것이라 말한다.
10년 넘게 힘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해왔지만, 아직도 엄근옥 집배원은 해보고 싶은 봉사가 많다. 우편물을 배달할 때마다 집이 안쓰러울 정도로 엉망인 곳도 많이 봐왔다. 언젠가 기술을 배워 저소득층 가정에 집수리 봉사를 꼭 해보고 싶다는 그녀.
27회 우정봉사상에서 최고의 영광인 한빛상을 받으면서도 더 열심히 봉사하란 의미로만 여길 만큼 아직 엄근옥 집배원이 가고자 하는 길은 많이 남았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도 봉사는 계속 하고 싶어요. 봉사를 하면서 제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니까요. 힘이 남아 있는 날까지 열심히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게 바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