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출연을 끝으로 육아를 위해 잠시 휴식을 선언했던 배우 변정민이 <해피투게더>로 다시 대중에게 모습이 드러냈다.
쉬는 동안 육아와 그녀가 운영하는 디자인 회사에 집중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다는 변정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화려한 조명을 벗어나 어머니가 되다
배우 변정민이 우리에게 얼굴을 처음 알린 것은 보그와 마리끌레르, 엘르 등의 패션 잡지에서 톱모델로 활동하면서였다. 우아한 분위기와 사슴 같은 눈망울로 디자이너들의 뮤즈가 됐던 그녀는 이후 연기자로 전향하며 영화 ‘스물넷’, SBS 드라마 ‘흥부네 박터졌네’, KBS ‘아름다운 유혹’, SBS ‘조강지처 클럽’ 등에 출연하면서 개성 있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데뷔 초에는 변정수의 동생으로 불렸지만, 언니를 능가하는 재능과 열정은 이내 그녀를 누구의 동생이 아닌 배우 변정민으로 오롯이 서게 했다.
드라마와 대우일렉 클라쎄, SK-Ⅱ 등 굵직한 CF를 찍으며 대중에게 스타로서 자리매김하던 그녀가 화려한 무대를 벗어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갓 태어난 어린 딸 서윤이 때문이었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출산 2주 만에 방송에 복귀할 만큼 열정적이었지만, 그녀 역시 모성을 지닌 어머니였던 것.“아이를 위해 잠시 방송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육아가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직업이더라고요.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이 둘을 돌보는 것만 해도 너무 정신이 없어서 방송을 그리워할 틈도 없었어요.” 3살 터울의 동생 때문에 제대로 어리광도 부려보기 전에 언니가 되어버린 큰딸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는 변정민 씨는 그래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린 동생을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뿌듯한 행복을 느낀다고.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만든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정민 씨는 올해로 창립 18년이 된 디자인 회사 비엔웍스를 운영하는 중견 기업가이기도 하다. 비엔웍스는 그녀가 모델 활동을 하던 1999년 고마운 분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보내기 위해 떠올린 작은 아이디어에서 싹을 틔운 회사다. “고마움을 담기 위해 크리스마스카드를 직접 만들고 키스 해링의 펜던트를 달아서 선물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다음 해에는 일 년 동안 쓸 수 있도록 스케줄러에 제 이름을 새겨서 선물했어요. 그런데 써보신 분들이 너무 편하다면서 지인에게도 선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게 비엔웍스의 시작이었어요.”
작은 아이디어가 가장 핫한 콘셉트를 보여주는 컨템포러리 디자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조율하는 변정민 씨만의 특별함에 있다.
사업가 변정민의 또 다른 이름은 디자이너다.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자신의 집을 직접 디자인하며 디자이너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주변 지인들의 부탁을 받아 한두 집씩 디자인을 시작한 것이 지금은 2~3개의 시공팀이 그녀의 작업에 함께할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저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클라이언트의 스타일에 저의 감각을 더 해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의 강약을 알고, 힘을 빼야 할 곳과 줘야 할 곳을 조정해주는 것이 자신의 인테리어 철학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만든 공간은 그녀 자신을 닮아 당당하고 우아한 멋스러움이 살아있다.
삶에 다시 배우 변정민을 더하다
현재 언니인 변정수 씨가 진행하는 KBS라디오 ‘변정수의 탐나는 6시’에 일요일마다 함께 하는 변정민 씨는 2016년이 되면서 본격적인 방송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해피투게더에 야노 시호 씨와 나와 화제가 된 출연은 그녀의 방송 복귀를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다. “일단 다양한 행사 참석을 통해 자주 얼굴을 비칠 예정이에요. 그동안 초대는 많이 받았는데 많이 참석하지 못했었거든요. 최근에는 가능하면 열심히 다니려고 노력하고, 저 스스로도 자기 관리에 신경 쓰고 있어요.” 엄마이자 주부로,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녀에게 배우로서의 시간을 더 보탠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만의 관리법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며 배우로 사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
“평상시에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힐링이 되잖아요.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잠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하루 30분 정도 짬을 내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핸드폰도 꺼놓은 채 가만히 있어요. 이런 시간이 별것 아닌 거 같지만 내 몸과 마음에 필요한 휴식을 준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배우 변정민. 하지만 그녀는 자기 삶의 대부분을 운이 아닌 치열한 열정과 노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늘 새로운 영감을 전해주는 다재다능한 탤런트이자 영원한 뮤즈인 변정민 씨의 2016년 새로운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