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2000년 입사자, 2022년 입사자와 만나다
서울도봉우체국 지원과
이중재 & 임여정 주문관
임여정 주무관(왼쪽) & 이중재 주무관(오른쪽)
2022년을 누군가는 입사 22년차에 겪는 매일 같은 하루로 기억할지 모른다. 다른 누군가는 생애 첫 직장에서, 처음 겪는 일들로 가득한 해로 기억할 수도 있다.
마치 영화 <라쇼몽>의 이야기처럼, 같은 순간이지만 저마다의 위치와 상황 혹은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출범 22년이 되었다는 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순간일 것이다. 우체국이 첫 직장인 두 사람이 그 순간을 마주했다. 22년의 시간차를 두고서.
<우체국과 사람들> 두 분은 2000년, 그리고 2022년에 입사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우정사업본부 가족이 되셨나요?
이중재 “우리 또래의 대부분이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당시, 1997년도에 IMF가 터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거든요. 사회 전체적으로 취업도 힘들고, 퇴직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분위기였죠. 그런 와중에 대학 졸업생들에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목을 받았죠.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니까. 저나 제 또래 취업을 준비하던 친구들이 그랬어요. 그런 이유로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었죠. 저는 정보통신 쪽이 전공이었고, 최대한 가능성을 봤죠. 미래에 대한 걱정, 현실적인 합격에 대한 부담 등을 같이 고려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시험은 잘 치루었어요. 결과를 보고 나서는 조금 더 상향 지원할 걸 그랬나라고 생각할 만큼(웃음). 주무관님은 우리쪽을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임여정 “저도 미래에 대한 걱정,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면에서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전 대학 졸업이 코앞인데 마땅히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뚜렷하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이 하고 싶은 거 해보다가 천천히 취업하라고 유예기간을 주셔서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들도 배워보고 자격증도 이것저것 따면서 지내고 있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26살 가을 즈음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었죠. 아버지도 공무원이셨는데 오랜 기간 일하시면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시는 모습을 보았고, 그런 것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안정적인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공무원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임여정 “사실 제가, 시험 준비 기간이 짧아서 합격을 기대하진 않았었거든요, 근데 그래서일까 합격 소식에 너무도 감사했고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다니고 있어요. 조금 걱정됐던 건, 보통 공무원 조직은 수직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또래 친구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긴장을 많이했거든요. 입사 동기들 이야기도 그랬고요. 그런데 저희 우체국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제가 솔직하게 느낀 점입니다.”
이중재 “분위기가 예전하고는 좀 다르긴 하죠. 제가 입사했을 때는, 우정사업본부가 막 출범을 앞두고 있을 때였어요. 1999년에 시험을 봤고, 2000년 1월에 입사했으니까.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부터 무척 바빴어요. 7월에 출범한다,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으니까. 신입 입장에선 조금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죠. 그 당시 정부도 바뀌고, 공무원연금법도 개정되고. 시험 볼 때는 생각지 않고 있었던 환경 변화들이 조금 나를 혼란스럽게도 했던 것 같아요.”
<우체국과 사람들> 2000년과 2022년. 일을 배우는 방식도, 문제 해결 방식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이중재 “제가 입사했던 2000년 당시가 과도기였긴 했지만, 일이 힘들거나 하진 않았어요. 무엇보다, 지금도 그렇지만 동료들과 잘 지내는 게 좋았어요. 그때는 잔업이나 주말 근무도 많았는데, 토요일 근무를 할 때면 원래 오전 주말 근무도 퇴근이거든요? 근데 다들 점심 같이 먹고 이야기할 기회도 많이 만들고 했죠. 요즘은 좀 그런 분위기는 아니죠?”
임여정 “선배님들과 가까워질 기회가 더 생기면 좋겠지만, 사실 올 초까지도 코로나19 때문에 회식이나 모임 같은 걸 갖지 못했고, 지난달부터 점심을 같이 하는 정도입니다.”
이중재 “요새는 OJT를 통해서 기본적인 업무에 대한 안내가 잘 되는데, 예전에는 같이 일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우거나, 직접 문제에 부딪히고, 물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어요. 어떤 부서에 배치되든 바로 현업에 투입되는 방식이었죠. 그러니까, 잔업이나 주말 근무 시간이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됐죠. 그렇게 일이 조금씩 늘어갈 때 보람을 느끼곤 했어요.”
임여정 “저는 사실, 보통 신입들은 우편 창구 업무로 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서, 그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지원과로 발령이 나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어요.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그런데 선배님들이 잘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셔서 소속감도 생기고, 일도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서투르겠지만,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
이중재 “제가 인사과 업무를 한 적이 있는데, 입사 1년차가 좀 넘은 어떤 친구를 알게 됐어요. 어느 날 그 친구가퇴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적응이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요. 저는 그 친구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좀 해주면서 설득했던 것 같아요. 결국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하기로 했죠. 그때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어렵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서로의 신입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우체국과 사람들> 서로 다른 시간을 지나왔지만, 2022년 우정사업본부 안에서 우리는 모두 우정인으로 하나 되어야 하는데요, 선후배 세대가 어떻게 조화롭게 지내면 좋을까요?
이중재 “옛날엔 업무가 바빠도, 회사라는 곳이 약간 가족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 인정 면에서 여유가 있었달까.”
임여정 “금융권 기관으로 생각하고 입사한 동기들이 많아요. 금융권은 워라밸이 좋은 직장으로 이미지가 되어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선배님들이 보시기에 예전과는 좀 다른 모습들이 보여질 거라 생각이 되네요.”
이중재 “분위기는 좀 다르지만, 요즘 신입 후배 분들을 보면, 우선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다들 무언가 알려주면 금새 익히고 적응하고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일 잘하는 모습들에 대한 부분보다도, 우리 후배님들 정말 예쁘고 다 착하거든요? 그런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계속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어요.”
임여정 “저를 포함해 요즘 친구들이, 관계에 어색해 하거나 조금 서툴러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하지만 마음만은 선배님들과 함께, 우정인으로서 하고 있다는 점 꼭 알아주세요.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