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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익명으로 보낸 고민 글에 가게 할아버지가 답장을 써주며 일어나는 판타지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작년 정보통신의 날 기념행사에서 만난 비영리단체 '온기 우편함'
익명으로 보낸 고민 편지에 정성스러운 위로를 담아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는 사람들. 그들은 어떻게 고민 편지에 답장을 쓰고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는지 평소 궁금했던 온기 우체부들을 만나봤습니다.
어린이대공원역 인근에 자리한 온기 우편함 이곳에서 금요일 저녁(7시~9시), 토요일 오전 (11시~1시), 토요일 오후 (2시~4시), 일요일 오전 (11시~1시) 4팀으로 나눠 온기 우체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5월 26일 일요일 오전 11시 온기 우편함 조현식 대표를 포함해 7명의 온기 우체부가 모였습니다.
답장을 쓰기 전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눕니다. 딸아이, 여자친구, 친구, 동생, 동아리 이야기 등 소소한 감사 이야기들을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웃으며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도착한 고민 편지를 보며 각자 공감하고 도움 줄 수 있는 편지를 선택해 답장을 쓰기 시작해요. 아무래도 나이대가 같거나 내가 어릴 때 고민해본 일들에 대한 답장이 쉽다고 해요. 경험해보지 못한 고민은 어렵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죠.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온기 우체부 활동을 못 하게 됐었는데 주말반이 생겨 다시 하게 돼서 기쁘다는 이승원 온기 우체부. 고민들을 보면 쉬운 고민이 하나도 없다고 하네요.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내가 겪었던 고민들 경험들을 생각하고 정리해보며 힐링 받게 된다고 합니다. 특별히 어려운 고민은 온기 우체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평소에도 손편지를 많이 쓰는 편이라 2시간이면 10장 이상은 쓰겠다 싶었는데,고민의 주제도 다양하다 보니 2~3장 밖에 쓰지 못해요.'
'평소에도 손편지를 많이 쓰는 편이라 2시간이면 10장 이상은 쓰겠다 싶었는데,
고민의 주제도 다양하다 보니 2~3장 밖에 쓰지 못해요.'
오해를 풀거나 대화가 어려울 때 손편지로 잘 해결하곤 하셨다는 안익태 온기 우체부. 자신이 힘든 시기에 생산적인 일을 찾아 온기 우체부가 됐고, 무엇보다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는 봉사라 더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진 제공 : 온기 우편함>
이것이 바로 최초의 온기 우편함이에요. 조현식 대표는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스케치만 하고 가구점에 부탁하니 처음엔 난감해 했지만,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주셨다고 합니다.
2017년 삼청동에서 처음 설치한 온기 우편함은 일주일에 10통만 있어도 좋겠다 싶었는데 하루에 50통의 고민 편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현대인들의 내면에는 나만의 고민을 많이 갖고 있고 풀어 놓을 곳이 없던 것 같다고 해요. 처음엔 지금처럼 지정된 모임 공간이 없었기에 이대 카페에 모여 답장을 적었다고 해요.
온기 우체부를 더 모집해야 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타게 돼 먼저 신청해주시는 분들이 계속 계셨기에 온기를 전하는 일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민 편지도 계절을 탄다고 하는데요, 봄 가을에는 일주일에 200여 통이 오기도 한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기 우편함을 무작정 더 늘리지 못하는 이유도 많은 고민 편지를 받는 것보다 본질은 편지를 받고 정성스러운 답장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온기 우체부 중에는 위로의 답장을 받았다가 온기 우체부로 오신 분도 계시다고 합니다.
온기 우체부가 되려면?
온기 우체부가 되려면 혹시 글도 글이지만 글씨도 잘 써야 할 것 같았는데요, 조현식 대표는 글씨를 잘 쓰는 분들도 계시지만 본인도 글씨를 잘 못 쓴다고 하면서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 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온기 우체부를 지원하시는 분들은 이미 따뜻한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지원하시면 거의 활동하게 되시죠.'
'온기 우체부를 지원하시는 분들은 이미 따뜻한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
지원하시면 거의 활동하게 되시죠.'
봉사점수도 어떤 대가도 없이 평일 저녁, 주말 시간을 내서 전혀 모르는 남의 고민 편지를 보고 답장을 쓴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 수 있나요? 이 어려운 걸 하겠다고 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온기 우체부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군에 있을 때도 내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했다는 황승환 온기 우체부 사회에 나가서도 뜻깊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요, 전역 전 온기 우편함을 알게 돼 제대 후 바로 온기 우체부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답장 받는 분이 오해를 하거나 상처받지 않을까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선택하다 보니2~3통은 쓰고 가야지 하고 왔다가 결국 1통밖에 쓰지 못하는 날이 많은 게 아쉬워요.'
'답장 받는 분이 오해를 하거나 상처받지 않을까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선택하다 보니
2~3통은 쓰고 가야지 하고 왔다가 결국 1통밖에 쓰지 못하는 날이 많은 게 아쉬워요.'
학교 집을 오가는 일상에서 대회 활동을 찾던 중 온기 우체부를 알게 됐고 벌써 2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는 박수민 온기 우체부.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고,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됐어요.'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됐어요.'
온기 우체부 활동으로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자신에게도 위로가 된다고 해요. 대구에서 온 김지원 온기 우체부는 대구에서 온기 우편함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휴학하고 서울에 오게 되면서 바로 온기 우체부에 지원했다고 해요. 곧 2학기 복학하게 돼 온기 우체부 활동을 못 하게 되는 게 너무 아쉽다고 하네요.
40대 온기 우체부 이현화 님은 온기 우체부에 관한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해요. 그리고 바로 메일을 보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문의했고 이렇게 활동하게 됐다고 합니다. '초등학생들이 밤에 무서워 못 자겠다.', '이사 가서 친구가 없다.'는 귀여운 고민들과 자신과 같은 나이대 편지에 같이 고민하며 답장을 쓰고 공감하게 된다고 합니다.
'위로가 되는 경우 참 고맙지만 행여 내 편지가 도움이 되지 않으면어떡할까 하는 걱정은 늘 하게 돼요.'
'위로가 되는 경우 참 고맙지만 행여 내 편지가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은 늘 하게 돼요.'
삼청동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경복궁, 광화문, 노량진, 혜화동, 최근 노원구 원자력병원 호스피스 병동까지 온기 우편함은 현재 서울 7곳에 설치해 있는데요, 광화문 온기우편함 인근에 덕성여고가 있고 경복궁 온기 우편함 인근에는 정독도서관이 있어 10대들의 고민 편지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학창시절에는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을 갖고 사는 우리는 내 마음을 공감해주는 딱 한마디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힘들지. 잠깐 쉬어 가도 괜찮아.'
가까운 지인에게 털어 놓기 어려운 말 못할 고민 이제 온기 우체부에게 기대보세요. 가까운 곳에 온기 우편함이 없다면 바로 아래 주소로 보내주셔도 따뜻한 손편지 답장을 받을 수 있답니다.
온기님들은 편지를 받고 온기 우편함 블로그 댓글 또는 이렇게 재 답장을 보내기도 합니다. 온기 우편함의 기적, 우리나라에도 일어나고 있었네요!
<편지 주실 곳>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140-2대진빌딩 온기 우편함(우)04745
<편지 주실 곳>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140-2
대진빌딩 온기 우편함
(우)04745
<온기우편함 SNS>
- 홈페이지 : www.ongistudio.or.kr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ongi_letter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ongi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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