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강희승(경기 부천시)
프린트버튼
무더운 여름,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우체국에는 소포를 부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좁은 장소에 수 많은 사람, 그리고 자신의 정성이 담긴 선물 박스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에게 소포는 단순히 짐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었다. ‘나의 마음이 행여 찢어지고 상해서 전달되진 않을까?’하는 걱정에 사람들은 박스를 테이프로 꽁꽁 싸맸다. 나 또한 나의 마음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기 위해 테이프를 두 번, 세 번 감쌌다.
앉을 곳도 없던 우체국 내부에서 커다란 5호 박스를 살포시 발등 위에 얹고 출입문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서 대기 번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한쪽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한 어르신이 화를 내고 있었고 모두의 이목이 접수처로 쏠렸다. 화를 낸 이유는 작은 오해였지만, 마음을 보내는 어르신의 입장에서는 조금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 같았다.
우체국 직원도 어르신의 정성된 마음을 알기에 오해를 풀고 소포를 잘 전달해 드리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었다. 다행히 상황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더운 여름, 정신없는 이곳에서 모두가 예민했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우체국 직원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날카로워졌던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접수를 기다렸다.
일반인이 소포를 붙인다는 것은 곧 마음을 전할 때이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 우체국을 찾는다. 우체국 직원들은 그 점을 잊지 않는 것 같다.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언제나 정성 들여 일한다. 덕분에 우체국에 가는 일이 언제나 설레는 일로 기억될 수 있었다.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