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0 AM
유난히 추운 아침 최광걸 주무관은 출근길 옷깃을 곧추세운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오랜만에 강 건너 무역센터에 아침 햇살이 부서진다. 익숙하지만 자꾸 낯설어지는 공간이다.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우정사업조달사무소에서 맞이하는 아침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997년에 정보통신조달사무소 시절 이곳으로 이전해 왔으니 어느덧 17년. 아무래도 올해 봄은 혁신도시에서 만끽해야겠지. 마음을 다잡고 PC를 켰다.
08:40 체조
유연한 몸과 유연한 사고가 사고를 예방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생산해낸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보급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겨울철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한 근골격계 체조가 시작됐다. 화면을 통해 나오는 동작을 꼼꼼히 따라 하는 김경수 소장의 유연함이 예사롭지 않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2,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움직이는 조직을 이끌어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늘 건강한 몸과 유연한 사고로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이끄는 비결이다. 14분 체조 영상이 끝나고 우정사업조달사무소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됐다.
08:45 am.
우정사업조달사무소는 전 직원이 함께 아침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유연한 몸과 사고방지를 위한 작은 실천이다.
11:00 작은 혁신의 아이콘
보급과에서 오늘 총괄국별로 나갈 우표류의 분류을 서두른다. 보급과 김명교 실장이 직원들과 작업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쪽에선 미려한 빨간 통에 보급품을 담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빨간 통의 정체는 ‘우표류 발송용기’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반세기 가까이 운용해온 특수우편자루(적색)를 대체하여 업무혁신을 가져온 장본인이다. 그동안 우편자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발송처리과정에서 우표가 훼손되는 일이 빈번했고 자루에 담기 위한 상자 결속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연기와 우편자루로 인해 발생하는 먼지가 취약한 작업 환경의 원인이 되었던 터다. ‘우표류 발송용기’의 도입이 시작된 지난해 연말 이후 발송 작업 과정이 8단계에서 4단계로 줄면서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해졌고, 작업환경이 현저히 개선되었다. 내부 포장용품의 사용도 불필요해지면서 예산절감효과도 얻고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현재도 용기분실을 막기 위한 관련 개선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먼지도 유해연기도 없는 작업실에서 가지런히 쌓아 올라간 발송용기가 집중국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11:15 am.
13:00 공대 아름이의 고민
유독 추운 올겨울 유독 더 추운 날이지만 햇살만은 좋은 오후다. 곧 완공을 앞둔 우체국사 모형 위로 햇살이 쏟아졌다. 설계과 직원들은 새로운 우체국사의 설계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다. 최재석 과장은 지방 이전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에서 설계과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우체국사 건축의 시작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계팀이기에 국토의 중심이라는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시점에서 기관의 위상에 기여할 역할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들이라 업무영역에서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에는 건축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그에 맞춰 진행했던 큰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서 팀워크가 탄탄해졌다. 김천으로 이전한 후에도 핵심역량을 발휘하며 역할을 다 해낼 것이라 믿는다. 설계, 건축, 전기, 기계과가 있는 5층은 공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 가운데 사막의 꽃 같은 여직원 건축과의 정명화 주무관은 요즘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천에 마무리 진행 중인 우정사업조달사무소 청사 건축의 감독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명화 주무관은 김천시청에서 근무하다 이곳으로 전입하여 왔다. 건축과에서 일하며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업무를 습득하여 좋았지만 이제 고향이기도 하며 직원들의 새로운 일터인 이곳 우정사업조달사무소 새청사를 책임지고 완료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김천시 현장에 내려가면 4층 건물을 꼼꼼히 살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직원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멀리 타지에서 생활해야 하는 말 못할 불편함을 치유해야 할 임무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누구보다 먼저 혁신도시로 이주하는 기관으로써 성공적인 이전의 방점을 찍을 것이라 기대된다.
01:05 pm.
팀원 한명 한명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터라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전국 3천7백여 개 우체국
4만여 직원과 4천만
국민이 이용하는
우체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을 보급하는
창구, 우체국사 건축을
책임지는 곳.
우정사업조달사무소다.
01:48 pm.
15:00 개선의 선두주자들
전기과의 이상헌 실장은 에너지절약에 앞장서고 있는 우체국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장 속에서 실현시켜주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로 천장조명을 교체하며 기존 형광등처럼 탈착하여 전기를 아낄 수 없게 되자 각각의 LED 조명 등에 스위치를 설치하여 개별 조명을 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람이 없을 때 천장의 센서로 실내등이 꺼지게 하던 기존의 에너지 절약 센서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경했다. 화장실 현관에 설치된 새로운 센서는 들어가는 사람의 수와 나오는 사람의 수를 카운팅한다. 들어가는 사람 3명을 카운팅했다면 나오는 사람 3명을 카운팅 했을 때 불이 꺼진다. 기존에는 움직이지 않으면 불이 꺼져서 불편했던 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에너지 효율도 더욱 좋다. 이런 방식은 올해 안에 전국 우체국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파티션 옆으로 기계과 장홍주 과장이 현업에서 올라온 등기 구분기 사용 시 개선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우정을 선진우정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우체국 물류자동화의 핵심부서인 기계과에서는 등기 및 소포구분기의 국산화와 함께 자동화기계의 이용효율을 높이는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어느 글로벌 혁신기업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고 선도적으로 혁신을 이끌고 있는 숨은 프로페셔널이 모두 우정사업조달사무소에 모여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각의 부서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습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03:10 pm.
17:00 계약의 달인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들. 격무라는 수사가 초라해 지는 곳. 우정사업조달사무소의 계약과다. 계약과 직원들은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계약업무 실무과정 강의를 한다. 그만큼 회계와 계약업무에 관해서는 최고수준의 업무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반증이다. 연간 계약 건이 예산으로 2,000억 원, 1,200건에 가깝다. 공사계약부터 우정사업본부에서 이뤄지는 용역에서 우체국에서 사용하는 물자계약까지, 요즘에는 지방우정청에서 올라오는 계약까지 진행해 주고 있다. 계약을 한 건 진행하기 위해서는 원가계산부터 자료조사를, 입찰의 경우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등 준비부터 계약은 물론, 계약 후 사업완료까지 관여해야 하는, 양으로나 질로 보나 고난도의 업무역량을 요구한다. ‘계약과에서 일해보지 않고는 우정사업조달사무소에서 일했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지만 그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백영숙 실장은 ‘지난해에는 계약예산 중 8%에 해당하는 약 16억 원 이상을 중증 장애인단체에 우선 배려하여 사회적기업을 지원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만큼 업무 안에서 사회공헌과 지속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능력 있고 따뜻한 프로들이 우정사업조달사무소에 모여 있었다.
22:00 어둠을 밝힐 혁신의 미래
10:00 pm.
늦은 시간 남아
하는 이 일이
국민과 우정가족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하면 뿌듯함과
보람이 밀려온다.
지원과 모일종 계장은 어두워진 사무실을 홀로 지키고 있다. 지난 29년 동안 우정사업조달사무소가 조용히 일구어왔던 지원업무들이 이제 새로운 혁신의 땅 김천에서 본격적으로 새 역사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있다. 인쇄물 계약업체의 60%, 전체 계약업체로 보면 8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물류비용에 대한 산출도 해야 하고 예상되는 추가비용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맞도록 업무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 직원들과 주민들 사이에 정서적인 격차가 있다면 소통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 이미 지역주민들과는 자매결연을 통해 교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재근 지원과장은 얘기한다.
“혁신도시에 들어설 우리소 청사는우체국사 건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그 명성에 걸맞는 완성도를 선보여야 했어요.다행히 에너지효율 1등급 기준치보다 50%이상 에너지를 감축하는 효율성으로 완공도 되기 전에 녹색청사로 인정받은 것은자랑스러운 일이죠.“
어려운 여건이지만 모든 직원들의 도움으로지방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조금은힘들지만 29년의 역사가 갖는 의미를 이어혁신도시에서 맞이할 우정사업조달사무소30년이 새로운 혁신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하는데 이번 지방이전의 의미를 부여하고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자의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진정한 프로의모습으로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프로들의 하루는24시간으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게 아닐까.늦은 귀갓길. 직원들의 머릿속은 여전히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